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안전조치로 막을 수 있었던 청년의 죽음, 결국 HL만도의 경영책임

HL만도 평택공장에서 1998년생 청년 하청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목숨을 잃는 참담한 사고가 발생했다. 구체적인 사고원인과 법적 책임은 고용노동부와 경찰의 수사를 통해 명백히 밝혀져야 하겠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참담한 질문 하나를 피할 수 없다.

"법이 정한 가장 기본적인 안전조치만 제대로 지켰더라도, 이 죽음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HL만도 평택공장 청년 비정규직 故김승모 노동자. 출처: 금속노조

겹겹이 무너진 최소한의 안전망

이번 사고는 단 하나의 안전장치가 누락돼 발생한 불운이 아니다. 사람을 보호해야 할 여러 겹의 안전 체계가 동시에 무너져 내린 결과다. 사고 설비 출입구에는 필수적인 안전장치인 '인터록'조차 없었고, 현장을 통제해야 할 작업지휘자와 안전관리자는 부재했다. 설비 내부에서 정비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흔한 표지판 하나 걸려 있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법과 관련 규칙은 특별하고 거창한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사람이 설비 안에 들어가면 기계를 멈추고, 다시 작동하지 못하게 잠그고, 작업 중임을 알리며, 이를 통제할 사람을 두라는 것이다. 하청노동자라는 이유로 원청인 HL만도의 책임이 지워지는 것도 아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원청에게도 하청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 의무와 작업 조정의 책임을 명확히 부과하고 있다.

10년간 방치된 경고, 그리고 '안전 없는 안전 공사'

더욱 뼈아픈 대목은 이번 사고가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2016년 평택공장에서는 이미 이번과 유사한 끼임 사고가 발생했고, 당시에도 노동조합은 안전장치 등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회사는 지난 10년 동안 무엇을 했는가. 위험을 경험하고도 왜 같은 위험을 고스란히 남겨두었는가. 인터록 설치 비용이 문제였을 리 없다. 2016년 사고 직후 제대로 된 안전 시스템 점검과 조치가 이루어졌다면, 28세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은 결단코 없었을 것이다.

사고 이후 사측이 보여준 대응은 참담함을 넘어 분노를 자아낸다. 회사는 뒤늦게 구형 설비 100여 대에 인터록을 설치하겠다며 외부 업체를 투입했다. 하지만 사망사고 이후에야 이루어진 이 공사마저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심의 의결도 없는 일방적 대책이었고, 심지어 작업 전 안전점검(TBM)이나 명확한 도급계약서도 없이 졸속으로 진행하려 했다. 안전보다 생산이 먼저였던 낡은 관행이 사고 이후에도 전혀 바뀌지 않았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위험의 외주화'를 멈추고 경영책임을 물어야 할 때

이번 참사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또 다른 핵심은 '위험의 외주화'. 원청은 생산과 작업 일정을 철저히 관리하면서, 정작 가장 위험한 업무와 그 책임은 하청업체로 밀어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도급계약의 기준은 무엇이었으며, 실제 현장에서 원·하청 간 안전 책임은 어떻게 관리되었는가.

회사가 급히 추진하는 인터록 100개 설치가 면죄부나 근본적인 재발방지대책이 될 수는 없다. 결국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경영책임'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에게 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포함한 실질적인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할 의무를 지운다. 10년 동안 노후 설비에 대한 안전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는지, 안전·보전 인력은 과연 충분했는지, 왜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대책을 서두르는지, 이 모든 질문의 끝은 결국 최고경영자를 향해야 한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뒤 가장 시급한 것은 '빨리 재가동되는 공장'이 아니라 '다시는 사람이 죽지 않는 공장'을 만드는 일이다. 법적인 기본만 지켰더라면 한 청년은 오늘도 우리 곁에 있었을 것이다. HL만도는 이제 안전을 대하는 기업의 태도와 방식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그것이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청년 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책임이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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