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15년이 지나도 계속되는 악몽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문가들이 2013년 4월 17일 도쿄전력(TEPCO) 후쿠시마 제원전 4호기에서 일본의 시설 해체 계획을 점검하기 위한 임무의 일환으로 현장을 떠난다. 출처그렉 웹(Greg Webb) / IAEA

현재 9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또 다른 국가가 이를 확보하려 한다는 이유로 중동에서 새로운 전쟁이 시작되는 장면을 우리는 목격한다우리는 이러한 무기의 위험성과 막대한 파괴력을 논의하면서도 여전히 평화적으로 간주하는 원자력 발전이 지닌 위험은 자주 간과한다그런 점에서 나는 이 현실이 훨씬 분명해졌어야 했던 순간을 다시 떠올린다.

2011년 3월 10일 밤나는 침대에 누워 휴대전화를 열고 인스타그램을 넘겼다당시이 앱은 막 등장했을 때였고나는 일본 계정을 포함해 열댓 개 정도만 팔로우하고 있었다한 아마추어 사진가가 몇 분 전에 갈라진 인도와 넘어간 책장을 찍은 사진을 올렸다도쿄를 강타한 거대한 지진이 막 발생했다.

뉴스는 일본 해안에서 약 80마일 떨어진 지점에서 규모 7.9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전했다이후 규모는 9.0으로 상향됐고이는 방출된 에너지 기준으로 1,000배 더 강력했다나는 충격을 받으며 규모가 엄청나다고 생각했다도쿄에 사는 대학 동창 이치로(Ichiro)의 가족이 무사한지 걱정돼 이메일을 보냈다잠시 후 그는 가족은 괜찮지만도쿄 북쪽 도호쿠 지역이 거대한 쓰나미로 침수됐고 많은 사람이 사망했다고 답했다.

그는 끔찍하다완전히 혼란 상태다라고 전했다.

이치로의 메시지가 도착할 즈음쓰나미의 참혹한 장면이 이미 온라인에 퍼졌고 사망자 수는 빠르게 늘고 있었다물은 점차 빠지고 있었지만비명을 지르는 사람들뒤집힌 배떠다니는 잔해욕조 속 장난감처럼 잠긴 자동차를 담은 가슴 아픈 영상이 이어졌다그 와중에 일본 정부 내부에서도 거의 인지하지 못한 또 다른 재앙이 전개되고 있었다도쿄전력(TEPCO)이 운영하던 후쿠시마 원전이 거대한 해일에 침수돼 전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1960년대 중반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 GE)이 건설한 후쿠시마 제원전은 자연재해를 견디도록 설계됐지만그 정도 규모의 지진은 상정하지 못했다지진을 감지한 센서가 작동하자 원자로는 자동으로 정지했고핵분열 반응을 멈추는 긴급 정지 조치가 이뤄졌다동시에 냉각을 유지하기 위해 바닷물을 순환시키는 비상 전력이 가동됐다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는 듯했지만거대한 쓰나미가 발전소를 덮치며 송전탑을 쓸어버리고 전기 설비를 파괴했다지하에 있던 비상 발전기도 바닷물에 잠기면서 상황은 급격히 악화했다.

원전에서 전력이 완전히 끊기는 상황을 정전 사고(station blackout)’라고 부른다이는 원전이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 중 하나다전기가 끊기면 고온의 원자로 노심을 식히기 위해 물을 공급할 수 없게 된다냉각이 멈추면 재앙이 발생한다는 것은 물리학적으로 명백하다후쿠시마에는 당시 가동 중인 원자로가 세 기 있었고세 기가 모두 위험에 처한 상황이었다.

이후 우리는 도쿄전력, GE, 일본 규제 당국 모두가 모든 원자로가 동시에 전력을 잃는 상황을 한 번도 가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이들은 하나의 원자로만 정지하는 상황만 대비했고나머지 설비가 운영을 유지할 것으로 전제했다그러나 모든 원자로와 발전기가 동시에 멈춘 상황을 대응하는 계획은 존재하지 않았다.

원자력 산업은 이러한 재앙을 설계 기준을 초과한 사고(beyond design-basis accident)’라고 부른다모든 가능한 위험을 설계에 반영할 수 없다는 의미다이런 용어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불안을 자극한다.

멜트다운과 방사능 확산

이후 며칠 동안 후쿠시마 제원전의 상황은 계속 악화했다전력 복구 시도는 번번이 실패했고방사선 감지 장비도 작동하지 않았다원자로를 식히기 위한 물 주입 계획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노심은 계속 과열됐고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의 물이 증발하면서 대형 화재와 대량 방사능 방출 위험이 커졌다.

결국 3일 만에 화재와 수소 폭발이 이어지며 1·2·3호기에서 노심 용융이 발생했다반경 18마일 이내 주민 15만 명 이상이 이미 대피했고방사능 물질은 2주에 걸쳐 북반구 전역으로 확산했다그러나 일본 정부는 사고 발생 3개월 후인 2011년 6월이 되어서야 이를 공식 인정했다.

