이 기사는 비영리 뉴스룸이자 공중보건 연구단체인 라이트 투 노>(U.S. Right to Know)에 처음 실렸다.
그는 생명공학을 앞세워 농민들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실제 자료를 보면 수확량 증가는 더디고 기아는 오히려 늘고 있다.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아프리카 라우나우아를 방문한 빌 게이츠. 출처: 빌 게이츠 페이스북
20년 전, 게이츠 재단(Gates Foundation)과 록펠러 재단(Rockefeller Foundation)은 아프리카 녹색혁명연합(Alliance for a Green Revolution in Africa·AGRA)을 출범시켰다. 이들은 개량 종자, 합성비료, 기계화, 상업시장을 통해 아프리카 농업을 획기적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작물 수확량과 농민 소득을 두 배로 늘리고, 세계에서 가장 기아가 심각한 지역 가운데 하나인 아프리카에서 식량 불안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아프리카 각국 정부에 농업 투입재 보조금을 지급하고, 관련 정책을 개혁하며, 민간 투자를 적극 유치하라고 촉구했다.
빌 게이츠는 이 구상을 가장 적극적으로 알린 인물 가운데 하나가 됐다. 그는 과거 녹색혁명을 이끈 기술, 특히 ‘마법의 씨앗’과 비료라는 ‘마법 같은 혁신’을 활용하면 수백만 명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게이츠는 이런 접근법을 ‘창조적 자본주의’라고 불렀다. 기업에 사업 유인을 제공하고, 민간 투자를 끌어들이며, 정부가 이를 뒷받침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면 농민 소득이 오르고 결과적으로 기아도 줄일 수 있다는 구상이었다.
또 게이츠는 아프리카가 자신이 ‘더 친환경적인 혁명’이라고 부른 길을 따른다면, 과거 아시아에서 녹색혁명이 낳았던 여러 문제를 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혁명을 “소농이 주도하고, 지역 여건에 맞추며, 경제와 환경 모두에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아프리카 단체들은 처음부터 다른 견해를 보였다. 이들은 농생태학적 접근법이 토양을 회복시키고, 값비싼 농업 투입재에 대한 농민들의 의존도를 낮추며, 작물을 다양화하고, 기후와 경제 충격에 대한 농장의 회복력을 높이기 때문에 오히려 기아를 줄이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AGRA의 성적표는 무엇을 보여주는가?
이제 거의 20년에 걸친 자료가 쌓였다. 하지만 AGRA가 거둔 성과는 당초 약속에 크게 못 미쳤다. 이는 AGRA와 게이츠 재단, 그리고 이들이 아프리카 각국 정부와 제도에 행사해 온 영향력을 근본적으로 되묻게 한다.
AGRA에는 15억 달러가 넘는 기부금이 투입됐으며, 이 가운데 3분의 2는 게이츠 재단이 제공했다. 한편 AGRA가 중점적으로 사업을 추진한 국가들의 정부는 비료와 기타 농업 투입재 보조금으로 매년 약 10억 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추산된다.
아프리카 식량주권연합은 새 보고서에서 “녹색혁명은 아프리카에서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20년이면 녹색혁명 모델의 성과를 판단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지금까지의 증거를 보면 같은 우선순위를 더 큰 규모로 또다시 10년 동안 추진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터프츠대학교 글로벌개발환경연구소의 선임연구원 티머시 A. 와이즈(Timothy A. Wise)가 2026년 8월 발표한 연구보고서를 토대로 작성했다. 와이즈는 이 연구에서 2006년부터 2024년까지 18년간 유엔과 세계은행이 축적한 자료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AGRA가 중점적으로 사업을 추진한 13개국에서 비료 사용량은 두 배 넘게 늘었고 경작지는 46% 확대됐다. 하지만 주요 주식 작물의 수확량은 25% 증가하는 데 그쳤다. AGRA가 약속한 두 배 증가와는 큰 차이가 났다.
