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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세상
데일리 큐레이션 |
DAILY CURATION
2026/09/04(금)
어제 16시 — 오늘 16시의 세계 |
거듭되는 사건 사고들. 쏟아지는 온갖 보도와 입장들.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읽고 이해해야 하는 거지? 답답했던 이들을 위한 참세상의 신규 콘텐츠, ‘데일리 큐레이션’을 시작합니다. 어제 오후 4시부터 오늘 오후 4시까지, 국내외 여러 매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떠도는 세상의 소식을 민중의 관점으로 고르고 톺아봐 매일 저녁 전합니다. 다른 세계를 향해 고민하고 투쟁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의견 부탁드립니다.
| 1 | 청와대가 ‘군사적 기여’라는 이름으로 호르무즈 파병을 “계속 검토한다”고 했다. P-8 해상초계기와 해군 폭발물처리반, 군수지원함이 파견 대상으로 정해졌다. |
| 2 | 열두 명을 연행한 경찰서 앞에 이튿날 고 오요안나의 어머니가 섰다. 기일까지 열하루가 남은 날이었다. |
| 3 | 성과급과 공장 이전을 파업 대상에서 뺀 노동부 지침에 맞서 민주노총은 5일 일곱 지역 결의대회, 7일부터 서울노동청 앞 2주 농성에 들어간다. |
| 4 | 금융노조 3만 명이 광화문에 모여 국책은행 지방이전에 반대했고, 정부는 통폐합 ‘밀실’ 비판에 “이미 다섯 차례 협의했다”고 했지만 노조는 확정 뒤의 통보였다고 맞선다. |
| 5 | 미국 기업 이윤이 사상 최고인 이유를 로버츠는 임금에서 찾는다. 오늘의 사설 · 칼럼 비평에서 이어진다. |
함께 볼 기사 「비전투 지원? 호르무즈로 가는 군함, 돌아올 수 없는 선택」 원동욱 · 프레시안 ·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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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볼 기사 「트럼프 “한국, 이란전 지원 거부”…안보 문제로 압박」 이데일리 · 08/18
함께 볼 기사 「학살의 실험실: 이란 전쟁의 진실」 참세상 · 04/03
3일 밤 정부가 호르무즈 파병 쪽으로 가닥을 잡고 국회 동의안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4일 0시 SBS는 P-8 해상초계기와 해군 폭발물처리반, 군수지원함이 파견 대상으로 정해졌고 이르면 이달 동의안이 제출된다고 전했다. 아침 8시 청와대의 답은 “결정된 바 없다”였다. 세 시간 뒤 고위관계자는 “정해진 것은 없지만 계속 검토한다”, “전투 · 비전투 등 다양한 군사적 기여 방식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부인과 검토가 같은 오전에 나왔다.
미국의 요청은 3월 14일 트럼프가 한국 등 5개국에 함정 파견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8월이다. 트럼프는 17일 백악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이란 지원을 사양했다며 “3만 9,000명 병력으로 한국을 지켜 주는데 안 돕느냐”고 했고, 30일 폭스뉴스에서는 “4만 명”으로 숫자를 키우며 “이 일은 기억해 둘 것”이라고 했다. 주한미군은 실제로 2만 8,500명이다. 이어 반도체 표적관세와 대미 투자 압박이 왔다. 세계일보 논설은 오늘 파병을 “동맹의 신뢰를 복원하는 좋은 카드”라 불렀다. 그 카드에 타는 사람의 이야기는 없다.
동아대 원동욱 교수는 프레시안 기고에서 이 말을 뜯는다. 군수지원함은 전투함에 연료와 물자를 대는 배라 전투와 무관하다고 말하기 어렵고, 초계기가 잡은 정보가 미군의 표적 선정에 쓰이면 정보 제공 자체가 전쟁 수행이 된다. “정보 제공은 군수지원으로, 군수지원은 함정 호위로, 호위는 직접 교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 참여연대는 침략적 전쟁을 부인하는 헌법 5조를 들었고, 정의당 · 녹색당 · 민변이 하루 만에 성명으로 이었다., 여당 이기헌 의원은 “비전투병이라도 본질은 명백한 전쟁 참여”라며 동의안 반대를 예고했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의 비판은 방향이 다르다. “미국의 신뢰를 잃고 뒤늦게 검토에 착수한 것은 명백한 실기”라는 것이다. 파병 자체보다 늦은 것을 나무라는 셈이다.
