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프로젝트, 원전 18기 분량의 전기가 반도체로 간다

[시험판 05] 2026년 7월 21일(화)

 
참세상
데일리 큐레이션
DAILY CURATION 시험판 05
2026/07/21(화) 16:00
어제 16시 — 오늘 16시의 세계

거듭되는 사건 사고들. 쏟아지는 온갖 보도와 입장들.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읽고 이해해야 하는 거지? 답답했던 이들을 위한 참세상의 신규 콘텐츠, ‘데일리 큐레이션’을 시작합니다. 어제 오후 4시부터 오늘 오후 4시까지, 국내외 여러 매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떠도는 세상의 소식을 민중의 관점으로 고르고 톺아봐 매일 저녁 전합니다. 당분간은 ‘시험판’으로 발행할 계획입니다. 다른 세계를 향해 고민하고 투쟁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의견 부탁드립니다.

01
오늘의 다섯 줄
1 정부가 9월 전력수급기본계획에 3대 메가프로젝트의 전력 수요 15기가와트를 우선 반영한다. 원전 18기 분량의 전기가 어떤 논의를 거쳐 반도체로 가는지, 오늘의 심층 분석이 따라갔다.
2 대법원장이 "바퀴벌레"라 부른 인도의 청년들은 그 말을 당명으로 삼았고, 어제 최루탄을 뚫고 의회로 행진했다. 두 번째 심층 분석에서 다룬다.
3 쿠팡 물류센터의 불은 61시간 만에 잡혔다. 같은 날 대법원은 하청 노동자 사망 사고를 낸 SK 계열사 대표에게 세 번째 중대재해 무죄를 확정했다.
4 국민의힘의 24시간 필리버스터가 끝나자 2차 종합특검 연장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여야는 선관위 투표용지 사태 특검법에 합의했다. 유병호 감사위원은 구속됐다.
5 노란봉투법이 넓힌 쟁의 범위를 대통령이 "기준을 정하라"며 좁히려 하자 온라인이 갈라졌다. 오늘의 온라인 광장이 이 논쟁을 재구성했다.
02
오늘의 심층 분석
원전 18기 분량의 전기가 반도체로 간다
Q. 국가 전력계획이 기업 투자계획을 뒤따라 다시 쓰인다

정부가 9월 발표할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에 3대 메가프로젝트의 전력 수요 약 15기가와트를 우선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가 20일 국회 토론회에서 밝힌 내용을 한겨레가 보도했다.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6.3기가와트에 SK · GS · 네이버가 나눠 맡는 AI 데이터센터 1단계 8.4기가와트를 더한 규모다. 메가프로젝트 전체가 요구하는 전력은 24.7기가와트, 대형 원전 18기에 해당한다. 정부는 불과 석 달 전 잠정안에서 2040년 최대 수요를 131.8~138.2기가와트로 내다봤는데, 6월 29일 메가프로젝트 발표 한 번으로 국가의 15년짜리 전력 밑그림을 다시 그리게 됐다.

"수천조 원의 투자와 국토의 자원 배분을 좌우하는 결정이지만 그 어디에도 노동자, 시민, 지역주민이 함께 검토하고 논의하는 민주적 과정은 없었다." — 반도체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공동행동(7/2 성명)
Q. 결정은 있었지만 논의는 없었다

순서가 뒤집혀 있다. 전기본은 원전과 석탄,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정하는 법정 계획이고, 그래서 공청회와 국회 보고라는 공론 절차를 거친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업들의 투자 발표가 먼저 있었고, 8월 시행되는 반도체특별법에 따라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가 전력 · 용수 같은 기반시설을 심의한다. 노동자와 지역주민이 검토할 자리는 어디에도 없었다는 것이 위 공동행동의 지적이다. 물도 마찬가지다. 수도권 하루 150만 톤, 전남광주 65만 톤의 공업용수가 추가로 필요한데, 정부의 기존 물관리 계획은 가뭄이 오면 영산강 · 섬진강 권역에서만 수천만 톤이 모자랄 수 있다고 이미 전망하고 있었다. 늘어난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감당할 계획도 아직 없다. 석탄 폐쇄를 늦추고 원전 수명을 늘리는 쪽으로 흐를 위험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Q. 남는 질문은 성장의 몫과 부담의 몫이다

