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다음은 자본통제인가, 트럼프 경제전쟁의 새 전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미국은 외국인에게서 더 많은 자금을 끌어오고 자본통제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 싸움은 관세보다 더 큰 피해를 낳을 수 있다.

출처: AbsolutVision, Unsplash
* 이 글은 《뉴 인디언 익스프레스》(New Indian Express) 종이신문에 실린 글을 바탕으로 한 버전이다.

이란을 상대로 ‘대승’을 거둔 뒤 지루해진 트럼프 대통령은 끝나지 않은 혼란스러운 경제 전쟁으로 다시 눈을 돌렸다. 특히 식품과 전략 물자 수입품에 부과하려던 미국의 여러 관세는 아직 시행하지 못했다. 행정부는 대법원 패소로 제약을 받자 강제노동과 불공정 무역 관행이라는 빈약한 논리를 내세워 10~50%에 이르는 관세를 다시 부과하려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인 관세는 무역적자를 바로잡지 못했다. 무역적자는 여전히 국내총생산(GDP)의 3%를 넘는다. 관세 비용의 약 96%는 미국 수입업체와 소비자가 부담했고, 외국 수출업체가 떠안은 비중은 4%에 불과하다.

관세 수입도 줄곧 전망치를 밑돌았다. 2026년 관세 수입은 약 1,810억 달러에 이를 수 있지만, 2025년 기록한 2,640억 달러에는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금액은 2026년 예상 재정적자 1조 9,000억 달러의 9%에 불과하며, 국민에게 약속한 2,000달러 배당금을 지급하거나 소득세를 없애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향후 10년 동안 관세로 1조 8,000억 달러를 거둘 수 있지만, 외국의 보복과 공급망 재편을 고려하기 전에도 미국 GDP를 약 0.5% 줄일 것으로 전망한다. 결국 새 감세 정책이 제공하는 혜택의 상당 부분을 상쇄하면서도 그 감세 비용을 충당하지 못한다.

경제 전쟁의 전선은 이제 약 40조 달러, GDP의 130%에 이른 미국 정부부채로 이동하고 있다. 감세, 고령화, 확대되는 군사적 개입을 뒷받침하기 위한 국방비 지출로 재정적자가 불어나면서 향후 10년 동안 부채가 3조~4조 달러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의 부채 이자비용은 앞으로 10년 안에 두 배로 증가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자비용을 줄이고 장기 국채금리의 상승 압력을 낮추기 위해 단기 차입을 늘리는 방안을 활용하고 있어 우려를 낳는다. 12개월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미국 국채 비중은 약 30%로 일본 다음으로 높으며, 평균 만기는 6년으로 세계에서 가장 짧은 수준에 속한다.

현재 미국 국채의 상당 부분은 중앙은행, 연기금, 보험회사 같은 장기 투자자들이 보유하지 않는다. 대신 헤지펀드가 주로 단기 차익거래 기회를 노리고 대규모 차입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약 2조 5,00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라는 쌍둥이 적자를 메우기 위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미국은 외국 자본이 빠져나갈 경우 취약해진다. 해외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 약 17조 달러, 전체의 18%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국채도 약 8조 5,000억 달러, 전체의 24%를 들고 있다. 이밖에도 회사채와 정부기관채를 상당량 보유한다. 주식 이외의 영역에서는 외국인 투자가 줄었고, 미국 국채의 해외 보유 비중도 50%를 웃돌던 수준에서 약 25~30%까지 떨어졌다.

행정부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외국인으로부터 거두는 세수를 늘리고 자본통제를 강화하는 데 주력할 수 있다. 해외 기관에 세금을 더 매기는 정책은 선거에서도 인기를 얻을 수 있다. 가능한 조치로는 미국 기업에 차별적 세금을 부과한다고 판단한 국가의 기관에 기존 세율보다 최대 20%포인트 높은 세율을 부과하는 제재, 외국 국부펀드의 세제 처리 방식 변경, 해외 송금에 대한 추가 과세, 항만 이용료 부과 등이 있다. 베네수엘라의 에너지 자원처럼 외국 자산을 압류하는 방안도 선택지다.

