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의 충돌은 의회가 여전히 대통령의 전쟁 수행 권한을 실질적으로 제약할 수 있는지, 그리고 미래의 대통령들이 어떤 권한을 물려받게 될지를 시험하고 있다.
2026년 5월 20일, 미국 민주당 태미 덕워스(Tammy Duckworth) 상원의원(일리노이주)이 루벤 가예고(Ruben Gallego) 상원의원(애리조나주), 팀 케인(Tim Kaine) 상원의원(버지니아주), 보트베츠(VoteVets) 회원들과 함께 미 국회의사당 밖에서 이란 전쟁과 이에 따른 휘발유 가격 영향을 주제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출처: VoteVets게시 영상 갈무리
8월 1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협상은 없다고 밝혔다. 미국은 해상 봉쇄를 계속했고, 테헤란은 워싱턴이 지난 6월 체결한 잠정 합의의 조건을 이행할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계속 봉쇄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교착상태는 트럼프가 남길 유산을 둘러싼 가장 중대한 질문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중요한 것은 트럼프가 이 전쟁에서 승리하느냐 패배하느냐가 아니라, 대통령의 권한을 확대하고 전쟁 수행을 견제하는 헌법적 장치를 약화하며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훼손한 채 떠나느냐다. 대통령은 임기를 마치고 떠날 수 있다. 하지만 전쟁은 대통령의 임기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
미국이 직면한 위험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트럼프와 이란의 대립은 군사작전을 넘어 헌법과 제도를 시험하는 문제로 발전했다. 미국 대통령이 의회의 명시적인 승인 없이 대규모 적대행위를 시작하고 지속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일단 전투가 시작된 뒤에도 의회가 대통령을 실질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그 답은 트럼프의 남은 임기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이후 들어설 모든 행정부에 선례를 남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핵심 쟁점은 단순히 트럼프의 외교정책이 아니다. 전쟁 수행 과정에서 대통령 권력이 아무런 견제 없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의회의 구체적인 승인 없이 이란과의 충돌에 뛰어들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행정부 권한을 광범위하게 해석해 왔고, 의회는 헌법이 부여한 자신의 권한을 되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전쟁권한결의(War Powers Resolution)는 불완전하지만, 의회의 동의 없이 행정부가 적대행위를 지속하는 능력을 제한하는 중요한 장치로 남아 있다.
행정부가 실질적인 군사 태세를 끝내지 않은 채 분쟁의 성격을 새롭게 규정할 수 있다면 위험은 특히 커진다. 전쟁권한 체계는 대통령이 일시적인 군사행동을 기한 없는 군사 개입으로 바꾸지 못하도록 설계했다. 의회가 승인하지 않는 한 법률은 일반적으로 대통령이 60일이 지나면 미군의 무력 사용을 중단하도록 요구한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법률이 규정한, 이른바 ‘60일 시한’이 대통령의 권한을 자동으로 제약해야 한다는 원칙 자체에 이의를 제기해 왔다.
이는 위험한 선례를 만든다. 대통령이 적대행위를 시작한 뒤 이를 제한적이거나 방어적인 행동이라고 규정하고, 법률이 정한 시한을 자의적으로 재해석한 다음, 의회의 명시적인 승인 없이 군사작전을 계속할 수 있다면 헌법이 규정한 전쟁 권한의 배분은 갈수록 유명무실해진다. 그 결과는 더 이상 가정에 머물지 않는다.
의회는 이란 문제를 둘러싸고 여러 차례 전쟁 권한을 행사하려 했다. 지난 6월 하원은 대통령에게 이란과의 적대행위에서 미군을 철수하도록 지시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이후 상원도 이를 채택했다. 7월에는 하원이 214대 208로 다시 전쟁권한결의를 통과시켰지만, 상원은 자체 결의안을 47대 49로 부결했다. 이러한 표결은 정치적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다. 의회는 대통령에 대한 제도적 충성과 공화국 헌법에 대한 충성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공화당 의원들에게 이 선택은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공화당 대통령이 실질적인 저항 없이 행정부 권한을 확대하도록 허용한다면, 미래의 민주당 대통령이나 또 다른 공화당 대통령도 전혀 다른 상황에서 그 권한을 그대로 물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는 의회가 트럼프를 좋아하느냐가 아니다. 대통령 권력이 스스로 계속 확대되도록 의회가 허용할 것인가가 문제다. 트럼프의 유산은 미국 국내의 헌정질서를 넘어선다. 그의 접근법은 예측 가능한 동맹관계, 제도적 제약, 다자외교, 그리고 미국이 대통령 개인의 선호가 아니라 규칙에 따라 힘을 행사한다는 원칙 등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토대를 압박해왔다.