첫째, 국회다. 이달 동의안이 실제로 제출되는지, 여당 안의 반대가 몇 명으로 늘어나는지가 첫 관문이다. 둘째, 파병의 이름이다. 헤럴드경제는 해군이 가진 여섯 대 가운데 초계기 한두 대를 돌려 보내는 ‘순환 배치’를 내다봤다. 규모를 작게 보이게 하는 말이다. 셋째, 전쟁 자체다. 이란의 미사일이 쿠웨이트를 겨냥했고 미 국방부는 중동 병력 5만 명의 배치를 2027년까지 연장했다. 원동욱 교수의 말대로 파병은 결정하는 순간보다 빠져나오는 순간이 훨씬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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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볼 기사 「이 대통령 “노동자 출신이지만 일방적 노동자 편만 들지 않는다”」 서울신문 · 09/04
3일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서 방송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행사장 앞에서는 방송 비정규직 단체 엔딩크레딧과 비정규직이제그만 등이 30분짜리 기자회견을 했다. 요구는 하나, 방송 비정규직 · 프리랜서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라는 것이었다. 흩어지던 참가자들을 경찰이 따라와 신분증을 요구했고, 왜 내야 하느냐고 되묻자 수갑이 나왔다. 옆에서 무슨 일이냐고 물은 김남규 비정규직이제그만 조직팀장은 업어치기로 바닥에 내던져진 뒤 무릎으로 목을 눌려 잠시 정신을 잃었다. 그를 태운 119 구급차는 병원 대신 용산경찰서에 도착했다. 열두 명이 연행됐고 4일 0시 10분 전원 풀려났다. 용산경찰서는 “답변드릴 수 없다”고 했다.
4일 아침 용산경찰서 앞 규탄 기자회견에는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어머니 장연미 씨가 섰다. 15일이 2주기다. 그는 “방송 가장 밑바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방송하는 사람들의 자격으로 행사장 앞에 간 것”이라며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라고 했다. 민변 최종연 변호사는 신분증 제시 거부는 체포 사유가 아니고 현행범 체포 요건에도 맞지 않는다며, 목을 누른 경찰관을 공무원이 직무 중 저지른 폭행인 독직폭행으로 고소하겠다고 했다.
미디어사회운동센터 와(WA)의 권순택 센터장의 말이 구조를 요약한다. “방송의 날 기념식에 비정규직 노동자는 없다. 초대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오요안나 사건 뒤 여성 비정규직은 일자리를 잃었고 그 자리는 정규직 남성으로 채워졌으며, 법원과 노동위에서 노동자로 인정받은 작가와 PD는 방송사 안에서 배제됐다.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것이 축복이 아닌 시대”라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참세상에 쓴 글에서 그가 남긴 요구, 상시 업무의 정규직 전환은 1년이 지나도록 답이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념식 축사에서 방송을 “동반자”라 불렀고, 같은 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노동자 출신이기는 하지만 일방적으로 노동자 편만 들지 않는다”고 했다. 동반자 안에 비정규직은 없었고, 편들지 않은 노동자에게는 수갑이 채워졌다.
첫째, 책임이다. 당사자들은 서장과 경비과장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했고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국제인권기구 제소를 예고했다. 둘째, 15일 오후 6시 MBC 앞 광장의 2주기 추모제다. 셋째, 경찰 자체다. 경찰은 제주 실종 사건의 늑장 대응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끝에 4일에야 단순 가출로 분류된 실종 성인도 위치를 추적하겠다는 후속 조치를 내놨다. 조직 안에 쌓인 위기감이 시민을 대하는 기조로 번지지 않는지 지켜봐야 한다. 기자회견 뒤의 수갑과 병원 대신 경찰서로 간 구급차는 그 조짐으로 읽기에 심상치 않다. 넷째, 근로기준법의 울타리다. 4일 오후 ‘노동법 밖 노동자들의 행진’이 하반기 투쟁을 선포했다. 프리랜서라는 이름이 노동자를 법 밖에 두는 한, 기념식 앞 기자회견은 해마다 열린다.