도쿄에 거주하는 약 1,300만 명에게는 다행히도 사고 당시 바람이 방사성 물질을 바다 쪽으로 이동시켰다전체 낙진의 약 80%가 해양으로 퍼졌다또한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가 유지되면서 더 큰 방사능 방출을 막았다.

하지만 도쿄가 완전히 안전했던 것은 아니다이후 연구에서 세슘이 포함된 미세 입자가 도쿄 일대에 확산한 사실이 확인됐다후쿠시마 인근 지역에서는 높은 방사선 수치가 측정됐다일본 정부는 사고 위험을 축소하려 했고국제원자력사고등급(INES) 최고 수준인 7등급 지정에도 소극적이었다장기적인 역학 조사도 충분히 진행하지 않아 암 발생률 분석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방사능에 오염된 해양 생태계

사고 이전 후쿠시마 인근 해역의 세슘-137 농도는 세제곱미터당 2베크렐 수준이었다그러나 사고 직후 이 수치는 5천만까지 치솟았다가 해류 확산으로 감소했다그러나 바다는 이미 오염됐다.

이후 연구자들은 방사성 물질이 먹이사슬을 따라 축적되는 현상을 확인했다식물성 플랑크톤에서 동물성 플랑크톤으로다시 어류로 이동했다어류가 섭취한 세슘-137은 수개월 동안 체내에 남고스트론튬-90은 뼈에 수년간 축적된다인간이 이러한 어류를 섭취하면 방사능에 노출된다.

2023년에도 후쿠시마 인근에서 잡힌 어류에서 높은 방사능 수치가 측정됐다장어와 송어 등 저서성 어종에서도 방사능 오염이 확인됐다도쿄전력이 처리수 방류를 계속하면서 중국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중단했다그럼에도 생태계와 인간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연구는 매우 부족하다.

국제핵전쟁방지의사회 소속 소아과 의사 알렉스 로젠(Alex Rosen)은 일본이 핵사고 연구를 억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인간 건강에 미친 영향에 관한 공개 연구가 거의 없고일부 연구만 후쿠시마 의과대학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진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방사능 수준을 인정하면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 원자력 산업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방사능 노출은 누적되며후쿠시마 사고는 즉각적인 대량 사망을 초래하지 않았지만 결코 무해한 사고가 아니었다체르노빌처럼 장기적 영향은 수십 년 후에야 드러날 수 있다현재도 정화 작업에는 최대 80조 엔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그 장기적 영향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원자력 옹호론자들은 후쿠시마 사고를 과소평가하고 기술의 안전성을 강조한다그러나 방사성 폐기물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원자력과 핵무기는 분리할 수 없는 관계에 있다.

후쿠시마 사고 당시 운영자와 규제 당국은 전혀 대비하지 못했다그들은 거대한 지진과 쓰나미가 동시에 전력망과 냉각 시스템을 마비시킬 가능성을 상상하지 못했다오늘날에도 전쟁 지역의 원전 안전이나 기후 변화로 인한 냉각수 부족 문제를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결국 우리는 모든 재난을 예측할 수 없으며아무리 안전한 원전이라도 다음 재앙을 견딜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

내가 사는 남부 캘리포니아에서도 약 50마일 남쪽 해안에 지진과 쓰나미 위험 지역에 있는 원전이 가동을 멈춘 채 남아 있다나는 그곳을 방문할 때마다 후쿠시마를 떠올리고비슷한 재난이 이곳을 덮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한다.

조슈아 프랭크(Joshua Frank)가 샌오노프레(San Onofre)에 있다. 출처빌 리빙스턴(Bill Livingston)

샌오노프레에서 위안을 찾다

아침 햇살이 사암 절벽 위로 비치고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부드럽고 상쾌하게 분다나는 맨발에 웻슈트를 입고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북부에 있는 주립공원 샌오노프레(San Onofre)의 흙길을 따라 서핑보드를 들고 걸어 내려간다이른 아침 서핑을 위해서다최근 몇 차례의 만조로 인해 아래 주차장의 상당 부분이 침식됐는데해수면 상승이 이를 더 악화시킨 것으로 보인다이제 해변에는 걸어서나 자전거로만 접근할 수 있다나는 불평하지 않는다짧은 걸음이지만 충분히 가치가 있다차량이 없다는 것은 물속에 서퍼도 적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애정을 담아 샌 오(San O)’라고 부르는 이곳은 100년에 걸친 풍부한 서핑 역사를 가진다현대 서핑의 아버지로 불리는 듀크 카하나모쿠(Duke Kahanamoku)는 하와이 전통 스포츠를 남부 캘리포니아에 널리 알렸고, 1940년대 이곳을 자주 찾으며 이 지역을 대표적인 서핑 명소이자 남가주 서핑 문화의 초기 중심지로 자리 잡게 했다자갈로 이루어진 광범위한 암반 덕분에 파도는 길고 완만하게 이어진다이곳은 마법 같은 장소다.

