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넓힌 쟁의권, 지침 한 장이 다시 좁혔다

[제18호] 2026년 9월 3일(목)

 
참세상
데일리 큐레이션
DAILY CURATION
2026/09/03(목)
어제 16시 — 오늘 16시의 세계

거듭되는 사건 사고들. 쏟아지는 온갖 보도와 입장들.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읽고 이해해야 하는 거지? 답답했던 이들을 위한 참세상의 신규 콘텐츠, ‘데일리 큐레이션’을 시작합니다. 어제 오후 4시부터 오늘 오후 4시까지, 국내외 여러 매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떠도는 세상의 소식을 민중의 관점으로 고르고 톺아봐 매일 저녁 전합니다. 다른 세계를 향해 고민하고 투쟁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의견 부탁드립니다.

01
오늘의 다섯 줄
1 영업이익의 몇 퍼센트를 나누자는 요구로는 이제 파업할 수 없다. 노동부는 이 지침에 구속력이 없다고 말하면서 현장의 규범이 되게 하겠다고 했다.
2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8%를 넘고 일본은 30년 만에 3%를 찍었다. 전쟁의 기름값과 AI의 회사채가 밀어 올린 금리는 결국 가계의 대출 이자로 내려온다.
3 영화관이 화면해설과 자막을 안 주는 것은 장애인 차별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오기까지 10년 7개월이 걸렸다.
4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는 세종으로 가고 공공기관 109곳은 합쳐진다는데,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발표를 보고서야 알았다.
5 색동원 판결이 남긴 ‘항거불능’이라는 말이 광장에서 다시 문제가 됐다. 저항의 흔적을 찾는 법은 저항할 수 없던 사람을 어떻게 보호하는가.
02
오늘의 심층 분석
법이 넓힌 쟁의권, 지침 한 장이 다시 좁혔다
무슨 일이 있었나

고용노동부가 3일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발표했다. 매출이나 영업이익의 몇 퍼센트를 성과급으로 달라는 요구는 이제 의무적 교섭 대상도, 파업의 대상도 아니다. 기본급의 일정 비율이나 정해진 금액만 요구할 수 있다. 공장을 옮기는 일, 사업을 파는 일, 인공지능과 자동화 설비를 들이는 일도 그 자체로는 교섭 대상이 아니다. 정리해고 계획이 구체화된 뒤에야 고용안정 대책을 교섭할 수 있다. 노조가 이런 요구를 고집하면 노동위원회는 요구를 바꾸라고 권고하고, 사용자가 교섭을 거부해도 부당노동행위로 보지 않는다.

왜 시행령이 아니라 지침인가

출발점은 7월 21일 국무회의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영업이익의 몇 퍼센트가 쟁의 대상이 되느냐를 두고 “저는 아닌 쪽이 더 높다”고 말했다. 시행령은 법의 위임을 받아 만드는 법령이라 쟁의 대상을 줄일 근거가 법에 없으면 위헌 논란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정부는 행정기관 내부의 업무 기준일 뿐인 지침을 골랐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지침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규범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법을 고치지 않고 법의 효과를 바꾸는 길이다.

구속력이 없다는 말은 누구에게 위로가 되나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사용자들이 “교섭 거부에 이 지침을 앞세울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대응할 수 있는 노조는 조직력과 교섭력을 갖춘 소수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영훈 부경대 교수는 판례상 교섭 대상이 아닌 사항을 주된 목적으로 한 파업은 정당성을 잃으므로 지침이 “사실상 파업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고 짚었다. 금속노조는 자율 교섭을 보장한 국제노동기구(ILO) 98호 협약을 들어 “지침에 개의치 않고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총은 반대편에서 공장 신설에 따른 배치 전환도 쟁의 대상에서 빼라고 요구했다. 지침은 사용자에게는 교섭을 거부할 명분을, 노조에는 파업의 정당성을 잃을 위험을 나눠 줬다.