550조 원을 투자하는 기업의 이익은 기업의 것이다. 그 투자를 받치는 발전소와 송전탑, 댐과 폐기물은 지역과 사회의 몫이 된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수요를 부풀려 지은 발전소가 나중에 쓸모를 잃는 좌초자산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으로 살펴볼 지점은 셋이다. ① 9월 전기본 초안의 수요 산정 논쟁 ② 반도체 · AI에 물 배분 우선권을 주는 물관리 3법의 국회 처리 ③ 용인과 전남광주 현지에서 시작될 송전망 · 용수 갈등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 #메가프로젝트 #반도체클러스터 #AI데이터센터 #에너지전환 #공공성 #기후정의
 
"바퀴벌레"라 불린 청년들이 의회 앞에 모였다
「바퀴벌레 민중당, 수천 명이 의회 행진에 나서다」 (원제 Cockroach Janta Party: Thousands gather to attempt a march to Parliament) AP · 07/20
함께 볼 기사 「"바퀴벌레 같은 청년들" 대법원장 망언... 정당 만들어 싸우는 청년들」 오마이뉴스 · 07/21
Q. 모욕이 이름이 되고, 이름이 운동이 됐다

20일 인도 뉴델리에서 ‘바퀴벌레 민중당’(CJP) 지지자 수천 명이 의회를 향해 행진했다. 경찰은 집회를 불허하고 최루탄과 곤봉으로 막았지만, 시위대는 작은 무리로 흩어져 행진을 이어갔다. 의회의 몬순 회기가 열리는 첫날이었다. 이 운동의 이름은 지난 5월 수리야 칸트 대법원장의 말에서 왔다. 청년들은 그 모욕을 지우는 대신 당명으로 삼았고, 창당 두 달 만에 소셜미디어에서 수백만 팔로워를 모았다.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전문 분야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바퀴벌레 같은 청년들이 있습니다." — 수리야 칸트 인도 대법원장(5월 15일, 타임스 오브 인디아)
Q. 웃음으로 시작해 목숨의 문제에 닿았다

풍자로 출발한 운동이 커진 배경에는 반복된 시험지 유출이 있다. 의과대학과 공무원 채용 시험의 문제지가 거듭 새어 나갔고, 유출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수험생들이 있었다. CJP의 요구는 구체적이다. 다르멘드라 프라단 교육부 장관의 사퇴, 시험 제도의 개혁, 그리고 숨진 수험생 유족에 대한 보상이다. 델리 잔타르 만타르 광장에서 한 달째 농성이 이어졌고, 단식하던 저명 활동가 소남 왕축이 18일 경찰에 의해 병원으로 강제 이송되면서 분노는 더 커졌다. AP는 이번 행진을 모디 3기 정부가 맞은 가장 심각한 거리의 도전으로 기록했고, 정부는 처음으로 운동 지도부와 대화를 타진하기 시작했다.

Q. 인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2년 사이 방글라데시, 네팔, 케냐, 인도네시아, 마다가스카르에서 Z세대가 주도한 시위가 정권을 흔들었고 총리 두 명이 물러났다. 지도자 없이 밈과 네트워크로 움직이고, 반부패와 공정한 기회라는 요구로 모이는 흐름이다. 청년 실업과 입시 부정이라는 소재는 한국 독자에게도 낯설지 않다. 전망은 세 갈래다. ① 정부의 첫 대화가 실제 협상으로 이어질지 ② 강경 진압으로 기울어 충돌이 커질지 ③ ‘바퀴벌레’라는 자기 명명이 선거 정치로까지 이어질지다.

#인도 #바퀴벌레민중당 #Z세대시위 #시험지유출 #청년실업 #모디 #소남왕축
03
한 장의 세계
스페인 오레스 산불 위성 이미지
자료: 유럽연합 지구관측 프로그램 코페르니쿠스 @CopernicusEU · X(07/17 게시) · 센티널-2 위성 · 원문 보기 →
위성이 기록한 유럽의 검은 여름

스페인 사라고사의 오레스 일대에서 산불이 4,500헥타르를 태워 다섯 마을이 비워졌다. 위성이 내려다본 검은 자국이 그 흔적이다. 올해 프랑스의 산불 소실 면적은 4만 1,700헥타르로 지난 20년 평균의 네 배, 관측 사상 최악이다.

