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 전역의 시위를 움직이는 같은 적

세르비아에서는 정치권과 다국적 자본의 결탁이 장기적인 시위 운동을 촉발했다. 재러드 쿠슈너가 후원하는 초호화 개발 사업에 맞선 현재의 알바니아 시위도 이와 유사한 권력과 기업의 유착으로 움직이는 정실 자본주의를 겨냥하고 있다.

 

 

2026712일 알바니아 티라나(Tirana) 도심에서 재러드 쿠슈너를 비롯한 국제 투자자들이 참여한 초호화 관광 개발 사업 계획에 반대하는 시위가 42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수천 명의 시위대가 집결해 있다. 출처: Anonymous TV

나는 최근 알바니아에서 벌어지는 시위를 특별한 관점에서 지켜보고 있다. 나 역시 세르비아에서 벌어진 유사한 대규모 시위의 한 참여자였기 때문이다. 2024년 나는 세르비아 농촌을 파괴할 위험이 있는 독일 지원 리튬 채굴 사업과 관련한 논란의 경제 데이터를 폭로하는 학술 논문을 발표한 뒤 3개월 동안 살해 협박을 받았다. 일부 협박은 독일어로 작성됐고 당시 올라프 숄츠(Olaf Scholz) 독일 총리의 세르비아 방문 직후 이어졌기 때문에 이 사건은 국제적 관심을 끌었다. 이 사건은 현재도 유엔이 조사하고 있으며, 영국 일간 <가디언>도 이를 보도했다. 이 보도는 당시 세르비아 전역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와 그 이후 이어진 정부의 탄압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 도움이 됐다. 그보다 앞서 나는 이른바 '야다르 선언'으로 알려진 연대를 통해 포르투갈, 칠레, 스페인, 독일 등 여러 나라의 활동가와 지역사회를 세르비아의 리튬 채굴 반대 운동과 연결하며 국제 연대를 구축하는 데 참여했다. 내 사건에서 협박이 시작된 것도 바로 이러한 국제적 연대 때문이었다.

따라서 지난 한 달 동안 재러드 쿠슈너가 후원하는 환경 파괴적 초호화 리조트 개발 사업에 반대하며 이어진 알바니아 시위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물론 모두가 이런 견해를 공유하는 것은 아니다. 수십 년간 이어진 민족주의와 전쟁은 세르비아와 알바니아 사이에 깊은 분열을 남겼다. 그러나 두 나라에는 중요한 공통점도 있다. 두 정부 모두 현재 해외 자본이 주도하는 개발 사업과의 유착 때문에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있다. 이는 양국 모두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변화다. 시민들은 더 이상 국가와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는다. 대신 두 사회 모두에서 시민과 국가 권력 사이의 간극이 커지고 있으며, 국가 권력은 미국과 다른 글로벌 엘리트가 주도하는 사업을 지키기 위해 자국민을 탄압하고 있다.

세르비아처럼 알바니아도 인재 유출을 겪었다. 알바니아는 1991년 이후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100만 명이 넘는 국민이 해외로 이주했다. 유엔의 공식 추산에 따르면 현재 전체 인구의 43% 이상이 해외에 거주한다. 두 나라 모두 환경 갈등이 심화하고 있으며, 정치권의 야당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거나 알바니아의 경우처럼 때로는 자원 개발 산업과 이해를 같이한다. 노동조합 역시 여전히 취약하다. 또한 두 나라 모두 미국 자본의 주요 투자 대상이 되고 있다. 즈베르네츠(Zvërnec) 초호화 리조트 사업 이전에도 쿠슈너는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Belgrade)에서 부동산 개발 사업에 참여했다. 그는 1999년 나토(NATO) 공습의 흔적으로 지금까지 기념 공간으로 보존해 온 구 참모본부 건물을 재개발하려 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사업은 트럼프 측 인맥과 연계된 초호화 개발 사업이었으며,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킨 끝에 결국 철회됐다.

발칸에서 쿠슈너의 행보는 이 지역에서 미국 패권이 변화하는 더 큰 흐름을 상징한다. 일부에서는 이를 '트럼프의 발칸 독트린'이라고 부른다. 세르비아에서 미국은 2024년 기준 세 번째로 큰 해외 투자국이었으며, 세르비아 정부와 역사적인 에너지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지난 5월에는 총사업비 26억 유로 규모의 제르다프 3(Đerdap 3) 수력발전 프로젝트도 주세르비아 미국대사관이 공식 홍보했다. 비슷한 흐름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도 나타난다. 이 나라에 대한 미국의 투자 규모는 2022610만 유로에 불과했지만, 앞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은 보스니아와 크로아티아를 연결하는 액화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 건설을 위해 양국 간 15억 유로 규모의 사업을 성사시켰다. 이 사업은 미국산 LNG 수출 확대를 위한 핵심 프로젝트다. 공사는 도널드 트럼프와 연계된 미국 기업인 AAFS 인프라스트럭처 앤드 에너지(AAFS Infrastructure and Energy)가 맡으며, 보스니아 정부도 이를 공식 승인했다.