앞으로 살필 세 가지

첫째, 노동위원회의 첫 행정지도와 법원 판단이 갈리는 순간이다. 둘째, 호남 반도체 공장 이전을 교섭 의제로 올리려던 삼성전자 노조와 이익 연동 성과급을 요구해 온 자동차 대기업 노조의 하반기 교섭이다. 셋째, 메가프로젝트에 따른 공장 이전에서 노동자가 개입할 수 있는 시점이 정리해고 통보 이후로 밀리는지다. 노란봉투법이 넓힌 문 앞에, 어떤 요구가 들어올 수 있는지를 정부가 적은 안내판이 섰다.

#노란봉투법 #시행지침 #경영성과급 #노동쟁의 #노동3권 #노동위원회 #메가프로젝트
 
전쟁의 기름값이 국채 금리를 밀어 올렸고, 청구서는 가계로 온다
무슨 일이 있었나

세계 주요국의 장기 국채 금리가 한꺼번에 뛰었다. 미국 10년물은 1일 4.79%로 마감해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높았고, 2일 장중에는 4.82%까지 올라 34개월 만의 최고를 다시 썼다. 30년물은 5.3%다. 일본 10년물은 3%를 넘어 1996년 이후 30년 만의 기록이고, 영국 30년물은 1998년 이후, 독일 10년물은 2011년 이후 최고다.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국채 값이 떨어진다는 뜻이고, 투자자들이 나라의 빚을 팔았다는 뜻이다. 2일 코스피는 3.99% 내렸다.

왜 하필 지금인가

촉발점은 다시 중동이다. 미국과 이란이 공격을 주고받고 호르무즈에서 유조선이 맞으면서 원유는 배럴당 90달러를 넘었다. 기름값이 오르면 물가가 오르고, 물가가 오르면 금리를 내리기 어렵다. 그 위에 구조가 얹혀 있다.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40조 달러를 넘겼고, 알파벳 · 아마존 · 메타 · 마이크로소프트 · 오라클 다섯 회사가 올해 찍은 채권만 2,200억 달러로 지난해의 두 배다. 데이터센터를 짓는 돈과 적자를 메우는 돈이 같은 시장에서 같은 투자자를 두고 경쟁한다.

누가 값을 치르나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애덤 투즈는 이틀 전 참세상에 실린 글에서 정반대로 읽었다. “세계 투자자들은 이제 민간이 보유한 32조 달러 규모의 미국 정부 부채를 위험자산으로 간주한다.” 투즈가 보기에 안전자산이라는 이름이 벗겨지는 중인데 정책 당국만 그 현실을 “완강하게 인정하지 않는다”. 값은 아래로 내려온다. 미국 30년 모기지 금리는 6.7%에 다가섰고, 한국에서도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가 뒤따른다. 가계부채 이자는 살림에서 가장 먼저 빠져나가는 돈이다. 경향 사설은 “한국 경제 방어망 점검”을 말했는데, 그 방어망이 지켜 주는 것이 금융기관의 건전성인지 대출자의 월급인지는 다른 질문이다.

앞으로 살필 세 가지

첫째, 미 10년물 5% 선이다. 블랙록은 “끈질긴 물가와 막대한 정부 차입” 때문에 금리 압력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 둘째, 연준이 금리를 못 내리는 채로 국채를 사들이는 순간이다. 투즈는 그 길이 물가로 빚을 녹이는 금융억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셋째, 한국의 대출 금리다. 8월까지 두 달 연속 오른 기준금리 위에 세계 금리가 얹히면 실질임금이 뒷걸음친 가계의 이자는 어디까지 오르는가.

#국채금리 #미국채 #유가 #호르무즈 #재정적자 #AI투자 #가계부채
03
한 장의 세계
한 장의 세계
자료: ESA 코페르니쿠스 센티널-2 위성, 네팔 랑탕 유역 홍수 전(8월 12일)과 후(8월 27일), 2026년 8월 31일 게시 · 원문 보기 →
강이 넓어진 만큼, 마을은 사라졌다

8월 26일 아침 네팔 랑탕 리룽 빙하가 무너져 물과 얼음과 잔해가 100킬로미터 아래까지 쏟아졌다. 위성이 보름 간격으로 찍은 두 장에서 가는 실 같던 강은 계곡을 가득 채운 회색 띠가 됐다. 녹색당은 3일 “네팔 대홍수, 한국도 책임 있다”는 성명에서 이 참사의 책임을 “북반구의 탄소 다배출 국가들을 비롯한 전 인류”에게 물었다. 빙하를 녹인 열이 어디서 왔는지가 이 사진의 두 번째 층이다.

