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과 정부 부채 논쟁

출처: Unsplash+, Studio YW

AI 거품이 존재하고 곧 붕괴할 것이라면, 우리는 정부 부채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반대로 AI 거품이 없고 AI가 곧 경제를 크게 바꿔놓을 것이라면, 역시 정부 부채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 밖의 모든 경우에는 정부 부채를 걱정해야 한다.

내가 보기에는 가능한 경우의 수는 AI 거품이 있다고 보는 경우와 그렇지 않다고 보는 경우로 모두 나뉜다. 그렇다면 여기서 이 논리를 성립시킬 수 있다면, 우리는 정부 부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AI 거품이 있다면: 사람들은 정부 부채를 걱정해야 할까?

먼저 AI 거품이 존재하는 경우부터 살펴보자. 현재 미국 경제를 이끄는 핵심 동력 가운데 하나가 AI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중 일부는 AI 관련 투자에 대한 직접 지출이다. 2분기에는 정보처리 장비에 7,500억 달러를 지출했다. 2017년 달러 기준으로 보면 2023년보다 2,600억 달러 늘어난 규모다. 소프트웨어 지출은 9,600억 달러로, 2023년보다 2,400억 달러 증가했다. 데이터센터에는 300억 달러를 지출했다.

정보처리 장비와 소프트웨어 지출 증가분의 80%AI와 관련돼 있다고 가정하면 그 규모는 4,000억 달러에 이른다. 여기에 데이터센터 지출 300억 달러를 더하면 AI 투자에 총 4,300억 달러, GDP1.6%를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AI 거품이 꺼진다면 이 지출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음은 소비 효과다. 임금과 고용 증가가 정체한 상황에서 소비를 떠받치는 것은 임금소득이 아니라 주가 상승에 따른 자산 효과라는 점을 많은 사람이 지적해 왔다. 기업 이익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른 가운데, 주가수익비율(PER) 역시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다.

현재 미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약 80조 달러다. AI 거품이 붕괴하면 주식시장은 가치의 20~30%를 쉽게 잃을 수 있다. 이는 16~24조 달러의 자산이 사라지는 것을 뜻한다. 실제 하락폭은 이보다 더 클 수도 있다. 과거 닷컴 거품이 붕괴했을 때 S&P 지수는 50%, 나스닥(NASDAQ) 지수는 80% 하락했다. 주가수익비율이 역사적 평균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주가가 약 50%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는 20~30% 하락만 가정해 보자. 자산 감소가 소비에 미치는 효과는 일반적으로 1달러당 약 3센트 정도로 추산한다. 따라서 16~24조 달러의 자산이 사라지면 연간 소비가 4,800~7,200억 달러 줄어들게 된다. 이는 GDP1.5~2.2%에 해당한다.

투자 감소와 소비 감소를 합치면 AI 거품 붕괴로 총수요가 GDP3~4% 줄어들 수 있다. 이는 매우 심각한 경기침체를 의미한다. 주택 거품 붕괴로 발생한 2008~2009년 경기침체만큼 심각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고 실업률이 2~3%포인트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그 시점이 되면 재정적자가 늘어나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정부 부채보다 실업률을 낮추고 경제를 다시 성장 궤도에 올리는 데 훨씬 더 관심을 가질 것이다. 앞으로 100년 동안 정부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느냐는 우려를 키우는 높은 금리도 연방준비제도(Fed)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대폭 인하하면 다시 낮아질 것이다. 대침체 이후 회복 과정에서도 그랬듯이 여전히 정부 부채를 문제 삼는 사람들은 있겠지만, 대체로 그 주장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AI 거품이 곧 붕괴해 경제를 침체에 빠뜨리고, 수십조 달러의 시장가치를 날려버리며, 수백만 명을 실업자로 만들 것이라고 본다면, 재정적자를 놓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과연 우리의 시간을 쓸 만한 일일까. 주요 언론이 귀중한 지면을 할애할 만한 사안일까.

AI 거품이 없는 시나리오

AI 거품이 존재하는 시나리오에서도 정부 부채를 걱정할 이유가 없다면, 거품이 없는 시나리오에서는 그럴 이유가 더욱 적다. 현재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합리적인 수준이라면, 이는 가까운 미래에 이들 기업의 이익이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라는 뜻이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미국 경제가 대부분의 경제 전망에서 가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성장해야 한다. 여기에는 대부분의 예산 분석에서 기준으로 삼는 미 의회예산국(CBO)의 전망도 포함된다.

따라서 미래 어느 시점에서 정부 부채가 얼마나 큰 부담이 될지를 평가하려면, AI가 생산성을 크게 끌어올릴 가능성을 반영해 성장률 전망부터 상향 조정해야 한다. 이런 가정에 맞춰 나는 CBO의 연간 생산성 증가율 전망을 1.5%에서 2.5%1%포인트 높였다.

이는 큰 폭의 상향 조정이지만, 그래도 성장률은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정보기술 호황기에 기록했던 연평균 3.0%보다 낮고,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장기 황금기인 1947년부터 1973년까지의 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한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 것처럼 일자리를 대거 없애는 노동시장 재앙과도 거리가 멀다.

