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빈곤과 주거 빈곤

[99%의 경제]

경기둔화와 금리 인상으로 청년층 전체 소비가 감소하는 가운데 청년층 내에서도 소비 감소의 격차가 확대하고 있다. 최근 3% 금리 인상으로 20대는 90만 원, 30대의 경우 61만 원 정도 연간 소비가 감소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는 60대의 소비 감소에 비해 8~9배 높은 수준이다. 또한, 청년층 중 부채가 많은 상위 50%에 속하는 청년은 부채가 없는 청년보다 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 감소 폭이 약 11배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 내에서도 빚이 더 많은 청년일수록 소비가 격감한다.

20대, 30대 청년층은 소득 감소가 더 큰 문제다. 임금 소득을 결정하는 고용에서 특히 29세 이하 청년층 취업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7개월째 연속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나마 고용이 되어도 아르바이트나 임시직 위주여서 임금 소득이 지속해 악화하고 있다. 소비 감소가 부채와 이자 지급 부담 때문인 이유도 있지만 주로는 임금과 같은 소득 감소 때문이다.

사실, 청년 빈곤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결과 일자리가 분열하고 임금수준이 낮아졌다. 경기 악화로 고용시장 특히 청년층의 고용과 관련된 신규 고용도 침체하고, 임금수준이 낮다 보니 더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취업 시기도 늦췄다. 반면, 넘치는 유동성 때문에 금융과 자산시장이 폭발하면서 빈곤의 대안을 이들 주식과 채권, 코인 시장 등에서 찾으려는 움직임도 확대했다. 청년들은 암호화폐와 코인 시장의 극단적인 변동성에 주목했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맞이한 유동성 장세에서 한몫 뽑기 위한 동학개미, 서학개미에 이어 최근 일본 증시로 진출하는 일학개미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 대안을 찾으려 했던 청년들은 이제 빚더미에 다시 나앉아야 했다. 자산이 없는 청년들에게 금융 투자는 ‘빚투’를 의미했고 이제 다시 고금리 고물가 상황에서 더 많은 이자, 더 많은 부채 그리고 결국에는 파산으로 귀결되는 신자유주의 금융화가 노정한 파국의 정규 코스를 밟고 있다. 노동시장에서 임금 소득이 줄어들었다면 금융시장에서 청년들은 마이너스 자산이며, 미래 소득으로 갚아야 할 부채를 짊어지며, 미래까지 저당 잡힌 채 살아야 한다.

통계청의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20대(29세 이하)의 부채 증가율은 사상 최대인 41.2%로, 40대 부채 증가율 1%, 50대 6.8%와 비교하면 20대의 부채가 2022년에 얼마나 늘었는지 알 수 있다. (한편, 2022년 30대(39세~30세)의 부채 증가율은 1.1%에 불과하다. 그러나 30대는 1년 전인 2021년 부채 증가율 11%로 세대별 부채 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 결론적으로 2021년에는 30대의 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했고, 2022년에는 20대의 부채가 사상 최대로 증가했다.)

2022년 말 기준 30대 이하에서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 수는 141만 9천 명으로 이들의 대출 잔액은 157조 4천억 원에 달한다. 또한 다중채무자이면서 7~10등급 저신용자나 하위 30% 소득을 올리는 취약 차주도 청년층에서 두드러졌다. 2022년 말 기준 가계 취약 차주 대출 규모는 93조 9천억 원으로 1년 새 1조 1천억 원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20대, 30대의 파산과 개인회생 신청도 매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2022년 말 기준 개인회생 신청자 가운데 2, 30대의 비중은 46.6%이다.


청년층, 세대 내의 불평등 증가

이런 20대, 30대 청년층의 부채 급증과 파산신청의 원인을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사기 위한 ‘영끌’ 때문이라며, 청년 빈곤의 원인을 개인의 성향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반 청년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주택 구입을 위해 영끌을 하지도, 할 수도 없었고, 심지어 주택 구입을 늘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였다. 청년 가구(34세~20세)의 자가 보유율은 2019년 18.9%에서 2020년 17.3%로 줄었고, 주택가격이 천장을 뚫었던 2021년에는 청년 가구 자가 보유율이 13.8%로 뚝 떨어졌다.

