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는 경제를 운영하는 데 그다지 능숙하지 않지만, 자신이 경제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대단한 상상력을 발휘한다. 트럼프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투자 규모가 엄청나다고 끊임없이 자랑한다. 내가 마지막으로 들었을 때는 20조 달러였지만, 다음번에 트럼프가 이를 자랑할 때는 30조 달러나 40조 달러로 늘어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자랑은 현실과 전혀 관계가 없다. 트럼프의 주장과 달리 자동차 공장을 비롯해 각종 공장이 미국으로 몰려드는 호황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바이든 정부에서 급증했던 공장 건설은 트럼프가 백악관에 입성한 이후 급감했다.

트럼프의 투자 붐 주장이 얼마나 황당한지는 그가 베네수엘라 석유 650억 배럴을 장악하기 위해 맺은 협정을 살펴볼 때도 염두에 둬야 한다. 트럼프는 이 협정을 통해 휘발유 가격을 낮추는 동시에, 이란과의 전쟁으로 상당 부분 소진한 전략비축유를 다시 채울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사람들이 이 협정에서 노골적인 제국주의적 행태를 보고 불쾌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필요도 없다. 요점은 간단하다. 미국이 군사적으로 통제하는 나라에서 석유를 빼앗으려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협정이기 때문에, 미국이 세운 독재자가 베네수엘라를 통치하지 않게 되는 순간 트럼프의 협정은 거의 틀림없이 휴지통으로 들어갈 것이다.
베네수엘라 경제학자이자 야권 지도자인 리카르도 하우스만(Ricardo Hausmann)은 이 점을 잘 지적했다(마이클 토마스키(Michael Tomasky)도 《뉴리퍼블릭》(The New Republic)에 쓴 글에서 이를 인용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사실상 모두가 이 협정을 우스갯거리로 여긴다.
베네수엘라가 이 협정을 지키지 않는다면 미래의 미국 정부는 어떻게 할 것인가? 베네수엘라를 법정에 세울 것인가? 아니면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위해 미군 병사들을 보내 죽게 할 것인가?
당장 미칠 영향을 놓고 보면, 수도꼭지만 틀면 베네수엘라 석유가 막대한 양으로 쏟아져 나오는 상황도 아니다. 현재 베네수엘라의 하루 석유 생산량은 약 125만 배럴이다. 베네수엘라에는 막대한 석유 매장량이 있지만, 미국의 제재로 생산시설이 심각하게 노후화됐다. 필요한 부품을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했고, 세계 여러 나라에 석유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막히면서 자금도 부족했다.
베네수엘라가 석유 생산량을 2000년 무렵의 하루 300만 배럴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수십억 달러의 외국인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협정 때문에 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위험에 노출하면서까지 투자하려 할 가능성은 낮다. 투자가 수익을 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며, 그때는 이미 트럼프가 퇴임한 지 한참 지난 뒤일 것이다.
베네수엘라 석유로 전략비축유를 다시 채우겠다는 구상 역시 현실성이 없다. 베네수엘라산 원유는 점도가 매우 높은 중질유이며 산성도도 매우 높다. 미국의 전략비축유 시설은 가볍고 알칼리성인 원유를 저장하도록 설계돼 있다. 따라서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쉽게 저장할 수 없다.
요컨대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석유 협정은 미국으로 쏟아져 들어온다는 60조 달러의 외국인 투자와 같은 서류철에 넣어두면 된다. 둘 다 트럼프의 머릿속에만 존재한다.
[출처] Venezuelan Oil and Trump’s Imaginary $20 Trillion in Foreign Investment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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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베이커(Dean Baker)는 1999년에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를 공동 설립했다. 주택 및 거시경제, 지적 재산권, 사회보장, 메디케어, 유럽 노동 시장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세계화와 현대 경제의 규칙은 어떻게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가'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