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총선, 우파로의 전환을 보여주다

카네이션 혁명 이후 수십 년 동안많은 이들이 포르투갈이 극우로부터 면역된 나라라고 여겨왔다그러나 지난 일요일 총선에서 거의 4분의 1의 득표율을 기록한 반이민 정당 셰가(Chega)’의 부상은 이러한 통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포르투칼 극우 정당 셰가(Chega)의 대표 안드레 벤투라(Andre Ventura). 출처: 안드레 벤투라 소셜미디어

이제 포르투갈의 예외는 끝났다. 5월 18일 치러진 총선에서 포르투갈은 명확한 우향우 흐름을 경험했다보수 연합인 민주동맹(AD)은 전체 득표율의 32%를 차지하며 제1당이 되었고사회당(PS)은 극우 셰가와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두 당은 각각 약 2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급진좌파는 몰락했다공산당과 좌파 블록을 합쳐도 단지 5%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2023년 11당시 총리였던 사회당의 안토니우 코스타(António Costa)는 부패 혐의로 기소되며 사임했다이는 8년간의 진보 정권이 끝났다는 의미이자스페인과 더불어 유럽 좌파의 영감이 되었던 포르투갈이 정치적 불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신호였다. 1년 반에 걸친 사법 수사 끝에 코스타에 대한 혐의를 입증할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고일각에서는 이 사건이 로펠(lawfare)’ 사례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코스타 사임 이후 3년 동안 총선이 세 차례나 치러졌고그동안 좌파는 점차 지지세를 잃었지만 셰가는 급속히 성장했다. 2019년에 창당된 셰가는 2022년 총선에서 7%를 득표하며 전국 정치에 진입했고이번 총선은 그 흐름의 정점을 나타냈다셰가의 대표인 안드레 벤투라(André Ventura)는 오늘 우리는 공식적으로그리고 자신 있게 양당 체제가 끝났다고 전국에 선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그의 말대로셰가와 사회당의 근소한 격차는 1970년대 민주주의 회복 이후 포르투갈 정치의 선거 구도를 바꿔 놓았다.

이번 조기 총선은 보수 총리 루이스 몬테네그루(Luís Montenegro)가 가족 소유 기업과의 부적절한 거래로 의회 불신임 투표에서 패하면서 치러지게 되었다그런데도몬테네그루가 이끄는 보수 연합은 세력을 공고히 했다총리의 비위 의혹은 그를 직접 공격하진 않았지만셰가의 반부패 담론을 강화했고이로써 셰가는 기존 정치 질서에 대한 청렴한 대안으로 자신들을 부각했다셰가 소속 인사들이 아동 성매매여행가방 절도음주 운전 등 범죄에 연루되었음에도 불구하고당의 청렴성 주장은 타격을 입지 않았다.

반부패 담론과 더불어 반이민 기조는 셰가 메시지의 핵심이다이 주장은 보수 정권의 행보로 인해 더욱 강화되었다. 2024년 12리스본에서는 인종 프로파일링에 기반한 대대적인 경찰 단속이 벌어졌고이는 보수 정부가 셰가의 담론에 굴복한 것으로 평가되었다셰가는 아무런 근거 없이 이민을 치안 불안과 연결 지었다이에 반발한 반인종차별 시위도 벌어졌지만해당 단속은 극우의 외국인 혐오 담론이 정상화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민주동맹(AD)이 반이민 기조로 돌아섰음에도 셰가의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다보수 연합은 2024년 대비 14만 표를 추가했지만셰가는 23만 6천 표를 더 얻었다다시 한번중도 진영이 극우 담론을 수용한 결과는 그들의 성장에 불을 붙이는 결과를 낳았다.