04
온라인 광장
오늘의 현장
징계 대상 1호는 교장이 됐고, 제보 교사는 957일째 출근투쟁 중이다

학교 성폭력을 제보한 교사는 전보됐고, 공대위가 징계를 요구했던 사람들은 승진했다. 교육청이 “‘불법시위’ 운운”하며 조롱한다는 대목이 이 투쟁이 왜 3년째인지 말한다.

오늘의 논쟁
성폭력은 인정하면서 강간은 아니라고 한 판결문을 두고

서울중앙지법은 2일 색동원 전 시설장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면서 피해자 한 명에 대한 장애인 강간 혐의는 무죄로 봤다. “피해자의 항거를 불능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은 맞지만 강간은 아니”라는 논리가 어떻게 가능한지 물었고, 장애여성공감과 색동원 공대위는 시설장의 위력 아래 놓인 입소자에게 ‘저항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를 준 재판부를 규탄했다. 재판부는 폭행과 협박의 흔적을 찾았고, 당사자들은 저항이 불가능했던 공간을 말한다. 두 말이 어긋나는 자리가 이 판결의 쟁점이다.

해협에 자기 이름을 붙이자는 대통령에게, 상원의원은 기름값을 들이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트루스소셜에 “이제 미국이 통제하니 호르무즈 해협의 이름을 트럼프 해협으로 바꿔야 하지 않겠냐”고 썼다. 전쟁 전 하루 138척이 지나던 해협을 이날 지난 배는 6척이었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미국인이 원하는 것은 개명이 아니라 “디젤 1갤런을 5.69달러, 휘발유를 4.12달러로 올린 불법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며 “당신은 대통령이지 미친 왕이 아니다”라고 받았다. 이 글은 25만 회 넘게 읽혔다. 138척이 6척이 된 해협에 붙일 이름을 두고 대통령과 상원의원이 다툰 하루였다.

오늘의 단어
항거불능

형법의 강간죄는 폭행이나 협박을 요건으로 삼고, 대법원은 오랫동안 그 정도를 피해자의 저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매우 어렵게 할 수준으로 좁게 읽어 왔다. 이것을 ‘최협의설’이라 부르고, 그 기준을 넘는 상태를 항거불능이라 한다. 색동원 재판부가 강간 혐의 하나를 무죄로 본 근거가 이 잣대였다. 문제는 시설장이 밥과 잠자리와 외출까지 쥔 공간에서 저항이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느냐다. 저항의 흔적을 죄의 조건으로 세우면 저항할 수 없던 사람은 법 앞에서 한 번 더 지워진다. 동의 여부를 기준으로 삼자는 비동의강간죄 논의가 이 판결에서 다시 살아나는 이유다.

오늘의 말
주목열다섯 살의 호소문이 교육부의 안내서보다 먼저 학교를 말했다

김정희원 애리조나주립대 교수가 2일 오전 옮긴 15살 퀴어 학생의 문장은 이렇다. “학교에서조차 저희를 외면한다면 사회는 영원히 달라지지 못할 거예요.” 교육부는 혐오 · 차별 대응 가이드북에서 성소수자 항목을 지운 채 9월 배포를 준비 중이고, 1일에는 132개 단체가 빗속에서 삭제 철회를 요구했다. 김 교수는 “대체 왜 국가가 공식적으로 차별한다는 감각을 익혀야 할까”라고 물었다. 안내서가 지운 것은 낱말 하나지만, 그 낱말이 가리키던 학생은 교실에 그대로 앉아 있다. 이 발언을 오늘 기록하는 이유는 그 학생이 안내서보다 먼저 학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했기 때문이다.