04
온라인 광장
오늘의 현장
아프면 쉴 권리에 서명이 모이고 있다

내년 도입을 앞둔 상병수당, 일하다 아프면 소득을 보전해 쉬게 하는 이 제도의 보장 수준이 지금 정해지는 중이다. "아플 때 마음 편히 치료받으며 쉴 수 있는 것은 우리 모두가 누려야 할 헌법상 당연한 권리"라는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내일(22일) 오후에는 수원 모베이스전자 앞에서 단식 100일을 맞는 우창코넥타 해고노동자들의 투쟁승리 결의대회도 열린다.

오늘의 논쟁
법이 넓힌 쟁의 범위, 대통령이 좁히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국무회의에서 삼성전자 노조를 겨냥해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배분하는 문제가 과연 쟁의 대상인가"라며 노동부에 지침 정리를 지시했다. 반박의 근거는 법 조문 자체에 있다. 개정 노조법 2조는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을 쟁의 대상에 넣었고, 노동위원회들은 이미 이 조문으로 원청의 교섭 의무를 인정해 왔다. 반대편에서는 "무리한 노란봉투법 시행이 정권의 발목을 잡았다"는 발신이 퍼지는 중이다. 국회가 만든 법의 폭을 행정부의 지침이 줄일 수 있는지가 이 논쟁의 핵심인데, 노동계의 공식 논평은 마감 시점까지 나오지 않았다.

오늘의 단어
테토 testosterone

‘테토남’과 ‘에겐남’은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에서 따온 놀이성 기질 분류로, 한국 SNS에서 유행한 밈이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이 놀이가 제도가 됐다.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30세 이상 전 장병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매년 의무 검사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트랜스젠더 군인의 호르몬 치료는 복무 제한 사유로 삼으면서, 비트랜스 남성의 호르몬은 국가가 ‘전투력’의 이름으로 관리한다. 호르몬 수치가 남성성의 증명서가 될 때 무엇이 측정되고 누가 배제되는지, 경향신문 플랫의 기사가 따져 물었다.

오늘의 말
비판표준 계약 절차가 하루 만에 ‘꼼수’가 됐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1일 이재명 대통령의 아파트 매각을 두고 "매도자 대출, ‘더불어근저당’"이라며 "규제도 본인이 만들고 꼼수도 본인이 만든다"고 썼다. 짚을 사실이 있다. 매수자 사정으로 잔금 전에 소유권을 넘길 때 매도인이 잔금 채권을 지키려 근저당을 설정하는 것은 부동산 거래의 오래된 안전장치이고, 이 돈은 은행에서 나오는 대출이 아니라 아직 받지 못한 집값이다. 규제와 무관한 절차를 ‘꼼수 대출’로 명명하는 순간, 23일 부동산 대토론회를 앞둔 논쟁은 제도의 설계가 아니라 대통령 개인을 향해 굽는다. 제1야당 대표의 말이 겨눈 것은 사실이 아니라 프레임이었다.

05
오늘의 입장

3대 메가프로젝트를 향한 조직된 반대가 전선의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등은 20일 저녁 「3대 메가 프로젝트, 개발 폭주를 멈춰라」는 공동성명을 냈다. 기후정의동맹이 참여하는 ‘반도체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공동행동’이 7월 2일 성명 「반도체 메가 프로젝트, 폭주를 멈춰라」에서 편 논지가 뼈대다. 하루 215만 톤의 물과 원전 18기 분량의 전력을 반도체에 몰아주는 결정에 노동자와 주민이 논의할 자리가 없었다는 것, 그리고 연구노동자의 노동시간 보호를 걷어내려 했던 반도체특별법의 폭주가 이제 국토 전체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앞의 심층 분석이 짚은 전력계획 수정과 같은 날 나온 목소리다.

아동 · 청소년 인권 진영은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맞섰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세이브더칠드런 등 43개 단체는 21일 「중대범죄를 이유로 한 조건부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아동의 권리를 후퇴시키고 아동친화적 사법 원칙에 역행합니다」라는 공동성명을 냈다. 정부가 검토 중인 안은 중대범죄에 한해 형사처벌 연령을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것인데, 성명은 유엔 아동권리위원회가 죄질에 따라 낮은 연령을 적용하는 이중 체계 자체를 협약 위반으로 본다는 점을 들었다. 빈곤과 학대라는 원인을 두고 처벌 연령만 낮추면 남는 것은 더 어린 전과자라는 지적이다.