주식 작물의 수확량 증가율은 연평균 1.2%에 그쳤다. 이는 AGRA 출범 전 12년 동안 기록한 연평균 1.3%보다 오히려 조금 낮았다. 최근 6년 동안에는 증가율이 더 둔화해 연평균 약 0.4%에 머물렀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AGRA 사업 대상 국가에서 만성적인 영양 부족에 시달리는 사람의 수가 평균 58% 증가했다는 점이다.
게이츠 재단은 터프츠대학교 보고서에 대한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AGRA 대변인 험프리 촐라(Humphrey Chola)는 라이트 투 노>에 이 보고서와 기초 자료가 “AGRA의 20년 성과와 책임성, 향후 방향을 둘러싼 중요한 문제를 제기한다”고 말했다.
AGRA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20년 평가에서도 기아가 늘었고, 농민들은 아직 번영을 누리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 20년간의 성과가 “농업의 근본적 전환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8월 31일 공개된 AGRA 평가보고서의 요약본은 지난 20년 동안 아프리카의 농식품 체계가 “실질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주장하면서, 같은 시장 중심 논리에 따라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요약본은 “전환이란 단순히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저생산성 농업 방식에서 벗어나 생산성이 높고 시장 지향적인 농식품 경제로 옮겨가는 과정이다”라고 설명했다. AGRA는 전체 보고서를 “곧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작물 다양성은 오히려 후퇴했다
AGRA와 각국 정부가 보조금을 통해 농민들에게 옥수수와 쌀 같은 상업 중심 작물 재배를 유도하면서, 영양가가 높은 기장과 수수 같은 토착 작물은 점차 설 자리를 잃었다.
기후가 더워지는 상황에서는 이런 선택의 대가가 특히 크다. 전통 작물 가운데 상당수는 가뭄과 고온, 척박한 토양에 더 잘 견디면서도 식단의 다양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잠비아에서는 2006년 이후 영양 부족 인구가 33% 늘었다. 같은 기간 영양가가 높은 기장 재배 면적은 42% 줄었고 수수 생산량은 62% 감소했다. 비료 사용량은 155% 늘어 AGRA 대상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지만, 옥수수 수확량은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AGRA 대상국이 아니었던 세네갈은 뚜렷한 대조를 보인다. 세네갈은 더 다양한 작물을 지원하고 비료 의존도가 낮은 개발 전략을 추진했다. 그 결과 영양 부족 인구를 절반으로 줄였고, 주식 작물 수확량 지수는 73% 상승했다.

AGRA의 입장
AGRA는 자체 20년 평가에서 곡물 수확량이 약 40% 증가했다며 더 큰 생산성 향상을 제시한다. 다만 AGRA는 더 제한적인 범위의 작물만을 측정했다. 반면 터프츠대학교가 제시한 25%라는 수치는 곡물뿐 아니라 뿌리채소와 덩이줄기 작물까지 포함해 AGRA 중점 대상국에서 재배하는 주요 주식 작물을 더 폭넓게 반영한 지수를 사용했다. 사람들이 실제로 의존하는 식량 작물 전반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보기 위해서다.
AGRA 보고서 요약본은 2021년 출간된 한 책의 장을 인용해 “아프리카의 농업 GDP 성장률은 이전 수십 년간 약 2.4%였으나 2000년 이후 4%를 넘어섰고, 2005년 이후 농업 생산도 실질 기준으로 거의 두 배가 됐다”고 밝혔다. 이런 지표는 아프리카 농업 부문이 더 많은 경제적 가치를 생산했다는 사실은 보여주지만, 그 성과가 어떻게 분배됐는지, 또 실제로 농민 소득 향상으로 이어졌는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AGRA는 보도자료에서 농민 소득이 두 배로 늘었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방법론은 제시하지 않았다. 보고서 요약본에는 이런 주장이 들어 있지 않았고, 이 기사가 인쇄에 들어갈 당시 전체 보고서도 공개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 주장은 농촌 빈곤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구조사 결과와도 배치된다.
