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선, 막판까지 초접전

브라질 대통령선거가 다가오면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Luiz Inácio Lula da Silva)는 보우소나루 정치 가문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Flávio Bolsonaro)와 매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 선거는 브라질의 민주주의 세력과 반동적 블록의 권력 복귀를 둘러싼 싸움이다.

플라비우 보우소나루는 불명예스럽게 퇴진한 브라질 전 대통령의 아들이며, 그의 선거운동은 여러 스캔들에 휘말렸지만, 다가오는 대통령선거에서 여전히 룰라(Lula)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선거가 결선투표로 이어질 경우 여론조사상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초접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 Henry Rodrigues, Unsplash

10월 4일 브라질 대통령선거가 다가오면서 룰라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정치 가문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와 매우 팽팽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룰라는 1차 투표를 앞둔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두 사람이 결선투표에서 맞붙을 경우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접전 양상을 보인다.

이번 선거는 단순히 두 명의 상반된 후보가 맞붙는 선거가 아니다. 브라질의 민주주의 세력과 반동적 블록의 권력 복귀를 둘러싼 싸움이다.

룰라의 도전

룰라는 81세의 나이로 네 번째 대통령 임기에 도전하고 있다. 브라질 헌법은 이를 허용한다. 한 사람이 연속으로 두 차례를 넘겨 대통령직을 맡지만 않으면 전체 재임 횟수에는 제한을 두지 않는다.

룰라는 2002년 첫 승리를 거둔 뒤 성공적인 두 차례 임기를 마쳤다. 그의 정부는 보우사 파밀리아(Bolsa Família) 같은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통해 수백만 명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했고, 브라질의 교육과 보건의료 체계를 크게 확대했으며, 유엔에서도 주목할 만한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

룰라는 2010년 지지율 87%를 기록하며 퇴임했다. 당시 버락 오바마가 그를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이라고 표현했을 정도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그가 정치 무대에서 떠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후임자인 지우마 호세프(Dilma Rousseff)는 적대적인 의회와 만연한 부패, 브라질 경제의 둔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결국 2016년 탄핵당했다. 많은 이들은 이를 ‘연성 쿠데타’라고 부른다.

룰라는 2018년 대통령선거에 다시 출마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라바 자투(Lava Jato·‘세차’) 부패 수사로 부패 혐의를 받아 체포됐다. 룰라가 출마하지 못하게 되자 극우 후보 자이르 보우소나루는 노동자당(PT) 소속 룰라의 동료 페르난두 아다지(Fernando Haddad)를 꺾고 대통령이 됐다. 라바 자투 수사를 이끈 핵심 인물 세르지우 모루(Sergio Moro) 판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보우소나루 정부에서 직책을 맡았다.

이후 추가 폭로로 룰라에 대한 수사의 신뢰가 무너지고, 수사를 주도한 모루가 심각하게 편향돼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대법원은 룰라의 유죄 판결을 무효로 했고, 그는 석방됐다. 룰라는 보우소나루 집권 4년의 참담한 시기를 거친 뒤 2022년 대선에서 승리했고, 패배한 상대가 벌인 쿠데타 시도도 막아냈다. 보우소나루는 현재 실패한 쿠데타에 관여한 혐의로 수감돼 있으며 공직 출마도 금지됐다.

정치 무대의 전면으로 승리감 넘치게, 어떤 이들은 메시아처럼 복귀했다고 표현하는 룰라가 돌아온 지 4년이 지났지만, 그의 정부가 내세울 만한 성과는 미지근한 수준에 그쳤다. 적대적인 의회의 영향이 컸고, 정부는 소셜미디어 시대에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룰라는 1970~80년대 민주주의 투쟁이라는 이제는 지나간 시대에 뿌리를 둔 인물이며, 시민적이고 민주적인 분위기가 강했던 2000년대에 정치적 정점에 올랐다. 지금 그가 가장 큰 호소력을 갖는 이유는 허위정보가 넘쳐나고 극도로 양극화한 2020년대 브라질에서 자신이 민주주의를 지킬 유일한 인물이라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우소나루 2.0

하지만 이런 호소력은 다소 미온적이며 많은 젊은 유권자에게는 충분하지 않다. 극우에 반대한다는 것만으로 정치인이 끌어낼 수 있는 지지에는 한계가 있다. 플라비우 보우소나루는 아버지보다 겉모습은 더 점잖지만, 내용에서는 조금도 덜 악랄하지 않으며, 복음주의 우파의 확고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브라질 금융계 인사 다수의 지원도 받고 있고, 미국의 공개적인 지지도 받고 있다.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그의 동생 에두아르두는 도널드 트럼프에게 브라질에 관세를 부과하라고 촉구하는 데 거의 혼자 힘으로 나섰다.

보우소나루는 일련의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후보로서 생존할 수 있을지 의문을 받았다. 그는 기묘한 전개를 보인 대형 금융 스캔들에도 연루됐다. 부패한 은행가에게 자신의 아버지를 다룬 전기영화 제작비를 대달라고 요청했고, 그 영화에서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the Christ)》의 짐 커비즐(Jim Caviezel)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역을 맡을 예정이었다. 보우소나루는 복음주의 진영에서 스스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계모 미셰우(Michelle)와도 결별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그의 행보를 막지 못했고, 그는 9월 들어 여론조사에서 강하게 반등했다. 그 배경에는 브라질 사법부의 핵심 인사이자 보우소나루 진영이 증오하는 알레샨드리 지모라이스(Alexandre de Moraes)가 자신의 부패 스캔들에 휘말린 일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이 사건은 보우소나루 진영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플라비우와 룰라가 결선투표에서 맞붙는다면 플라비우는 1차 투표에서 다른 후보를 찍은 유권자 대부분을 끌어올 수 있다고 기대할 것이다. 이 후보들은 모두 어떤 형태로든 우파에 속하며, 보우소나루 진영은 룰라보다 그들의 지지층에게 훨씬 더 강하게 호소한다. 실제로 이 후보들은 각자 나름의 영역을 차지하면서 브라질 우파의 스펙트럼을 깔끔하게 보여준다.

