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가는 마을별 학부모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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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전북 장수중 교장과 교사들이 장수읍에 있는 하평마을회관에서 마을을 찾아가는 학부모 좌담회를 열어 학부모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었다. 윤근혁 기자 |
전국 유일 마을좌담회 열었네
지난 15일 저녁 7시 30분, 전북 장수읍 개정리에 있는 하평마을회관 1층. 올해 3월 1일부터 전교조 출신 공모 교장으로 일을 시작한 김 교장 등 5명의 교원들이 바삐 움직였다.
교사들이 교자상을 펴는가 싶더니 미리 준비해온 과자와 토마토, 귤 등을 그릇에 담았다. 김동수 연구부장은 컵에 음료수를 따라 상 위에 올려놓았다.
이 같은 좌담회는 올해 들어서만 벌써 여섯 번째다.
올 3월 초 김 교장 등 교직원 17명이 교무회의를 열어 ‘마을을 찾아가는 교육설명회를 열자’고 결의한 뒤 생긴 일이다. 이 같은 학부모 좌담회가 펼쳐지는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좌담회가 시작된 시간은 저녁 8시 10분께. 이 마을 15명의 학부모 가운데 9명이 상 앞에 앉았다. 학부모 한 명은 집과 거리가 멀어 김 연구부장이 차를 몰아 모셔왔다.
“교장선생님, 저희 집에 고추 좀 심으러 오씨오잉.”
햇빛에 그을려 얼굴이 검게 탄 장운수 학생(3) 어머니가 농을 건넸다.
“일을 시켜도 그런 걸 시키시나…. 헛헛”
김 교장의 대꾸에 마을회관이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제 부모님도 학교 한번 못 가보셨습니다. 그래서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에 저와 교사들이 뜻을 모았습니다.”
김 교장이 인사말을 시작했다. 시간은 5분, 짤막했다.
이어 학교예산과 교육과정운영계획, 학생생활지도계획을 부장들이 번갈아 설명했다. 학부모들은 중간 중간 “농삿일하느라고 저녁도 못 먹었다”고 말하면서도 교사들의 발언에 귀를 기울였다.
학부모들의 귀를 쫑긋하게 만든 것은 학생 하나하나에 대한 상담. 50여 분에 걸쳐 교사들과 학부모 사이에 학생에 대한 ‘맞춤형’ 이야기가 오갔다.
김재영 학생(3년) 어머니는 “재영이가 뭐 잘하는 게 있어야지요. 중간은 한다고 하더만요”라고 말을 꺼냈다.
조국현 교무부장이 답했다. “어머니 재영이 친구가 누군지 알아요. 예찬이에요.” 백선화 교사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재영이는 (예찬이하고) 도서반 일을 같이 하는데 아침편지 방송을 하는 멤버에요. 말을 얼마나 잘 하는지 몰라요.”
햇볕에 그을린 검은 얼굴에 웃음이 스미고…
이런 얘기를 듣는 재영이 어머니의 검은 얼굴에 슬며시 웃음기가 배어들었다. “아이가 집에 와서는 도통 말을 안 해요. 시험지도 주덜 안 해요. 두들겨 패야 할랑가”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미경 학생(2년) 어머니는 교사들이 새겨들어야 할 얘기도 했다.
“선생님들이 학생한테 약속한 걸 지키지 않으면 애들이 스트레스 많이 받더라고요.” 교사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은 밤 10시, 백 교사가 “마지막으로 드릴 말씀이 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전북도의회에서 지역 초중고생 60여 명만 뽑아 돈을 쓰기로 했다. 장수군만해도 2억 6천만원을 쓰도록 했다”면서 “이것은 기초가 약한 대부분의 학생들에 갈 돈을 빼앗는 일”이라고 말했다.
마무리 발언에 나선 김 교장은 “자식농사처럼 어려운 것이 없다. 학부모 의견을 듣고 학교를 변화시키기 위해 뜻과 힘과 지혜를 모으겠다”고 약속했다.
밤 10시 15분, 박수소리와 함께 좌담회가 끝났다.



지난 15일 전북 장수중 교장과 교사들이 장수읍에 있는 하평마을회관에서 마을을 찾아가는 학부모 좌담회를 열어 학부모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었다. 윤근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