와이즈(Wise)는 이 주장을 “터무니없이 오해를 불러일으킨다”고 평가했다. 그는 AGRA가 “총 농업수입이 늘었다는 자료를 잘못 해석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수치는 농민들이 부담하는 비용 증가를 제외하고 있고, 소규모 토지와 제한된 자원을 가진 농민이 많다는 현실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주요 글로벌 충격도 영향을 미쳤다
AGRA의 전략·모니터링·평가·학습 담당 이사 앤드루 콕스(Andrew Cox)는 “진전은 있었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개선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농업을 전환하는 일은 분명 매우 어렵다. 쉬운 일이었다면 이미 진작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AGRA 지도부는 정부와 시장, 기부기관, 농민, 글로벌 사건이 복잡하게 얽힌 식량 체계에서 AGRA는 하나의 행위자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콕스는 “가장 큰 비극은 최근 몇 년 사이 아프리카에서 영양실조가 늘었다는 점”이라며 정치적 분쟁과 코로나19 팬데믹, 식량과 비료 가격 상승 등 주요 충격을 원인으로 들었다.
그는 또 생산량 증가의 일부가 기존 농지의 수확량을 높인 데서 나온 것이 아니라 경작지를 넓힌 결과였다는 점도 인정했다. 이는 AGRA가 오랫동안 추진해온 ‘지속 가능한 집약화’와는 다른 방식이다. 콕스는 이런 경작지 확대를 “중대한 환경적 위험”이라고 부르며, AGRA와 협력기관들이 지난 20년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최근 동료평가를 거친 연구는 왜 그런지 설명해준다. 경작지를 확대하면 산림 파괴와 서식지 손실이 일어날 수 있고, 생물다양성이 줄어들며, 숲과 초원 등 다른 생태계를 농지로 바꾸는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탄소가 배출될 수 있다. 이런 위험은 열대 아프리카에서 특히 크다. 농업 확장에 적합한 지역 가운데 상당수가 생물다양성과 탄소 저장량이 모두 높은 곳이기 때문이다.

녹색혁명의 변화 논리를 뒤흔드는 데이터
자료는 녹색혁명 모델의 핵심 전제를 의심하게 만든다. 농업 생산성을 높이면 기아를 줄일 수 있다는 믿음이다.
AGRA 사업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낸 국가 가운데 하나인 말라위에서는 2006년부터 2024년까지 주요 주식 작물의 수확량이 78%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만성적인 영양 부족에 시달리는 사람의 수는 61% 증가했다.
인구 증가가 기아 인구 증가의 일부를 설명하기는 한다. 하지만 생산량과 기아 사이에 이렇게 큰 격차가 나타났다는 사실은 녹색혁명 비판자들이 처음부터 제기해 온 더 근본적인 문제를 보여준다. 사람들이 식량을 살 돈이 없거나 식량에 접근할 수 없다면, 식량을 더 많이 생산한다고 해서 반드시 기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AGRA 본부가 있는 케냐에서 농민들은 비료와 상업용 종자에 더 많은 돈을 쓰면서도 벗어나기 어려운 악순환에 빠졌다고 말한다. 비료를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토양 산성화도 심해지고 있다. 와이즈의 분석에 따르면 AGRA가 사업을 시작한 뒤 케냐의 주식 작물 수확량은 8% 줄었고, 영양 부족에 시달리는 케냐인의 수는 두 배 넘게 늘었다.
이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한가?
새로운 자료와 분석은 농업 투입재에 크게 의존하는 아프리카식 녹색혁명 모델이 이 지역의 생태적·경제적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오랜 비판에 힘을 실어준다.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의 연구교수이자 지속가능한 식량체계 국제전문가패널(IPES-Food)의 차기 공동의장인 라지 파텔(Raj Patel)은 이렇게 말했다. “AGRA는 돈이 부족해서 실패한 것이 아니다. 충분한 자금을 투입하고도 실패했다는 사실 자체가 기아의 원인이 기술 부족이 아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부족한 것은 권력이다. 잡종 종자 자루는 권력을 재분배하지 않는다. 오히려 권력을 집중시킨다.”