이란과의 충돌은 이 문제를 매우 선명하게 보여준다. 지난 6월 합의는 휴전을 연장하고 이란 핵 프로그램 협상을 포함한 영구적인 해결책으로 나아갈 길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틀은 사실상 붕괴했다. 트럼프는 합의 연장을 거부했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대치는 계속되고 있으며, 해협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에 참여해온 미국의 협력국 오만을 상대로 군사행동에 나서겠다고 위협하기까지 했다. 전쟁에서 벗어날 길을 만들기 위해 마련한 장치가 해결되지 않은 대립의 또 다른 무대로 변했다.
워싱턴은 심지어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무기한 유지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전쟁은 이런 식으로 스스로 생명력을 갖기 시작한다. 일단 병력을 배치하고 적이 동원에 나서며 동맹국이 개입하고 경제적 이해관계가 영향받고 정치적 신뢰까지 전쟁의 결과에 걸리게 되면 철수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진다. 전쟁을 시작한 대통령은 결국 전쟁을 끝내는 것이 계속하는 것보다 정치적으로 더 위험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전쟁을 물려받은 대통령은 단순한 분쟁만 떠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전략적 구조 전체를 물려받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수도 있다. 이미 배치한 병력과 군사적 약속, 제재 체제, 역내 동맹관계, 보복할 유인을 가진 적대국, 그리고 개입 중단을 패배와 동일시하게 만드는 정치적 기대까지 모두 떠안게 된다.
따라서 트럼프가 퇴임해도 전쟁은 계속될 수 있다. 바로 여기에 그의 ‘미국 우선주의’가 지닌 더 깊은 역설이 있다. 불필요한 해외 개입을 줄이기 위해 내세웠다는 원칙이 오히려 새롭고 장기적인 해외 개입을 만들어낼 수 있다. 워싱턴이 명확한 정치적 최종 목표를 정하지 않은 채 군사적 강압에 의존할수록 무엇을 승리라고 규정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미국이 어떤 조건에서 철수할 수 있는지도 결정하기 어려워진다.
미국 민주주의가 치러야 할 대가도 마찬가지로 심각하다. 민주주의는 선거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선거에서 누가 승리하든, 그 권력을 제약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야 민주주의가 유지된다. 의회가 동의하지 않은 무모한 군사적 확전을 막을 의지나 능력을 잃는다면 미국의 헌정체제는 가장 중요한 안전장치 가운데 하나를 잃게 된다.
따라서 현재의 대립을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의 당파적 갈등으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진짜 쟁점은 미국이 여전히 전쟁을 대통령 개인의 특권이 아니라 국가 전체가 내려야 할 결정으로 여기는가다. 그러므로 의회는 트럼프 개인을 넘어서는 선택을 내려야 한다. 정당에 대한 충성을 택할 것인가, 헌법에 대한 충성을 택할 것인가다.
오늘 트럼프의 권한을 옹호하는 공화당 의원들은 자신들이 실제로 무엇을 지키고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이들은 단지 한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의 범위를 규정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일단 예외적인 권한이 선례로 자리 잡으면 그 권한은 좀처럼 처음 만들어진 상황에만 머물지 않는다.
미국은 행정부 권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극단적으로 달랐던 여러 대통령을 거치고도 살아남았다. 헌정체제가 그들을 거치면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제도들이 대통령 권력에 한계를 부과하려는 의지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의원들이 자신의 권한을 되찾지 못한다면 트럼프가 남길 가장 중대한 유산은 의회의 실질적인 승인 없이 미국을 전쟁에 끌어들이고 그 후과를 이후 행정부에 떠넘길 수 있는 대통령 권력을 정상적인 것으로 만들어버린 일이 될 수 있다. 트럼프는 언젠가 백악관을 떠난다. 그러나 그가 만든 선례는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출처] Trump’s Legacy: An Unchecked Presidency and a War That May Outlast Him | Portside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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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그 펜스(Greg Pence)는 샌프란시스코대학교(University of San Francisco)에서 국제학을 전공했으며, 그의 글은 《미들 이스트 모니터》(Middle East Monitor)를 비롯한 여러 매체의 웹사이트에 실렸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