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발바르, 북극의 다음 지정학적 분쟁지 되나

도널드 트럼프가 덴마크로부터 그린란드를 장악하려는 시도가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동안북극에 대한 관심 증가는 노르웨이를 긴장시키고 있다노르웨이의 북부 영토인 스발바르(Svalbard)가 또 다른 지정학적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의 왕세자 호콘(Haakon)이 2025년 8월 14일 스발바르가 노르웨이 왕국의 일부가 된 지 100주년을 맞아 스발바르를 방문해 스캬링가(Skjarringa) 기념비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1월 13일 노르웨이 타블로이드지 VG에는 스발바르를 가져가라라는 제목이 실렸다.

이는 사실 크로아티아 대통령 조란 밀라노비치(Zoran Milanović)의 발언을 왜곡한 것이었고그가 도널드 트럼프에게 그린란드 대신 다른 영토를 제안한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그러나 이 보도는 북부 도서 지역의 미래를 둘러싼 노르웨이 내부의 불안을 반영한다.

밀라노비치는 나흘 전 기자회견에서 그린란드를 스발바르 군도와 비교하며 쓸모없다고 표현했고노르웨이 언론은 이를 비중 있게 다뤘다. 1920년 체결된 독특한 조약에 따라 통치되는 노르웨이 영토인 스발바르 주변 해역 상당수는 걸프 스트림의 따뜻한 해류 덕분에 연중 얼지 않는다.

이 점과 북극점러시아 및 노르웨이 본토 사이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 때문에 스발바르는 북극 안보 측면에서 그린란드보다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밀라노비치의 이러한 언급은 노르웨이 주재 러시아 대사의 주목을 받았고그는 이를 현 상황에서 매우 도발적이라고 규정했다.

당장의 이해관계에서는 러시아와 노르웨이의 입장이 일치한다두 나라 모두 자국의 북극 이익을 위협할 수 있는 미국의 개입 확대를 원하지 않는다그러나 더 넓게 보면스발바르를 둘러싸고 양국 사이에는 스발바르 조약 해석을 둘러싼 상호 불신과 상당한 긴장이 존재한다.

이 분쟁이 당장 심각한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고스발바르가 가까운 시일 내에 점령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그럼에도 북극 지정학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커지면서 노르웨이는 점점 더 예민해지고 있다.

출처: Unsplash+, Erone Stuff

경제적 역사

원주민이 없는 지역이기 때문에 스발바르의 최초 인간 정착 시점을 둘러싸고는 논쟁이 있다. 1596년 빌럼 바렌츠(Willem Barentsz)가 지휘한 네덜란드 선박 두 척이 뾰족한 산들이라는 뜻의 스피츠베르헌(Spitsbergen)”이라 명명한 섬의 북서 해안을 발견했지만그보다 약 50년 앞서 러시아 포모르(Pomor) 사냥꾼들이 수개월씩 이곳에 체류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17세기 초부터 북극 포경 산업이 급성장했다스발바르는 네덜란드 포경선단의 중심지가 되었고이들은 바렌츠가 처음 목격한 지점 근처에 곧 사라진 정착지 스메렌부르흐(Smeerenburg, ‘고래기름 마을’)를 세웠다같은 시기 포모르 사냥꾼들도 이후 수십 곳으로 늘어날 덫 사냥 기지의 첫 거점을 설치했다.

점차 포모르들은 경쟁에서 밀려났다노르웨이인들은 군도까지 이동 거리가 더 짧았기 때문에 사냥 구역 접근에서 유리했다이후 50년 동안 노르웨이는 영향력을 확대했고, 1906년 미국 사업가 존 먼로 롱이어(John Munro Longyear)의 아크틱 콜 컴퍼니(Arctic Coal Company)가 상업적 석탄 채굴을 시작했다당시에는 스웨덴·영국·러시아·노르웨이 기업들이 영유권을 놓고 경쟁하는 사실상의 무주지 경쟁 상태였다.

롱이어가 롱이어 시티라는 이름으로 세운 마을은 이후 롱이어뷔엔(Longyearbyen)으로 발전하며 스피츠베르겐 최초의 본격적인 정착지로 자리 잡았다. 1920년 14개국이 스피츠베르겐(스발바르조약에 서명한 뒤(러시아는 1935년 소련 자격으로 비준), 노르웨이 국가는 군도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했다.

이 조약은 군도에 대한 노르웨이의 완전한 주권을 인정하는 한편서명국 시민이 자유롭게 거주하고 일할 권리를 보장했다오늘날에도 바렌츠부르크(Barentsburg)와 피라미덴(Pyramiden)이라는 두 개의 소련 시절 정착지가 존재하는 배경에는 이 조약이 있다다만 피라미덴은 현재 폐쇄된 상태다.

정확한 통계를 찾기 어렵지만특히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관계가 냉각되며 일부 우크라이나 노동자들이 떠난 점을 고려하더라도군도 전체 인구는 약 3천 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은 롱이어뷔엔에 거주한다과거와 달리 현재는 겨울철 오로라 관광과 여름철 북극곰 관찰 관광이 연중 이어지면서 인구 변동이 줄어들었다약 300마리에 이르는 북극곰이 서식하기 때문에 도시 경계를 벗어나는 사람은 소총과 신호탄을 휴대해야 한다.

통제 강화

조약은 군도에 대한 노르웨이의 완전하고 절대적인 주권을 명시하지만그 구체적 행사 방식에 대해서는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노르웨이 정부는 지속적인 러시아 주둔이 자국 권한을 위협한다고 보고비노르웨이인의 이탈을 유도하려 하고 있다.

