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교육민주화운동 20년사<28> 불타오르는 사학민주화투쟁(3)

사립학교의 불법 운영과 부정비리는 구조적 불투명성 때문에 웬만해서는 밖에서 알기 어렵다. 족벌 친인척끼리 해 먹는 그 현장에 접근하기는 권위주의 정권의 정치·관료 체제나 상명하복의 군대, 그리고 제왕적 지배구조의 재벌 기업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만큼 힘들게 되어 있다. 썩은 곳을 알려 도려내고 빛과 맑은 공기가 통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그 사회는 병이 골수에 들어 많은 사람들의 불행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1987~88년 들불처럼 번진 사학정상화 투쟁에 나선 교사들은 민주화의 진행과 더불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한 공직사회의 내부 고발자들(whistle browers)의 선구자였던 셈이다. 이는 1990년 5월 금융감독원의 삼성재벌 등 23개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 비율 허위 발표를 고발한 이문옥 감사관, 보안사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 윤석양 이병, 1992년 군부재자 공개투표 실상을 폭로한 이지문 중위에 이어 마침내 ‘삼성 왕국’의 구린 곳을 드러낸 김용철 변호사로 이어진다. 그러나 내부 고발자 보호법이나 ‘내부공익신고제도’가 없는 현실에서 약자인 이들의 결행은 견디기 어려운 고통의 시간으로 연결되었다. 사립학교는 부패방지법의 적용 대상에서조차 제외되어 고통의 조건은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88년 여름부터 터져 나온 ‘사학교원 채용 기부금 반환투쟁’은 광주 진흥중 평교사회가 8월 4일 문교부 장관에게 공개질의서를 내고 9월 1일 4천 800여만 원을 돌려받았고 이를 대외적으로 공개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투쟁은 전남 광주로 퍼졌고, 멀리 경기도, 전북, 경북, 대구까지 전교협의 선전망을 통해 급속도로 전파되어 9월 16일 안양예고, 21일 전북 고창 영선중(3명 1100만원), 경북 영천 성남여중(9명 3200만원) 등 대구 경북 지역 7개교 교사들이 돌려받았고, 충남 정의여중고(11명, 4950만원), 광주 숭신중(23명, 2억1250만원) 등 전남 광주 지역 16개교 250여 명 교사들이 양심선언을 통해 총 11억 3810만원의 환불을 요구하였다. 울산 혜광여고(11명 5400만원) 교장은 횡령혐의로 입건되기도 했다.



불길은 서울로 옮겨 붙어 11월 한영고 이방일 교사가 1천만원 반환과 각종 부당 대우 시정 요구 양심선언을 발표하여 시교위의 특감이 있었다. 문교부는 10월 28일 기부금 반환 투쟁관련으로 쌍벌죄를 적용해 29개교 이사장을 해임, 303명 해당 교사를 징계하도록 교위에 지시했다.



이 투쟁에 나선 교사들의 주요 목표는 기부금 반환이 아니라 사학정상화였다. 전남 함평 나산중고 평교사회는 10월 기부금 반환 양심선언과 동시에 민주적 학생회, 교원인사위 구성, 각종 회계장부 공개 등을 요구, 불퇴근 농성을 벌여 인사위를 따냈고, 광주 문성고는 교원인사위를 설치, 영어교사 1명을 처음으로 ‘공채’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10월10일 연합평교사회를 구성해 투쟁을 시작한 목포 망운중과 신명여상 교사 학생 학부모는 휴교령까지 겪으며 두 달을 싸운 결과 관선이사회 구성을 쟁취했고, 숭의공고(23명 양심선언)와 광주 광이고(9명 기부금 반환 요구)도 관선이사회 구성을 내걸고 싸웠다. 광이고에서는 재단측이 고3 학생 9명을 사주하여 양심선언 교사들을 쇠파이프로 구타하고 어용평교사회(구교대)로 맞서 12월까지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일부 사학의 채용 기부금이 만연하게 된 배경에는 당시 심각했던 교원임용적체 현상이 있었다. 88년 국립사대 졸업 예비교사가 만 3천 명, 사립사대 출신이 3~4만 명으로 추산될 정도로 교원 임용 대상자 적체현상은 사상 최악이었다. 이런 상황임에도 국가는 국·공립학교 법정교원수를 확보하지 않았고, 상당수 사학은 정식교사보다 10만원 안팎을 주는 시간강사와 임용보고를 늦춘 전임강사를 애용하며 임금을 착복했다. 이와 같은 교사 채용 기부금 비리는 그 후에도 끊이지 않아 91년 포항 경포여고 교사 32명은 2억 원 상당(1인당 5백~2천 만 원)의 기부금 비리를 폭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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