생각해 보라. 서울시 아파트 평균 가격이 10억 원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청년, 신혼부부에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저축은행까지 끌어모아 대출받는다 하더라도 본인 자금이 최소 4~5억 원은 있어야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 이 정도의 본인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청년은 부모가 부유하거나, 특별하게 자산이 많은 아주 제한적일 계층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2021년 8월부터 끌어올리기 시작한 금리에 이자 부담이 가중하면서 기존 보유 주택마저도 팔아야 했기 때문에 앞서 얘기대로 2021년 말 청년 가구의 주택 보유율은 역대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따라서 소수의 자산 보유 청년 계층이 주택 구매에 동참할 수 있었지만, 대다수 청년은 영끌을 하더라도 주택을 구입할 수가 없는 처지였다. 이런 현실은 청년층 내부의 소득과 자산 불평등 확대로도 나타났는데, 20대, 30대 청년층 상위 20% 가구 자산(약 10억 원)은 하위 20% 가구 자산(2,784만 원)의 35배가 넘는다(2021년 3월 기준). 같은 기간 한국 전체 소득 상위20%와 소득 하위 20%의 자산 격차가 7배인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평균 자산 불평등보다 무려 5배나 더 불평등하다. 세대 간 불평등보다 20대, 30대의 세대 내 불평등이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다. 이 자산 격차는 코로나19 이후 주식과 부동산 거품의 확대로 더 크게 확대했다. 청년층 내에서도 주택 구매가 가능한 계층의 자산은 더 크게 늘었고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청년층 자산 가치와 비중은 하락했다.

청년층에서는 주택 구매 대출 대신 전월세 보증금 대출 비중이 크게 늘었다. 집값 상승으로 전월세 보증금과 임대료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청년층의 총대출 중 주거 관련 대출 비중은 85% 수준이며, 대부분 전월세 보증금 대출이다. 결국 언론에서 얘기하는 ‘영끌’은 청년층이 주택을 사기 위해 영혼까지 끌어와서 대출받은 것이 아니라 대부분 지금 사는 전·월세주택을 유지하기 위해 또는 치솟은 전세가를 감당 못 해 이사를 해야 하지만 조금이라도 현재 수준과 비슷한 곳을 얻기 위해 전세 대출을 더 받은 것이다. 그래서 최근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전세 사기 사건과 역전세난 피해자 대다수도 20대, 30대 청년층이다.


전세 사기와 역전세난 그리고 청년 주거 빈곤

최근 전세가격이 단기간에 급락하면서 전세시장의 구조적 불안 요인이 부각됐다. 전세가격은 2022년 하반기 이후 하락세로 접어들며 최근 1년간 8.8%의 높은 하락률을 기록했는데, 수도권이 11.7%로 더 크게 하락했고, 비수도권에서는 대구가 12.7%로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빌라왕’ 사태를 계기로 전세 사기가 이슈화되기 시작했으며, 이후 전세 사기와 역전세 등 다양한 형태의 전세보증금 관련 리스크가 사회적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7월 경찰청의 ‘전세 사기 기획 수사’에 따르면, 검거된 사건 중 전세보증금 5천만 원 이하 피해자는 871명으로 전체 피해자의 64.5%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전세보증금이 적고 주택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연립이나 다세대주택이며, 실수요자인 서민이나 청년층, 신혼부부들이 전세 사기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올해 6월 국토부와 경찰청은 전세 사기 기획 조사 결과 및 특별단속 중간결과 발표했는데, 수사 의뢰 피해 임차인은 총 558명이고, 이 중 2030 청년층의 비율이 61.3%로 2/3 가까이 됐다.

그러나 전세 사기 피해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음에도 수사와 대책 마련에 소홀하고 정치권에서 시간만 끌던 상황에서 올해 들어 전세 사기 피해자 20대, 30대 4명이 잇달아 숨지며 그제야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논란 끝에 ‘전세 사기 특별법’을 마련했다. 전세 사기 특별법은 피해자 주택의 경·공매 절차 지원, 기존 임차 주택 공공임대 전환, 피해자 신용 회복 지원, 최우선변제금 무이자 대출, 주택구입, 전세 저리 대출 등의 대책이다.