권력기관을 향한 논평도 나왔다. 참여연대는 유병호 감사위원 구속에 「전횡을 일삼은 유병호 감사위원 구속, 인과응보이다」라는 논평을 내고, 관저 이전 부실 감사의 축소 기재를 지목하며 특검의 추가 수사를 요구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장동혁 대표가 참석한 ‘롤러코스터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 정책토론회를 열어 증시 변동성의 책임을 정부에 묻는 공세를 이어갔다.

06
사설 · 칼럼 비평
주목방송이 지운 것을 당사자 운동이 다시 쓴다
「채널A ‘인천공항 노숙자’ 보도는 무엇을 말하지 않는가」  주장욱(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 비마이너 · 07/20

"소변 테러"와 "아지트"라는 말로 홈리스를 민폐로 만든 보도에, 이 글은 방송이 묻지 않은 질문을 되돌려준다. 공항에 사람이 사는 이유, 그러니까 갈 곳이 없다는 사실이다. 시민 대 노숙인의 신경전으로 문제를 바꿔치기하면 주거 정책은 화면에서 사라진다. 현장 활동가가 쓴 미디어 비평의 표본으로 읽을 만하다.

주목가해자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회, 피해자의 시간은 누가 세나
「[여성논단] 누구의 고통은 침묵하고, 누구의 실수는 회복되는가」  김미선(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 여성신문 · 07/20 12:00(어제 지면에 싣지 못한 글을 함께 소개한다)

이 칼럼이 나온 지 열 시간 만에 스포츠공정위는 5 · 18 혐오 응원을 한 배재고 야구부의 출전 정지를 6개월에서 1개월로 줄였다. 사건 직후 담론이 "가해 학생의 미래를 망치지 말자"로 이동하는 속도를 짚은 글의 진단이, 감경 결정으로 그대로 실증된 셈이다. 봉황대기 출전은 가능해졌고, 광주의 사과 요구는 각주가 됐다.

비판폭력을 나무라는 문장 뒤에 폭력을 감싸는 문장이 온다

"폭력은 어떤 경우든 법적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쓴 바로 다음 문장에서 이 사설은 개표소 출입을 2시간 막은 시위자의 구속이 "지나치다"고 말한다. 선관위의 부실은 마땅히 수사해야 한다. 그런데 그 요구를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의 방패로 세우면, 참정권이라는 말은 트럼프식 선거 불복의 한국어 번역이 된다. 이 지면이 지키려는 것이 투표권인지 시위대의 정치적 효용인지 구분해 읽을 필요가 있다.

비판‘이해관계자’의 명단에서 노동이 빠져 있다

사설은 영업이익의 일부를 노동자에게 배분하면 주주와 채권자가 "뒷전으로 밀린다"고 걱정한다. 그 영업이익을 만든 사람이 명단에서 흐릿한 것이 이 논리의 구멍이다. 임금은 이미 비용으로 빠진 뒤의 이익에서 몫을 요구하는 일이 왜 주주 배당보다 무리한 요구인지 사설은 설명하지 않는다. 대통령의 "쟁의 대상 아니다" 발언과 같은 날 나란히 놓고 읽으면, 성과급 논쟁의 기준선이 어느 쪽으로 그어지는 중인지 보인다.

 
참세상 데일리 큐레이션은 어제 오후 4시부터 오늘 오후 4시까지 세상의 소식을 민중의 관점으로 고르고 톺아봐 매일 저녁 전합니다. 인용한 글 등의 저작권은 각 매체와 작성자에게 있습니다. 제목을 누르면 원문으로 이동합니다. 다른 세계를 향해 고민하고 투쟁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의견 부탁드립니다.
 
민중언론 참세상 뉴스레터를 구독하시면 매일 저녁 메일함에서 데일리 큐레이션 뉴스를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주 1회, 주간 참세상 뉴스레터도 함께 발송됩니다.
‘데일리 큐레이션’ 뉴스레터 구독하기 →

덧붙이는 말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