뉴욕시 감사원이 2일 낸 보고서의 막대그래프다. 2024년 뉴욕시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63.8%, 상위 1%가 37.4%를 가져갔고 미국 전체는 각각 51.6%와 22.4%다. 상위 0.1%, 약 5,000가구가 차지한 22.1%는 미국 전체 상위 1%의 몫과 거의 같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하위 90%의 실질 중위소득은 3.2% 줄었다. 민주사회주의자 맘다니 시장의 도시가 물려받은 숫자다.
4일 아침 용산경찰서 앞 규탄 기자회견을 찍은 시민의 사진이다. 열두 명의 연행을 두고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어머니가 “방송사와 경찰의 행태에 분노”하며 마이크를 잡았다. 사건의 자세한 경위는 위 심층분석에 있다.
9.4.2026. 용산경찰서.
— NOOY. (@OncleNOOY) 2026년 9월 4일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폭력연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
방송사와 경찰의 행태에 분노하는 故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어머니.
샌더스 의원이 첨단 AI 개발의 즉각 중단과 초지능의 영구 금지를 요구하며 입법을 예고했다. 하루 만에 조회 22만, 답글이 900개를 넘었다. 샌더스는 AI 기업 대표들 스스로 통제력을 잃고 있다고 인정했다는 것을 근거로 든다. 반대편 발언은 이틀 전 G20에서 나왔다. 오픈AI의 올트먼은 AI를 “협상의 여지 없이 써야 하는 것”이라 불렀다. 참세상에 실린 로버츠의 칼럼은 이 논쟁의 밑바닥에 있는 숫자를 보여 준다.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에 약정한 돈만 3조 달러다. 멈추자는 쪽도 멈출 수 없다는 쪽도, 그 돈이 임금으로는 흐르지 않았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는다.
If the leaders of the major AI companies admit that they are losing control of their extremely dangerous technology, it is time for an immediate PAUSE on advanced AI development and a permanent BAN on superintelligence.
— Sen. Bernie Sanders (@SenSanders) 2026년 9월 4일
4일 광화문에 모인 금융노조는 국책은행 지방이전 반대와 주 4.5일제를 내걸며 “뉴욕 · 런던 · 싱가포르 · 홍콩은 금융 역량을 한곳에 모은다”고 했다. 정부는 “이미 다섯 차례 협의했다”고 선을 그었다. 협의 상대였던 양대 노총 공공부문 공대위는 확정한 뒤의 협의는 밀실이라고 되받았다. 한겨레 사설은 1차 이전이 “수도권 집중 추세를 반전시키지 못했다”면서도 2차 이전을 뚝심 있게 밀라고 했다. 노조는 금융 경쟁력을, 정부와 사설은 균형발전을, 공대위는 절차를 말한다. 세 말이 모두 비켜 가는 것은 옮겨 갈 사람들의 주거와 가족이다.
노동자를 고용하고도 사업소득세 3.3%를 떼는 프리랜서 계약으로 위장해 근로기준법과 4대 보험을 피하는 수법이다. 식당 · 학원 · 배달 · 미디어 어디에나 있다. 노동부가 올해 ‘가짜 3.3’ 1호 감독 사업장으로 지목한 음식점 체인 육몽은 1월 감독에서 체불 5,100만 원과 위반 7건이 적발되고도 8월 시정지시를 거부했고, 매일노동뉴스에 따르면 지금도 유학생 2,890만 원, 매니저 860만 원을 주지 않고 있다. 노동법 전문가들은 고의적 회피에 형사처벌과 부당이득 환수를 요구한다. 계약서의 이름을 바꾸면 노동자가 사라지는 제도가 이 단어의 뿌리다.