우선 이 특별법은 “기존 임차 주택 공공임대 전환”을 제외하고 피해자에게 대출을 더 받도록 해줄 테니 다른 곳에 전세를 살던, 주택을 구매하던 알아서 하라는 내용이다. 사기당해서 전세보증금을 되찾지 못하고 기존 전세대출 이자도 꼬박꼬박 다 내야 하는데, 피해복구는 알아서 하고 신규대출을 더 받아 살아갈 방법을 찾으란 것이다. 게다가 “기존 임차 주택 공공임대 전환”도 말뿐인 대책이다. 공공임대 전환에는 이에 따른 예산이 필요한데도 턱없이 적은 예산을 잡아 놓고 공공임대 전환을 하겠다는 것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특별법은 확인된 소수의 전세 사기 피해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나머지 1백만에 이르는 역전세, 깡통전세 피해자 지원은 아예 배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집값이 한창 오르던 2021년 중반기 집값이 정점을 찍었고, 갭투자와 전세값도 천정을 쳤다. 전세 계약이 통상 2년이라 갱신 계약 시점인 올해 하반기 전세보증금 상환액이 역대급으로 증가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말 기준으로 역전세 위험가구는 전체 전세 물량의 52.4%인 102만 6천 호이며, 지난 1월 전체 물량의 26%에서 4개월 만에 역전세 위험 가구가 두 배로 증가했다. 올해 7월까지는 역전세 물량이 지속해 증가하고 이후로 월평균 5만 3천 건의 역전세 물건이 1년 동안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역전세는 집주인이 주로 다주택 소유자일 때, 특히 전세를 끼고 소자본 또는 무자본으로 여러 채의 주택을 구매한 소위 ‘갭투자’ 형태일 때가 문제다. 2021년에 약 24만 건이 갭투자로 계약했다. 계약 갱신이 도래하는 올해에 전체 전세 거래의 약 20%는 역전세 중에서도 갭투자 물량이다. 이런 역전세난에 대해 정부의 대책은 한마디로 가관이다. 전세 사기 특별법에서는 배제됐지만 워낙 문제가 심각하기에 정부는 역전세난 대책으로 전세 반환 대출에 한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즉, 집주인들이 전세 반환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도록 대출 규제를 일부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역전세, 깡통전세는 집값이 떨어져 전세보증금보다 집값이 낮아진 경우인데, 그 차액 정도의 대출을 더 받게 한다고 전세보증금 반환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을까? 전세보증금은 집주인이 세입자에 반환해야 할 부채인데도 불구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구성에 전세보증금은 들어가지도 않았다. 만약 전세보증금이 DSR 산정에 들어갔다면, 집주인의 DSR은 이미 100%를 넘어 전세가 있는 주택에 대한 대출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전세보증금을 빼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서 주택담보 대출까지 받았는데, 이런 상황에서 DSR을 40%에서 50%로 늘인다 한들 어떤 큰 의미가 있겠나? 특히 갭투자자들은 애초 전세보증금을 끼고 주택을 구입했기 때문에 전세보증금 반환을 하려면 현재 주택가격 이상의 자금을 동원해야 한다.

청년 주거 빈곤 해결의 첫걸음
공공임대주택, 주택사회화....한국은행 발권력 동원해야


청년 빈곤 문제 해결에 있어 현재 무엇보다 먼저 주거 빈곤에 대한 접근을 확대해야 한다. 그 첫걸음이 다른 문제보다 작금의 전세 사기와 깡통전세, 역전세난을 해결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대책은 금융시장에서 대출을 더 받아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식의 '부채주도' 해법을 들고나왔다. 마치 주식과 금융시장에서 대박을 노린 '빚투'를 소득감소의 대안, 해법으로 삼은 것과 같다.

우리나라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여타 국가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상황에서 민간임대주택 전세가 이를 대신해 왔다. 전세 사기·깡통전세의 전국적 확산 및 피해 세입자의 죽음과 반지하, 고시원 등에서의 재난 참사는 주택의 투기적 금융 상품화와 주택 시장화의 폐해와 실패를 보여준다. 정부는 올해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전년 대비 5조 원이나 삭감했다.

특히 청년과 주거 취약계층 등 저소득층을 위한 매입임대주택과 전세임대주택 예산이 3조 원 이상 삭감되었다. 정부는 주거 취약 계층에게 보증금 대출과 이사비 지원을 약자 복지로 자랑하고 있지만, 이는 이들에 필요한 집(공공임대)을 빼앗고, 빚을 지워 주거 안정성이 매우 낮은 민간임대주택으로 내모는 격이다(전세사기피해자전국대책위 보도자료 2023.5.23).

따라서 전세 사기 특별법처럼 찔끔찔끔 대출받아 해결하라 할 게 아니라 공공임대주택 (추경) 예산을 대규모로 다시 세워 즉시 시행해야 한다. 하반기 역전세난 대상 가구가 102만 호가 넘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이런 공공임대주택 및 주택사회화 정책은 실물 투자와 건설투자이기 때문에 가치와 비용이 즉시 사라지지 않고 (감가상각 외에) 가치가 유지·보존된다. 게다가 이미 수요가 확정된 공급대책이기 때문에 낭비의 문제도 없다. 그 때문에 정부 예산을 넘어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도 물가 등 거시 경제에 영향을 거의 끼치지 않고 투자된 가치를 유지 보존, 확대할 수 있다. 주택은 사람이 살아야 하는 필수재이기 때문이다.

증권, 채권시장 안정화를 위해 50조 원, 100조 원 넘게 정부와 한국은행의 자금은 잘도 풀어 넣으면서,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그만큼의 자금을 쓸 수 없다는 논리는 그 어디에도 없다. 단지 정부 당국이 안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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