연간 생산성과 GDP 성장률이 1.0%포인트 더 높아진다면, 2036GDP는 의회예산국(CBO)이 현재 전망하는 것보다 약 4조 달러 더 커질 것이다. 2026년 달러 기준으로 CBO2036GDP38조 8천억 달러로 전망하고 있지만, 이 경우에는 42조 8천억 달러에 이르게 된다. 4조 달러의 차이는 CBO가 예상했던 성장률보다 가구당 약 3만 달러의 추가 소득이 생기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재정적자와 정부부채는 어떻게 봐야 할까. 다른 정책 변화가 없다고 가정하면, 성장률이 빨라지는 것만으로도 세수 증가폭이 정부 지출 증가폭보다 커져 재정적자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점은 일단 제쳐두고, 앞으로 10년 동안 현재와 비슷한 연간 2조 달러의 재정적자를 계속 내는 경우와 허리띠를 졸라매 연간 적자를 1조 달러까지 줄이는 모범적인경우를 비교해 보자. 분명히 해두자면, 연간 재정적자를 1조 달러 줄이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특히 군사비를 대폭 늘리려는 대통령이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10년이 지나면 연간 2조 달러의 적자를 내는 경우 정부부채는 연간 1조 달러의 적자를 내는 경우보다 10조 달러 더 많아진다. 여기서는 이자 누적 효과를 무시했지만, 이 논의에서는 큰 차이를 만들지 않는다. 이렇게 부채가 10조 달러 더 늘어나면 2036년에는 모범적인 경우보다 이자비용을 연간 3,500~4,000억 달러 더 부담해야 한다.

물론 이자비용을 4,000억 달러 덜 내는 편이 더 낫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소득이 4조 달러 더 많아진 상황에서 이것이 정말 악몽 같은 시나리오일까. 다른 식으로 생각해 보자. 앞으로 10년 동안 우리가 재정을 건전하게 운영했지만, AI 호황은 나타나지 않아 CBO의 전망이 정확히 맞았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의 소득 수준과 연간 이자비용 4,000억 달러 감소를, AI 호황이 나타나 소득은 더 많지만 연간 이자비용도 4,000억 달러 더 부담하는 경우보다 더 선호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AI 호황 시나리오가 맞다면, 정부부채를 그다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재정적자와 정부부채를 더 줄일 수 있을까?

현재 우리가 목격하는 공포에 심각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부채에 대한 우려와 별개로 재정적자를 줄이는 몇 가지 조치를 할 수 있다. 그중 가장 먼저 할 일은 사람들이 내야 할 세금을 제대로 걷는 것이다. 미 국세청(IRS)은 이용 가능한 최신 자료인 2022년 기준으로 세금 격차6,000억 달러를 넘었다고 추산했다.

분명히 하자면, 이는 개인이나 기업이 세법상의 각종 허점을 이용해 합법적으로 덜 낸 세금이 아니다. 모든 허점을 이용하고 난 뒤에도 실제로 내야 하지만 내지 않은 세금이다. 이 격차의 대부분은 이웃집 변기를 고쳐주고 받은 돈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은 배관공 때문이 아니라, 기업과 부유층이 자신들이 내야 할 세금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다.

현재 세금 격차는 거의 확실히 당시보다 훨씬 커졌을 것이다. 경제 규모 자체가 커졌을 뿐 아니라, 일론 머스크와 그가 이끈 DOGE 조직이 세법 집행을 담당하던 국세청 직원 상당수를 해고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가 탈세 같은 범죄에 대해서도 사실상 사면을 돈을 받고 파는 듯한 관행을 보인다는 점은 더 많은 부유층이 세금을 내지 않는 쪽을 택할 가능성을 사실상 보장한다.

세법, 특히 법인세 제도를 바꿔 정부 세수를 줄이고 쓸모없는 조세회피 산업을 키우는 여러 조세회피 수단을 없앨 수도 있다. 기업 측에서 가장 분명한 방법은 법인소득세를 없애고 기업이 정부에 의결권 없는 주식을 넘기도록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25%의 세율을 목표로 한다면, 기업은 전체 주식의 25%에 해당하는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정부에 넘겨야 한다.

이 주식은 의결권이 있다는 점만 제외하면 일반 주식과 똑같이 취급돼 같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 혜택을 받는다. 이런 방식이라면 기업이 자기 주주들까지 속이지 않는 한 정부에 내야 할 세금을 빼돌릴 방법이 없다.

재정적자를 줄이는 세 번째 방법은 미국의 의료비를 다른 부유한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프랑스나 독일을 비롯한 다른 부유한 국가들의 평균보다 1인당 의료비를 두 배가량 더 지출한다. 그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의약품과 의료기기에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이들 제품에 특허 독점권을 주지 않는다면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자유시장에서는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가격이 낮아진다. 그러면 일반인도 쉽게 구매할 수 있고,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같은 정부 프로그램의 지출도 줄어든다.

특허로 보호받는 높은 의약품 가격은 제약회사들이 약의 안전성과 효과에 대해 거짓말을 할 유인을 제공하기 때문에, 자유시장 가격 체제는 의료의 질도 개선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신약 개발에는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국립보건원을 통해 이미 시행하고 있듯이 직접적인 공공 재정 지원 등 다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어쨌든 우리는 그 자체로 좋은 경제정책이면서 동시에 재정적자를 줄이는 효과도 있는 여러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좋은 정책이기 때문에 시행해야 한다. 재정적자 감소는 주된 목표가 아니라 덤으로 따라오는 혜택이다.

물론 또 하나의 장점도 있다. 이런 조치를 시행하면 재정적자를 끊임없이 경고해 온 재정 매파들이 더 이상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출처The AI Bubble and Government Debt: Can Anyone Bring Logic to a Policy Debate?

[번역] 이꽃맘 

 
덧붙이는 말

딘 베이커(Dean Baker)는 1999년에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를 공동 설립했다. 주택 및 거시경제, 지적 재산권, 사회보장, 메디케어, 유럽 노동 시장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세계화와 현대 경제의 규칙은 어떻게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가'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