미국 부통령 밴스가 3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란과의 전쟁이 11월 중간선거 전에 끝나느냐는 질문에 한 답이다. 클립은 하루 만에 76만 명이 봤다. 같은 날 미 국방부는 중동 병력 5만 명의 배치를 2027년까지 연장했고, 백악관 참모들이 이 전쟁을 중간선거까지 “조용히” 유지하고 싶어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여섯 달째 폭격이 오가는 일을 전쟁이라 부르지 않는 순간, 끝내야 할 시한도 책임질 사람도 함께 사라진다.
COLLINS: Will this war be over by the midterm elections?
— Aaron Rupar (@atrupar) 2026년 9월 4일
JD VANCE: I wouldn't call it a war
1. 청와대가 호르무즈 파병을 “계속 검토”한다고 밝힌 4일,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는 하루 만에 네 개의 성명으로 답했다. 정의당은 「이재명 정부는 한국을 전쟁 악당으로 만들지 말라. 국군의 호르무즈 파병 있을 수 없다」에서 파병동의안을 “전쟁광 호위동의안”이라 부르고 이라크 파병의 기억을 불러냈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침략전쟁 참전에 반대한다」에서 헌법 5조를 들어 “미국의 대이란전에 군을 파병하는 것은 명백히 침략전쟁에 가담하는 것”이며 “그 어떠한 형태로도 파병은 안 된다”고 했다. 녹색당은 「호르무즈 파병, 절대 안 된다」에서 “설령 비전투 임무를 수행한다 해도 불법적 침략 범죄에 참여한다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윤석열 정부조차 우크라이나 전쟁에 전투 병력을 공식적으로 파병하지 않았다”고 비교했다. 민변 한반도평화위원회는 「정부는 호르무즈 파병 추진을 중단하라」로 이었다. 네 성명이 모이는 지점은 헌법 5조와 ‘비전투는 면죄부가 아니다’라는 판단이다. 거기에 녹색당은 대통령의 공식 입장 표명을, 민변은 추진 중단을 얹었다. 노동조합의 성명은 이날 나오지 않았다.
2. 노동쟁의 대상을 좁힌 정부 시행지침에 노동계는 폐기 요구로 맞섰다. 민주노총은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은 반노동 · 재벌편향」에서 지침을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침해하고 노사자치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사용자 편향 지침”으로 규정하고 5일 일곱 지역 결의대회와 7일부터 2주간의 서울노동청 앞 농성을 예고했다. 공공운수노조는 「대통령 한마디로 시작된 노동3권 말살 지침, 즉각 폐기하고 헌법에 입각한 정부의 역할을 이행하라」에서 지침의 출발점을 7월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으로 짚었다. 금속노조는 전날 성명에서 지침이 “법규명령이 아니므로 사법부나 노동자를 구속할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했다. 세 노조의 공통 논리는 하나다. 국회가 넓힌 권리를 행정 문서가 다시 좁힐 수는 없다.
3.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의 1심이 시설 안 성폭력에 강간죄 일부 무죄를 선고한 데 대해 여성단체는 법의 문턱을 문제 삼았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최협의 폭행 · 협박, 형법 297조 강간죄가 걸림돌이다」를 냈고 한국여성민우회도 같은 제목의 성명을 같은 날 냈다. 성명 제목이 말하듯 ‘피해자가 저항하지 않았다’는 이유가 무죄의 근거가 되는 한, 저항할 수 없는 사람에게 법은 닿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4. 공공기관 통폐합 · 지방이전 발표 이튿날, 예고됐던 금융노조 총파업이 광화문에서 열렸다. 금융노조는 4일 광화문 총파업에서 국책은행 지방이전 반대와 주 4.5일제를 내걸었고, 민주노총은 전날 “사전에 노동계와 충분히 논의 · 검토되지 못한 발표”라며 노정협의를 요구했다. 정부는 “이미 다섯 차례 협의했다”고 답했고, 그 상대인 공공부문 공대위는 확정 뒤 협의는 밀실이라고 맞섰다. 한편 전장연은 「‘예가원’ 장애인 학대 사망 사건 규탄한다」와 「장애인의 영화관람권은 ‘비용’으로 재단할 수 없다」로 시설과 극장 두 곳의 배제를 짚었다.