AGRA와 산하 포럼은 2022년부터 ‘녹색혁명’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도록 명칭을 바꿨다. 하지만 핵심적인 개발 모델은 변하지 않았다. 상업용 농업 투입재와 기술, 민간 부문의 가치사슬, 정책 개혁, 농산업 투자를 통해 아프리카 농업을 전환한다는 방식이다.
이번 주 르완다 키갈리에서 AGRA가 후원하는 아프리카 식량체계 포럼이 열리는 가운데, 아프리카 식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시장 중심 접근법이 다시 전면에 나서고 있다. AGRA는 2026년에도 ‘성찰과 기념 투어’를 이어가며 아프리카 농업을 “차세대 대규모 투자 기회”라고 홍보하고 있다.
아프리카 식량주권연합(AFSA)의 총괄조정자 밀리언 벨레이(Million Belay)는 “농화학 제품과 개량 품종에 들어간 그 모든 투자가 효과를 내지 못했다”며 “그런데도 증거와 상관없이 이 모델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농업을 바꾸겠다는 게이츠의 구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한 자선사업 차원의 실험을 넘어섰다. 정부 정책의 방향을 좌우하고, 각국 정부와 해외 원조기관, 다자기구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끌어모으면서 농업 개발의 지배적인 모델이 됐다.
벨레이에 따르면 AGRA는 아프리카연합이 최근 마련한 10개년 농업계획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 계획은 1,000억 달러를 동원해 2035년까지 식량 생산량을 대폭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프리카연합은 이전 계획에서 정한 식량·농업 목표를 제대로 달성해가는 국가가 하나도 없다고 평가했지만, 새 전략에서도 농생태학적 방법을 지원하기보다는 생산성과 시장 중심 접근법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식량주권연합은 보고서에서 이렇게 주장한다. “지난 20년이 이미 가르쳐준 사실을 앞으로 10년 동안 다시 확인하느라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공공투자는 건강한 토양, 농민이 관리하는 종자 체계, 다양한 작물 생산, 농민 주도형 농업지도, 지역 가공업, 지역 기반 시장을 지원해야 한다.”
잘못된 자선사업의 책임은 누가 지는가?
아프리카의 여러 단체는 수년 동안 AGRA를 비판하면서 게이츠 재단에 농생태학적 식량체계를 위한 연구와 지원을 확대하라고 요구해왔다.
2022년 아프리카의 종교 지도자들은 게이츠 재단에 녹색혁명 모델을 더 이상 밀어붙이지 말라고 요구했다. 그들은 이 모델이 “인도주의적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2024년에는 이들이 초래했다고 보는 “생태적·사회적 피해”에 대해 게이츠 재단에 배상을 요구했다. 게이츠 재단은 이에 대해 공개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AFSA 연합은 게이츠 재단과 다른 AGRA 기부기관에도 서한을 보내 AGRA가 아프리카 식량체계와 각국 정부 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벨레이는 양측이 마침내 만났을 때도 게이츠 재단 관계자들이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자료를 살펴본 뒤 방향을 바꾸려 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접근법이 옳다고 우리를 설득하러 왔다”고 말했다.
IPES-Food 차기 공동의장인 파텔은 이렇게 지적했다. “기업이 잘못하면 시장이 제재한다. 정부가 잘못하면 유권자가 선거에서 내쫓는다. 하지만 자선재단에는 그런 압력이 전혀 없다.”
[출처] Bill Gates’ Failed Revolution in Africa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
스테이시 맬컨(Stacy Malkan)은 비영리 뉴스룸이자 공중보건 연구단체인
(U.S. Right to Know)의 공동창립자이자 편집국장이다. 그는 새롭게 떠오르는 공중보건 과학, 과학계의 동향, 업계의 로비와 허위정보 전술을 주로 취재한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