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리부트, 이유 있는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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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언론 대항 저항 언론

국가재건최고회의는 1962년 7월 언론정책 시행기준을 발표했다내용은 신문용지 관세를 인하해주고시설 확장 등에 자금 융자를 해주되 신문인협회를 통해 추천받겠다는 것이다.(『경향신문』, 1962.7.23) 신문 자본인들은 한국신문협회를 즉각 설립해 박정희 정권에 충실히 복무했다언론 자본의 향방은 정해졌다시월 유신 때도 혹세무민의 일부 지식인들이 언론자유를 빙자하여 무책임한 안보론을 분별없이 들고나와 민심을 더욱 혼란케 하고 있다”(『동아일보』, 1971.12.7)라는 박정희의 지적에 장단을 맞추며 유신체제 형성에 공헌했다그렇게 언론은 권력과 자본을 떠받치는 또 하나의 제도’, ‘언론 권력이 되었다.

그사이 반정부 시위 관련 기사를 실은 기자는 중앙정보부에 끌려갔고 노동조합을 결성해 연대 투쟁한 이들은 해고됐다. 1980년에는 전두환에 의해 700명이 넘는 언론인이 해고됐다박정희·전두환 정권이 쫓아낸 기자들이 1984년 민주언론운동협의회를 결성했고 1988년에는 『한겨레신문』 창간을 주도했다같은 해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창립했다.

1987년 6월항쟁 이후 한겨레신문 창간 준비위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설립기금 모집 운동을 벌였고많은 이들이 꿈과 희망을 담아 호응했다. 3,224명의 발기인은 선언문을 통해 한겨레신문은 국민적 바탕을 둔 언론으로서 민주적 가치나 사회정의를 지향하면서 사회의 정치 경제 문화의 온갖 사실들을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숨김없이 보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 신문은 1987년 6월 투쟁 주체를 대변했고 그 투쟁으로 형성된 사회의식을 담아냈다.

이 시기는 제도 언론에 대항한 새로운 언론이 여럿 만들어지던 때였다. ‘민중언론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쓰였지만제도 언론에 대항한 저항 언론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노동자의 전국노동자신문

1987년 7·8·9 노동자대투쟁의 성과로 결성된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은 기관지 『전국노동자신문』을 발간했다해방 후 존재했던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전평)의 기관지 이름을 따왔다.

『전국노동자신문』은 전노협 건설의 의지와 자본과 정권의 탄압을 저지하는 결의를 모으는 의미가 있었다. 1989년 12월 20일 창간호에 실린 창간사에 따르면, “전노협이 20여만 노동자 조직이면서도 1천만 전체 노동자의 이익을 견결하게 옹호하듯이 전국노동자신문은 노동조합의 물결이 아직 닿지 않은 미조직 노동자까지 포함한 전체 노동자의 이익을 옹호하는 신문이었다. “구로공단의 어린 여성 노동자와 울산의 중년 노동자가 전국적인 시야를 공유하기 위한 신문이었다또한 농민도시빈민 등 전체 민중에게 열려있고 그들과 노동자가 연대해 나가는 중요한 연결고리로서 역할이 『전국노동자신문』에 주어졌다전노협은 일천만 노동자가그리고 그중에서도 전노협 건설에 앞장선 20만 노동자가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민중이 주인되는 사회를 창조하는 데 선봉으로” 나서야 하며그 길에 『전국노동자신문』은 과학적 전망을 제시하고 사상적 양식을 풍부히 제공하겠다고 했다.

『전국노동자신문』은 지역과 업종을 넘어 노동자와 노동 현장을 담으며 기업별 노조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했고자본과 국가를 비판하며 더 나은 세계의 전망을 제시하고자 했다광고는 노동자의 것으로 채워졌으며노동조합과 단체들은 신문을 사서 돌려 읽었고 재정을 떠받쳤다현장 기자들은 토론과 글쓰기 연습을 하며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웠고 기사를 발굴하고 신문을 배포하는 일은 의식과 조직을 확장하는 과정으로 자리 잡았다.

『전국노동자신문』은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노동자계급이 가졌던 자신의 신문이었지만전노협 해산과 함께 종간했다.

민중언론 리부트계속되는 도전

언론의 순기능은 사회현상을 진단하고 객관화하는 도구다현실 정치 중계 보도나 이슈를 담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공간에 돋보기를 대는 역할을 해왔다여기서 한 발 더 나가 민중언론은 계급적 취재와 해석을 통해 계급적 관점을 구현해야 할 것이다.

반정부 저항 언론을 넘어서고 조직의 기관지를 넘어노동자계급의 세계관에 입각한 언론을 지향하며 활동해온 이들이 있었다. 2005년 5월 1일 출발한 『참세상』이다『참세상』은 민중의 진실을 외면하기는 형식적 민주주의를 허울로 삼는 이른바 개혁적 언론도 마찬가지라며 민중언론을 내건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그 연장선에서 2016년 3월에는 『워커스』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2026이들이 민중언론 리부트를 내걸고 계급적 시각으로 미래의 전망을 밝히는 언론으로 거듭나기를 시도하고 있다자본의 이데올로기 공세와 정치적 물타기에 맞서 사상전을 벌일 진지를 재구축하자는 화두를 던진 것이다조선·중앙·동아일보세계·문화일보개혁을 표방한 신문들이 자신의 관점으로 세계를 물들이고 자본력을 앞세워 판치는 마당에이들의 참으로 소중한 도전이 운동 진영에 뿌리내리기를 바란다.

무장 해제하지 말자사회 불의를 여전히 비난하고 거기에 맞서 싸울 필요가 있다세계는 저절로 더 나아지지 않는다.” (에릭 홉스봄『미완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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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말

정경원은 『전노협백서』 발간을 계기로 노동운동 자료를 모으고 노동자 역사를 기록하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다. 2008년 이후 노동자역사 한내에서 역사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가스공사노동조합 30년사』, 『서울지하철노동조합 30년사』 등이 있다. 이 칼럼은 노동자역사 한내와 참세상이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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