그러나 핵심 조치는 자본 유출을 막고 부채를 사실상 없애거나 상환을 기약 없이 뒤로 미루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미국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 스티븐 미런(Stephen Miran)이 제안한 ‘마러라고 합의’는 일부 미국 국채를 더 장기인 저금리 또는 무이표채로 교환하는 방안을 담았다. 이는 사실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 또 외국 국채 보유자에게 정부증권 이용료를 부과하고, 이는 원천징수세와 비슷한 효과를 낸다.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한 증권을 접근이 제한된 에스크로 계좌에 묶어두는 방안도 제안했다. 사실상 자산 압류다. 외국인 투자 통제, 외국기업 상장폐지, 자금 해외반출 제한도 추가 선택지다.

결국 미국은 부채와 적자를 줄이기 위해 외국기업과 외국인 투자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금융억압 정책을 도입할 수 있다. 베선트 재무장관도 이런 접근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동시에 국내에서도 병행해서 금융억압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차입으로 재정적자를 확대하고 금리를 낮춰 명목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면 미국의 실질 부채 수준을 낮출 수 있다. 이런 접근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업가 시절 대규모 차입으로 사업을 키우고 여러 차례 파산을 선언했던 전략과 닮았다. 미국 국채 조건을 바꾸는 방안 역시 기업 구조조정에서 사용하는 출자전환과 비슷하다.

외국인에게 이런 변화는 골칫거리다. 트럼프식 표현을 빌리면 미국이 “모든 카드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와 미국 국채는 세계 무역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위치보다 더 중요하다. 특히 관세처럼 자본 전쟁을 변덕스럽게 실행한다면 금융시장은 ‘아마겟돈’에 빠질 수 있다. 자산 가격, 금리, 환율 시장의 변동성은 ‘해방의 날 관세’ 발표 뒤 나타난 소동과는 차원이 달라질 것이다. 세계적인 금융·경제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

이미 상당한 규모의 달러 자산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사실상 덫에 걸려 있다. 중상주의 정책을 펼치면서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축적하고 이를 달러 자산에 투자해 온 여러 국가는 이제 심각한 경제적·정치적 파탄의 위험에 직면했다. 유럽은 미국 자산을 약 8조 달러 보유한 것으로 추정한다.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미국 자산 투자 규모는 약 3조 7,000억 달러다. 일본은 미국 국채를 약 1조 1,000억 달러 보유해 최대 보유국이며, 중국은 미국 국채를 약 6,890억 달러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필요한 규모만큼 자산을 처분하려 한다면 매수자가 있다는 전제 아래서도 대규모 손실을 피하기 어렵다. 대량 매도 압력으로 자산 가격과 달러 가치가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기존 노출을 그대로 유지하면 저축의 가치가 묶이거나 훼손되는 손실을 겪게 된다.

무역전쟁에서는 외국 정부, 특히 미국만큼 경제력이 크지 않은 국가들이 최대한 현상 유지를 위해 전술적으로 신중하게 행동해 왔다. 그러나 자본 전쟁에서는 적어도 단기적으로 이런 대응이 더 어려워질 것이다. 달러를 우회하고 새로운 결제 시스템을 만들며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할 대안을 구축하려면 수년이 걸린다. 채권국들이 힘을 합쳐 보유 자산을 대거 처분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지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달러 가치가 급락하고 미국 금리가 상승하며 미국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 유럽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 일부를 매도할 위험은 미국이 그린란드 문제에서 물러선 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런 상호확증파괴 게임은 투자자들도 파국적인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자신의 물리적 안보와 금융 안보를 다른 나라에 맡기면 그 나라의 처분에 놓이게 된다는 명백한 사실을 외면해 온 많은 외국 국가들은 안타깝게도 이제 선택지가 거의 없다.

적어도 가까운 시일 안에 상황이 다시 진정되고 보다 정통적인 시대로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는 잘못된 것이다.

[출처] Satyajit Das: The Trump Capital Wars | naked capitalism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사티아지트 다스(Satyajit Das)는 전직 은행가이자 금융·파생상품 분야 저자다. 《트레이더스, 건스 앤 머니》, 《익스트림 머니》, 《결과의 연회》 등을 썼으며, 2027년에는 신간 《모든 것의 버블》을 출간할 예정이다. 금융 분야뿐 아니라 생태관광을 주제로 한 책도 여러 권 펴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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