05
오늘의 주장

1.  노동부의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은 발표 당일 노동계 전체를 한자리에 모았다. 민주노총「노동3권을 정부가 허락하는가.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 즉각 폐기하라」에서 “정부가 나서 교섭대상에 과도한 기준을 설정하는 것은, 노동의 대가에 대한 합리적 분배 요구조차 교섭 테이블에 올리지 못하게 막고 있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반헌법적’ 노동3권 말살 지침 폐기하라」에서 지침을 “노사 자율교섭의 토대를 뒤흔들고 사용자의 부당한 교섭 거부를 방조하기 위한 졸속 꼼수”로 불렀다. 공공운수노조는 노동위원회가 사실상 교섭을 허가하는 자리가 됐다고 반발했고, 한국노총은 요구의 형식만으로 쟁의 대상을 가르는 자의적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네 단체는 지침에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정부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노동위원회의 행정지도와 사용자의 교섭 거부를 거쳐 현장에서 규범으로 굳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 같은 자리에 섰다.

2.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선에는 진보정당과 시민단체가 나란히 문제를 제기했다. 녹색당정의당, 노동당은 같은 제목의 성명 「성평등도 민주주의도 없는 위성정당 편법 정치를 끝내라」를 차례로 내고 “편법으로 원내에 진입한 인사가 행정부 부처의 수장까지 맡는 것은 잘못된 선례”라고 밝혔다. 정의당은 따로 「공사분명하라, 김승원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라」에서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해소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참여연대「김승원 후보자 ‘청탁 의혹’ 철저한 소명이 필요하다」에서 기소유예 처분이 유죄 판결은 아니지만 “법무부장관직 수행의 결격사유가 될 수 있다”며 청문회에서의 소명을 요구했다. 겨눈 지점은 위성정당의 절차, 검찰 지휘의 이해충돌, 청탁 의혹으로 각기 다르지만, 세 성명은 인선이 스스로 정당성을 깎아 먹고 있다는 판단에서 만난다.

3.  자본과 정부의 결정이 노동자의 삶을 바꾸는 세 장면에 성명이 하나씩 붙었다. 홈플러스 회생계획 인가 다음 날 서비스연맹「투기자본이 망친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살려냈다」는 제목으로 정부에 투기자본 규제와 책임 있는 인수합병을 요구했다. HL만도에서 6년간 끼임 사고 21건이 반복된 HL그룹을 두고 금속노조는 「공정위는 HL그룹 사익 편취 조사 결과 발표하라」에서 “8개월째 침묵하는 공정위, 그 사이 승계 작업은 가속”된다며 “출자하는 2,170억원은 아깝지 않고, 노동자의 목숨을 지키는 안전 비용은 그렇게 아까웠는가”라고 물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공공기관 통폐합과 2차 지방이전을 발표한 직후인 3일 오후 4시 3분 「공공기관 통폐합 · 지방이전, 정부 일방 발표 규탄한다」를 내고 “그동안 노정이 쌓아온 노정협의의 취지를 외면한 발표”라고 비판했다. 사모펀드의 회생, 재벌의 승계, 정부의 조직 개편은 서로 다른 일이지만 세 성명이 던지는 물음은 하나다. 그 결정이 내려질 때 당사자는 어디에 있었는가.

한편 녹색당은 「네팔 대홍수, 한국도 책임 있다」에서 참사의 책임을 “북반구의 탄소 다배출 국가들을 비롯한 전 인류”에게 돌리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촉구했다. 정의당은 「성장의 미래만 있고 생존의 미래는 없는 2027년 예산안」에서 세수 증가분이 반도체와 AI에 몰린 사이 “실업소득 지원 예산은 14.1조 원에서 13.9조 원으로 오히려 줄었다”고 짚었다.

06
사설 · 칼럼 비평
비판청탁한 사람은 나무라면서, 청탁을 기소하지 않은 검찰은 나무라지 않는다

후보자를 겨눈 문장은 촘촘한데 그 후보자를 봐준 검찰을 겨눈 문장은 한 줄도 없는 사설이다. 한동훈 의원이 공개한 식약처장 앞 문자와 500만 원 후원 정황을 차례로 놓고, 검찰이 혐의를 인정하고도 재판에 넘기지 않은 기소유예 처분까지 짚었다. 의혹 자체는 한겨레 사설도 같은 날 해명을 요구했을 만큼 진영을 가리지 않는다. 다만 혐의를 인정하고도 기소하지 않은 검찰의 판단이 옳았는지는 이 사설이 묻지 않는다. 그 재량이야말로 이 신문이 검찰개혁에 반대할 때마다 지키려던 권한이기 때문이다.