그러나 듀크가 무거운 나무 보드를 들고 바다에 나섰던 시절 이후 이곳은 크게 변했다해변 바로 아래에는 샌오노프레 원자력 발전소(San Onofre Nuclear Generating Station)가 바다에서 불과 100피트 떨어진 곳에 위태롭게 자리 잡고 있다두 개의 거대한 돔은 불길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1960년대에 건설된 이 발전소는 현재 전기를 생산하지 않지만콘크리트와 강철로 된 대형 저장 용기 123개가 남아 있으며 360만 파운드에 달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보관한다이 독성 물질을 받아들일 곳이 없기 때문에 그저 그 자리에 남아 다음 후쿠시마와 같은 대지진을 기다리듯 버티고 있다이 시설은 규모 7.0의 지진을 견디도록 설계됐지만과학자들은 이 지역에서 그보다 10배 더 큰 규모, 32배 더 강력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반경 50마일 내에 840만 명이 거주하는 상황에서 이곳에서 지질학적 재난이 발생하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나는 그 생각을 깊이 하고 싶지 않다.

샌오노프레는 주립공원이지만이 부지는 연방정부로부터 임대된 땅이며 캠프 펜들턴 해병대 기지(Camp Pendleton Marine Corps base) 경계 안에 위치한다이곳은 단순한 기지가 아니라 시험장이기도 하다멀리서 중포 소리가 울리고때때로 모의 상륙작전이 해변에서 진행된다헬리콥터가 날아들고 상륙장갑차가 해안으로 올라온다이란에서 가자지구까지의 도시를 가정한 모의 아프가니스탄 마을도 이곳에 건설됐다이런 혼란스러운 환경 속에서 나는 오히려 샌오노프레에서 위안을 찾는다.

2013년 이 원전의 증기발생기에서 방사성 가스가 누출되면서 발전소는 폐쇄됐다시설을 운영하는 서던 캘리포니아 에디슨(Southern California Edison, SCE)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이를 신뢰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이 회사는 과거 안전성과 관련해 여러 차례 허위 사실을 드러냈고감시 기록을 조작하고 폐기물을 부적절하게 처리한 사례도 있었다이는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사고 대응과 유사하다.

다른 원전과 마찬가지로 샌오노프레도 원자로 냉각을 위해 막대한 양의 물이 필요했다하루 24억 갤런의 바닷물을 끌어들였고이는 해양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물고기가 죽고 해조류 군락이 파괴됐다복원 작업을 통해 일부 생태계가 다시 살아나기까지 10년 이상이 걸렸다그럼에도 여전히 세슘-137, 코발트-60, 삼중수소가 포함된 방사성 폐수가 연간 170회에 걸쳐 해안에서 1마일 떨어진 바다로 방출된다그러나 SCE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남은 폐기물이 과열되지 않게 하려고 바닷물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나는 파도 사이에 떠 있을 때 바다 아래 무엇이 있는지혹은 미래에 닥칠 재앙을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서핑은 불안을 줄이기 위한 활동이지불안을 키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이는 몬태나 야생에서 배낭여행을 하면서 곰의 공격을 계속 걱정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이 세계에는 많은 위험이 존재하지만내가 보기에는 그중 가장 큰 위험은 인간이 만든 것이다.

나는 서핑을 마치고 보드를 차량에 싣고 웻슈트를 벗으며 곧 해체될 예정인 샌오노프레의 돔을 바라본다그리고 일본에서 여전히 이어지는 재앙을 떠올리며 언젠가 이 해안에도 파괴적인 쓰나미가 밀려올 수 있다는 생각한다그 가능성은 절대 낮지 않다.

현재 9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약 1만 2,000기의 핵탄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핵전쟁에 대한 우려는 피할 수 없다그러나 평화적’ 원자력 시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난 위험은 여전히 과소평가된다원자력 에너지의 미래는 불확실하며또 다른 후쿠시마와 같은 재앙이 전쟁과 맞먹는 파국을 초래하기 전에 우리는 이 위험한 에너지원에서 벗어나야 한다.

[출처] The Relentless Nightmare of Fukushima, 15 Years On - CounterPunch.org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조슈아 프랭크(Joshua Frank)는 카운터펀치(CounterPunch)의 공동 편집장이자 카운터펀치 라디오 공동 진행자다. 그는 『아토믹 데이즈: 미국에서 가장 독성 강한 지역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Atomic Days: The Untold Story of the Most Toxic Place in America)의 저자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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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사고 멜트다운과 방사능 확산 원자력 안전성과 구조적 한계 핵에너지와 재난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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