이윤이 어디서 왔는지를 묻는 칼럼은 많지만, 임금 억제를 답으로 적는 칼럼은 드물다. 올해 2분기 미국 기업 이윤은 4조 3,000억 달러로 1년 전보다 23% 늘었고, 매출에서 이윤이 차지하는 비율은 19.4%로 1940년대 이후 가장 높다. 그가 묻는 것은 이 이윤이 어디서 왔는가다. 팬데믹 뒤의 가격 인상과 법인세 인하, 그리고 임금 억제다. 하이퍼스케일러의 데이터센터 리스 약정 1조 5,000억 달러와 반도체 · 전력 약정 1조 5,000억 달러가 쌓이는 동안 그 돈은 고용과 임금으로 흐르지 않았다. “실제 노동자들에게 투자해 그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 기계에 수천억 달러를 쏟는 것보다 효과적”이라는 문장이 칼럼의 방향이다. 위 온라인 광장의 AI 중단 논쟁을 이 숫자 위에 놓고 읽으면 다르게 보인다.
노동기본권을 넓히겠다던 정부가 반년 만에 행정지침으로 그 범위를 좁힌 모순을 사설은 정면으로 짚는다. “어느 수준에서 합의할지는 노사 간 교섭의 결과로 정할 일이지, 교섭의 문부터 닫을 일은 아니다.” 이 한 문장이 판정이다. 사설은 시행지침이 “행정기관 내부의 법률 해석과 업무처리 기준일 뿐” 국민을 구속하는 법규가 아니라는 점도 상기시킨다. 다만 구속력이 없다는 사실과, 사용자가 그 지침을 들고 교섭장에 나오지 않는 현실 사이의 거리는 사설이 채우지 못했다. 그 거리를 채우는 것은 5일의 결의대회다.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의 “정권에 충성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는 사퇴의 변을 사설은 정권의 편향을 증명하는 문장으로 쓴다. 이병태 전 부위원장의 사퇴 권고, 인요한 적십자사 회장 인준 무산, “왼쪽을 너무 안 챙겼다”는 대통령 발언이 근거로 늘어선다. 그런데 이 사설이 통합의 이름으로 지키려는 것은 보완수사권 폐지 반대와 ‘5 · 18 성역화’ 발언이다. 통합위원회가 실질 권한 없는 자문기구였다는 사실, 그리고 ‘오른쪽’이 무엇을 주장하다 물러났는지는 제목 뒤에 가려져 있다. 용도폐기된 것은 통합이라는 이름을 빌린 자문 자리였다.
한전 부채 210조 원, 하루 이자 115억 원, 미 상무장관의 표적관세 예고까지 사설의 앞부분은 숫자로 촘촘하다. 그런데 힘을 주어 닫는 문장은 전기료도 관세도 아니다. “경영권의 핵심인 투자와 인력 배치마저 노동쟁의의 인질로 내주는 구조”라는 대목이다. 앞의 두 소재는 이 마지막 문장을 위한 발판으로 놓였다. 공장 신설과 인력 전환 배치를 “칼로 두부 자르듯 분리할 수 없다”는 재계의 말은, 거꾸로 읽으면 공장이 옮겨 갈 때 노동자의 근무지도 함께 옮겨 간다는 뜻이다. 그 노동자의 이름은 사설에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1차 이전으로 150개 기관 5만여 명이 옮겨 갔지만 “규모의 경제도, 지역 산업과의 연계도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설의 자기평가는 드문 정직함이다. 다만 그 실패의 원인을 “형평성 원칙에 따라 기관을 여러 지역에 나눈 결과”로 돌리는 순간, 반성은 집적 배치라는 다음 결정을 정당화하는 쪽으로 기운다. 사설이 언급한 ‘주말부부’ 직원의 정주 여건 문제는 같은 날 광화문에서 총파업을 벌인 금융노조의 요구와 맞닿아 있지만, 노조는 금융 경쟁력을 말했고 사설은 균형발전을 말했다. 정부가 다섯 차례 협의했다는 공공부문 공대위는 확정 뒤의 협의는 밀실이라 했다. 옮겨 갈 사람의 임금과 가족이 어느 원칙 아래 놓이는지가 이 논쟁에서 아직 비어 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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