현재 지방정부는 노르웨이어 수업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는다. 2022년에는 롱이어뷔엔 지방의회 선거 규정이 개정돼비노르웨이 시민이 투표권을 얻으려면 노르웨이 본토에서 최소 3년 이상 거주해야 하도록 요건이 강화됐다.

조약은 세금 문제에서도 스발바르를 별도로 규정해세금이 낮은 대신 특정 지방정부 기능에만 사용되도록 했다그러나 외국인 주민들은 이 세금 사용에 대해 대부분의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는 것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외국인 주민에 대한 이러한 상대적 적대감은 스발바르 산업의 국제화와 대비된다지난해 마지막 노르웨이 석탄 광산이 폐쇄되면서 관광과 과학 연구가 군도의 주요 수입원이 됐다.

관광과 과학은 본질적으로 국제적이다매년 수많은 크루즈선이 롱이어뷔엔에 기항하고북부 연구기지 뉘올레순(Ny-Ålesund)에는 영국인도중국을 포함한 11개국의 북극 연구 기관이 자리하고 있다인간 활동의 교란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지역이라는 점에서 스발바르는 과학 연구에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노르웨이는 반세기 넘게 뉘올레순의 국제적 존재를 용인해 왔다그러나 2025년 4월 노르웨이 당국은 중국 연구 시설 밖에 설치돼 약 20년간 아무 문제 없이 서 있던 사자 조각상 두 점에 이의를 제기했다이어 스발바르의 유일한 고등교육기관은 노르웨이의 안보 우려로 과거 중국인 학생들이 일부 현장 답사나 기업 방문에 참여하지 못했던 사례를 이유로더 이상 중국 학생을 받을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은 노르웨이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국가들과의 관계를 점차 축소하려는 방향을 보여준다이 흐름은 2024년 초 러시아 부총리 유리 트루트네프(Yury Trutnev)에게도 이미 감지됐다그는 스발바르 내 러시아 존재 유지를 논의하는 러시아 위원회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주둔한 러시아 전투부대와 스발바르에서 러시아와 러시아인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병치해 언급했다.

같은 회의 보고서에는 옛 광산 도시 피라미덴에 새로운 러시아 연구기지를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이는 아직 구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그러나 러시아 국영 석탄회사 트러스트 아르크티쿠골(Trust Arktikugol)이 자사 정착지 두 곳의 언덕과 크레인 위에 소련기를 게양한 결정은 양국 관계가 과거만큼 원만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전쟁 목적

스발바르 조약의 모호한 조항 가운데 하나는 제9조다이 조항은 군도를 전쟁 목적(warlike purposes)”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그러나 불확실성과 잠재적 위협에 대비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이 규정이 노르웨이와 러시아에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2021년 러시아는 스발바르에 설치된 노르웨이의 위성 인프라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러시아는 스발바르 위성기지(SvalSat)가 군사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dual-use)” 시설이라며이는 조약의 규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1920년 조약을 기초한 이들이 이러한 가능성까지 예상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 같은 모호성에도 노르웨이는 군도에 명시적인 군사 시설을 건설할 수 없다최근 소수 정당 대표의 발언을 제외하면 노르웨이가 실제로 이를 추진하려 한다는 징후도 없다대신 노르웨이의 중도좌파 정부는 해상 통제권을 장기적으로 확보하는 문제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 왔다.

2024년 1월 정부는 스발바르와 얀마옌(Jan Mayen) 섬 사이 해역에서 상업적 심해 채굴을 허용하는 계획을 승인했다그러나 예산 통과를 위해 의존해 온 사회주의좌파당(Socialist Left Party)과의 갈등으로 이 계획은 연기됐다가 최소 2029년까지 사실상 보류됐다그럼에도 이런 구상이 정책적으로 검토됐다는 사실 자체가 스발바르를 둘러싼 노르웨이의 군사적 태도와 경제적 접근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편 러시아는 스발바르 동쪽북극점에 더 가까운 러시아 영토 프란츠요제프란트(Franz Josef Land)에서 군사적 존재를 강화해 왔다. 2021년 이곳에 새로운 공군 기지를 건설했고러시아 북방함대 사령관은 BBC 인터뷰에서 콜라 반도에 러시아 핵무기가 배치돼 있는 상황에서 북극 지역에서의 나토(NATO) 군사 활동은 도발이라고 주장했다콜라 반도는 노르웨이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바렌츠해 건너편에는 스발바르가 위치한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스발바르를 점령하려는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스발바르는 명백히 노르웨이 영토이며곧 나토 영토이기도 하다이런 상황에서 점령 시도는 극도로 위험한 선택이 될 것이다단순히 소유권을 주장한 뒤 세부 문제를 나중에 정리하는 식으로 처리할 사안이 아니다.

따라서 블라디미르 푸틴이 아닌 러시아 인사들의 발언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실질적으로 러시아 외교 노선에 동조해 온 야당” 지도자 세르게이 미로노프(Sergey Mironov)는 지난해 미국 정부가 아메리카만(Gulf of America)”이라는 명칭을 확산시키려는 움직임에 발맞춰 북극 지역 지명 변경 가능성을 언급했다그는 텔레그램 게시글에서 스발바르를 과거 러시아 정착민을 기려 포모르 제도(Pomor islands)”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현재로서는 트럼프의 그린란드 관련 발언이 수사에 머무는 한스발바르는 노르웨이 영토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그러나 이른바 규칙 기반 국제 질서의 외피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스발바르 조약이 앞으로도 변함없이 지배적 규범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그리 안전한 가정이 아닐 수 있다.

[출처] Svalbard Could Be the Arctic’s Next Geopolitical Flashpoint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휴 페이지(Huw Paige)는 극지방을 전문으로 다루는 프리랜서 기자이자 작가다. 그는 영국 사우스데번(South Devon)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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