잡다한 우파

미나스제라이스(Minas Gerais) 주지사 호메우 제마(Romeu Zema)는 노부(NOVO), 즉 신당의 후보이자 사실상 유일하게 주목할 만한 인물이다. 노부는 자유지상주의와 사이비 기술관료주의를 내세우는 정당으로, 정부의 과도한 지출을 줄이고 부패한 국가기구를 없애겠다고 약속한다. 실제로는 모든 사회서비스를 민영화하고 국가기관을 해체한 뒤 가장 높은 값을 부르는 이들에게 팔아넘기겠다는 의미다.

브라질의 전통적 신자유주의 정치세력은 보우소나루식 극우의 부상 앞에서 무너졌다. 그래서 제마는 현재 브라질에서 과거 형태의 정치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다. 주지사 재임 기간 미나스제라이스의 주정부 부채가 급증했다는 사실만 봐도 그가 정부 운영에 어떤 접근법을 취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고이아스(Goiás) 주지사 호나우두 카이아두(Ronaldo Caiado)는 브라질의 전통적인 센트랑(Centrão), 즉 ‘거대 중도’의 대표자다. 센트랑은 정치적 입장이나 정책과 상관없이 자신의 권력을 지키는 데만 관심을 두는 비이념적이고 이익 중심적인 인사들로 구성된 의회의 거대한 세력을 뜻한다.

중서부 고이아스 주지사인 카이아두는 브라질 농산업 블록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이 블록은 면적이 작은 국가보다 더 큰 토지를 소유한 소수의 대지주들로 구성되며, 새로운 토지를 차지하기 위해 열대우림 개간을 계속하려 한다. 농산업 블록은 브라질에서 가장 강력한 로비 세력 가운데 하나이며, 룰라의 환경보호 정책에 정면으로 반대한다.

헤난 산투스(Renan Santos)는 자유브라질운동(Free Brazil Movement)의 정치 지도자다. 이 운동은 2010년대 초 등장한 반동적이고 미국 티파티(Tea Party)와 유사한 성격의 운동이다. 자유지상주의를 설파하고 좌파적인 모든 것을 악마화하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표현의 자유’를 옹호한다.

이 운동에는 불만을 품은 브라질 청년이 많이 참여하고 있으며, 상당수는 ‘매노스피어(manosphere)’ 같은 온라인 하위문화에 속해 있다. 이들은 현재 브라질 국가뿐 아니라 여러 민주주의 제도에도 적대적이다. 산투스는 선동적인 언사를 쏟아낸다. 룰라와 플라비우가 모두 불참한 8월 토론회에서 그는 두 선두 후보를 향해 욕설과 모욕을 퍼부었다.

그의 암호화된 파시즘적 입장과 연설, 성격은 자이르 보우소나루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보우소나루가 1960년대 군사독재를 동경하는 반동 정치인이었다면, 산투스는 일론 머스크와 피터 틸 같은 반국가적 기술 거물들의 그림자 아래 소셜미디어에 훨씬 능숙한 반민주적 미래를 지향한다.

자본주의적 사고

군소 후보 가운데 가장 기묘한 인물은 베스트셀러 작가 아우구스투 쿠리(Augusto Cury)다. 그는 자기계발서와 심리학에 대한 매우 의심스러운 주장으로 부자가 됐다. 쿠리는 자신을 “자본주의적 머리와 사회적 가슴”을 가진 중도 후보라고 소개하지만, 주요 정책이나 입장에 대해서는 모호한 태도를 보인다.

쿠리는 플라비우 보우소나루가 여러 스캔들에 휘말렸던 9월 초 며칠 동안 여론조사에서 11%라는 미미한 지지율로 3위까지 올라섰지만, 이후 다시 6%로 떨어졌다. 다른 후보들만큼 좌파와 중도 유권자에게 거부감을 주지는 않지만, 룰라와 전통적 좌파와도 분명히 거리를 두는 쿠리는 전형적인 ‘무소속형’ 후보다.

이 후보들 가운데 지지율이 5%를 크게 웃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들은 모두 보우소나루를 두려워하지만, 룰라만 아니면 다른 누구라도 선택하려는 보수 성향 브라질인 일부의 지지를 얻고 있다. 룰라가 의심할 여지 없이 정치와 선거의 거물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브라질 정치에서 젊은 세대가 등장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후계자나 대체 인물을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

지우마 호세프는 현재 세계개발은행 총재를 맡고 있으며, 페르난두 아다지는 여러 차례 선거 패배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마라냥(Maranhão) 전 주지사 플라비우 지누(Flávio Dino)는 인기와 카리스마를 갖춘 인물이었지만, 룰라가 2024년 그를 브라질 대법관으로 지명하면서 정치 무대에서 빠지게 됐다.

룰라는 2026년을 위한 후계자를 키우는 대신 네 번째 임기에 직접 도전하는 길을 선택했고, 그 결과 훨씬 젊은 후보와 맞붙게 됐다. 다가오는 선거 결과는 이 선택이 그의 오랜 정치 경력에서 넘기 어려운 마지막 고비가 될지를 보여줄 것이다.

[출처] Brazil’s Presidential Election Is Going Down to the Wire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올라부 파수스 지소자(Olavo Passos de Souza)는 스탠퍼드대학교 역사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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