좌파의 붕괴

이번 총선에서 가장 큰 패배자는 좌파 전체였다페드루 누누 산투스(Pedro Nuno Santos)가 이끄는 사회당은 2024년 총선보다 35만 표를 잃었고이는 민주주의 회복 이후 세 번째로 나쁜 성적이었다참담한 결과가 확정되자 산투스는 사임했다이번 몰락은 특히 상징적이다사회당은 1980년대까지 마르크스주의를 주된 이론적 기반으로 유지했고, 1974년 카네이션 혁명 이후 포르투갈 민주주의를 건설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일부 사회당 지지층이 셰가로 이동했을 가능성이다이는 2024년 선거에서도 나타난 현상이다당시 사후 여론조사는 과거 사회당 지지자 중 일부가 극우로 이동했음을 보여주었고이는 셰가가 보수당의 표를 잠식하지 않고도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나머지 이유는 기존에 투표하지 않았던 유권자들을 새로 동원한 데 있다이는 스페인과는 대조적이다스페인에서는 극우당 복스(Vox)가 보수당(PP)의 기존 지지층에서 주로 표를 가져갔다.

급진좌파의 패배는 더 치명적이었다.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사회당 정부에 의회 지지 기반을 제공했던 포르투갈 공산당과 좌파 블록은 이제 거의 의회에서 존재감을 잃었다공산당은 4좌파 블록은 1석만을 확보했다두 당의 득표율을 합쳐도 5%에 불과하다사회당과 급진좌파 사이에 위치한 자유당(Livre)만이 약간 성과를 내며 4.2%를 기록했다그러나 핵심은보수 연합 AD가 이제 좌파 전체보다 더 많은 의석을 확보했다는 사실이다.

지역별 투표 결과도 좌파에게 암울하다북부와 중부는 AD의 확고한 지지 기반이 되었고남부에서는 사회당이 극우 셰가와 경쟁하게 되었다셰가는 전국 308개 자치단체 중 121곳에서 사회당보다 앞섰고, 20개 주 중 4곳에서 승리했다반면 사회당은 단 1개 주에서만 1위를 차지했다이는 사회당뿐 아니라 포르투갈 민주주의 전체에도 악재다오는 9월 또는 10월에 지방선거가 예정되어 있으며셰가는 이번 총선 득표를 제도권 권력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르투갈은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하고 있기에차기 총리 지명은 보수 성향의 대통령 마르셀루 헤벨루 드 소우자(Marcelo Rebelo de Sousa)에게 달려 있다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몬테네그루가 다시 소수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다보수 연합이 극우와 연립 정부를 구성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양측 모두에 손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셰가의 벤투라는 지방선거에서 외부인(outsider) 이미지를 활용하려 들 것이고몬테네그루가 극우와 손을 잡는 것은 파시스트 독재자 안토니우 살라자르(António de Oliveira Salazar)의 그림자가 남아 있는 나라에서 위험한 선택이 될 것이다.

이번 5월 18일 총선 결과는수년 간의 정치적 불안정 이후포르투갈이 유럽 전반의 우경화 흐름에 본격적으로 합류했음을 보여준다이제 선거는 점점 더 전통적 보수와 극우 사이의 대결로 전환되고 있고사회민주주의는 약화하고 급진좌파는 아예 배제되고 있다현재로선 스페인과 프랑스만이 이러한 보수 전환의 예외를 보여준다스페인에서는 사회당(PSOE)과 수마르(Sumar)의 연립 정부가 의회 과반 없이 간신히 정권을 유지하고 있고프랑스에서는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a France Insoumise)’가 여전히 강한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 편집자 주: 카네이션 혁명(Carnation Revolution)은 1974년 4월 25일 포르투갈에서 일어난 무혈 군사 쿠데타로, 48년 동안 지속된 살라자르 독재 체제(에스타두 노부 Estado Novo)를 종식시키고 민주주의 체제를 수립하는 계기를 마련한 역사적 사건이다.

[출처] The Portuguese Election Marks a Shift to the Right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파블로 카스타뇨(Pablo Castaño)는 프리랜서 기자이자 정치학자다. 그는 바르셀로나 자치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Ctxt》, 《Público》, 《Regards》, 《The Independent》 등에 기고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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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총선 극우정당 부상 안드레 벤투라 좌파의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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