비판논문이 잰 것은 지위 경쟁인데, 사설은 그것을 사교육으로 읽었다

연구가 재고 사설이 옮기는 사이에 낱말 하나가 바뀐 사설이다. 한국은행과 CEPR, OECD 공동 콘퍼런스 논문은 1970년대 초반 태생 여성이 ‘지위 경쟁’이 없었다면 1.92명이 아닌 2.45명을 낳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사설은 이 수치를 사교육이 출산율을 깎았다는 증거로 읽는다. 그런데 지위 경쟁을 만드는 것은 학원이기 전에 학벌에 따라 임금과 고용이 갈리는 노동시장이다. 그 격차를 그대로 두고 사교육비만 낮추면 경쟁은 학원 밖 다른 자리에서 이어진다. 경쟁의 비용은 재면서 경쟁의 상금이 왜 그렇게 큰지는 묻지 않는 사설이다.

주목전쟁이 끝나기 전에 전쟁범죄를 묻는 글

전쟁이 끝난 뒤에야 나오던 종류의 글을 전쟁 여섯 달째에 쓴 국제법 학자의 글이다. 개전 첫날 이란 남부 도시 미납의 학교 폭격으로 156명이 숨졌고 그중 120명이 아이였다. 6월에는 2만 명이 쓰는 저수지가 정밀유도무기에 맞았다. 필자는 이 사건들을 국제인도법의 두 원칙, 민간인과 군사 목표를 구별할 의무와 “실행 가능한 모든 예방조치”를 취할 의무에 하나씩 대어 본다. 미국도 이란도 국제형사재판소 회원국이 아니어서 법정은 이 전쟁에 손을 뻗지 못한다. 남은 길은 두 나라가 자기 군대를 스스로 수사해 기소하는 것뿐이라고 필자는 쓴다. 책임을 묻는 길이 왜 이렇게 좁아졌는지, 그 구조에 이름을 붙인 글이다.

주목노조 편이 아니었다는 제목이 겨눈 쪽은 노조가 아니다
「노란봉투법 설계자는 노조 편이 아니었다」  이동철(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실장) 매일노동뉴스 · 09/03

제목만 보면 노조에 찬물을 끼얹는 글 같지만 화살은 반대쪽을 향한다. 필자가 인용한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의 말은 개정 노조법이 “원청 사용자와 하청 노조가 대화를 시작하라는 의미”라는 것이다. 노동위가 원청 사용자성을 졸속으로 인정해 사건이 폭증했다는 친기업 언론의 주장에 필자는 숫자로 답한다. 늘어난 사건의 38.4%는 부당해고 같은 개별 사건이고 원청 교섭을 다투는 노조법 사건은 3%에 그친다. 지침으로 쟁의 대상을 좁힌 날, 법이 실제로 무엇을 바꿨는지 재는 자가 필요한 글이다.

논쟁3억 원 차이를 한 달 만에 접은 정부, 그 3억은 시장이었나 상징이었나

‘부동산 불패’라는 시장의 말을 정부의 항복 선언으로 되돌려 준 사설이다.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9억 원으로 낮추려던 안을 한 달 만에 접고 12억 원을 유지했다. 사설은 이 후퇴가 “정부가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부동산 불패’ 신화만 입증한 결과”라고 본다. 정의당도 「한 달 만에 접은 종부세 정상화」에서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지 한 달 만에 뒤집었다”고 짚었다. 논쟁거리는 남는다. 공제 3억 원 차이가 부동산 시장을 움직일 크기였는지, 아니면 상징이었기에 접기도 쉬웠는지다. 상징이었다면 정부는 세수보다 더 큰 것, 다음 세제 개편을 믿게 할 신뢰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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