같은 방식은 현재 알바니아도 변화시키고 있다. 알바니아에 대한 미국의 투자 규모는 2020년 약 1억 달러에서 20233억 달러 이상으로 증가했다. 앞으로는 더욱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리스와 협력해 총사업비 6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알바니아를 LNG 허브로 육성하려 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에너지 투자는 발칸 전역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202510월 미국 의회가 통과시킨 '서부 발칸 민주주의 및 번영법(Western Balkans Democracy and Prosperity Act)'에 담긴 전략과도 일치한다. 이 전략은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을 축소하려는 미국의 시도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후 세르비아의 러시아 소유 석유 부문이 제재를 받아 공급 불안과 자국 통화에 대한 압력이 커진 이유도 이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이는 베네수엘라부터 이란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협력국들 사이의 에너지 흐름을 제한하려는 더 큰 전략의 일부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발칸은 현재 미국 패권이 재편되는 새로운 흐름 속으로 편입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만 쿠슈너의 14억 달러 규모 알바니아 개발 사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전례 없는 일도 아니다. 피터 틸(Peter Thiel) 역시 정보기술(IT) 전문가와 인종적으로 배타적인 엘리트가 거주하는 지중해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 구상은 민주주의와 인권보다 자본을 노골적으로 우선시한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 미국 자본이 확대되는 것은 단순히 투자 증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발칸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도 뜻한다. 더 나아가 수많은 새로운 개발 사업이 등장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일부는 매우 우려스럽다.

실제로 발칸은 다시 한번 강대국 간 지정학적 경쟁의 무대로 변하고 있으며, 이는 유럽의 안정을 흔들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점에서도 발칸 내부의 연대는 앞으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따라서 알바니아와 세르비아 시민들이 자국 정부가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지, 아니면 글로벌 자본의 대리인으로서 그 요구를 국민에게 강요하는 역할을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아주 타당하다. 보스니아 시민들도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현재 보스니아의 시위는 아직 지역 단위에 머물고 있지만, 2014년처럼 전국으로 확산한 사례도 있었다. 세 나라 모두에서 국가는 점점 해외 자본과 그들의 거대 개발 구상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기능하는 반면, 자국민은 탄압하는 모습이 두드러지고 있다.

분열을 넘어

역사적으로 발칸은 민족 갈등과 외부 세력의 경쟁 속에서 형성된 분열을 겪어왔다. 이러한 분열은 이 지역을 자원 수탈에 취약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자원 확보를 둘러싼 대리전 양상을 띠어가는 현재의 갈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치적·경제적 차원에서 범발칸 전략을 구축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이러한 분열을 극복해야 한다.

광산 개발과 생태계 파괴 같은 문제는 국경을 초월한다. 이러한 문제는 환경 파괴적 사업을 추진하는 국가 권력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국경을 넘어 공동의 이해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물질적 기반을 제공한다. 이런 의미에서 지금 발칸에서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과거에는 국가별로 고립된 운동이 초국적 권력에 맞서 성공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세르비아와 보스니아, 다른 발칸 국가들이 알바니아의 시위를 지지하는 것은 단순한 도덕적 연대가 아니라 전략적 필수 과제다.

발칸이 엘리트들의 거대 개발 사업을 위한 또 하나의 주변부이자 자원 수탈을 둘러싼 강대국 경쟁의 대리 무대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국민국가의 틀만으로 사고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지금은 발칸 자체를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공간도 열리고 있다. 최근 세르비아 생태환경단체연합(Alliance of Ecological Organizations of Serbia)을 포함해 발칸 전역 30여 개 단체가 참여하는 '발칸 자연 보호 지역연합(Regional Alliance to Defend the Nature of the Balkans)'은 알바니아의 환경운동가와 지역사회, 시민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또한 리튬 채굴 반대 운동에서는 보스니아와 세르비아 지역사회가 국경을 넘어 제한적이나마 연대한 사례도 있었다. 다시 말해 통합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 전반의 더 깊은 협력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여전히 크다. 보스니아와 세르비아, 알바니아 모두 야권이 취약해 이러한 에너지를 정치적으로 결집하지 못하거나, 일부는 오히려 이에 반대하기도 한다. 만약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세력이 등장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조직할 수 있다면, 그리고 세르비아 학생운동이 일부에서 보여준 것처럼 이를 실제 정치로 연결할 수 있다면, 이러한 협력은 발칸을 바꿀 수도 있다. 적어도 현재의 상황은 발칸이 새로운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오래된 구상을 외면할 수 없다. 발칸 연방(Balkan federation) 구상은 약 100년 전, 지금과 같은 과정에서 발칸 전체가 외부 세력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등장했다. 오늘날 발칸은 다시 하나의 선택 앞에 서 있다. 많은 시위 참가자들이 우려하듯 이 지역은 다시 자원 식민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 반대로 연대와 상호 협력의 길을 선택한다면 이러한 운명을 피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무엇이 걸려 있는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출처] The Same Enemy Is Driving Protests Across the Balkans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알렉산다르 마트코비치(Aleksandar Matković)는 세르비아 베오그라드(Belgrade) 경제과학연구소(Institute for Economic Sciences) 연구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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