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교육민주화운동 20년사 ⑫ 교육 무크 『민중교육』사건 (1)

1985년 여름 내내 5공 내란정권은 교사들이 만든 부정기간행물 하나를 상대로 마녀사냥을 펼쳤다. 바로 그 해 5월 20일 실천문학사가 펴낸 『민중교육』이 대상이었다. 이 책은 꼭 한 달 먼저 나온 『교육현장』(제9화)과 마찬가지로 문화공보부의 납본필증도 받은 합법 출판물이었다.



‘교육의 민주화를 위하여’라는 부제를 단 이 잡지는 ‘교사와 학생의 참 삶을 찾아서’라는 부제를 단 『교육현장』과 이란성 쌍생아였다. 기획도 84년 말 비슷한 시기에 했다. 지지부진하여 서로 합치자는 논의도 있었다. 곡절 끝에 따로 나온 쌍둥이는 아카시아 꽃 만발한 시절, 억압적인 교육구조에 시달리며 새로운 교육을 꿈꾸던 교사들에게 복음(!)으로 다가갔다.



『현장』과 『민중』은 교사들이 일상에서 몸으로 느끼는 현장을 바탕으로 교육문제에 사회구조적, 역사적 접근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운동사적 의의를 지닌 수작이었다. 기조는 서로 약간 달랐다. 아우는 주로 현장교사들의 교육실천과 교육사를 중심에 놓았고, 뒤에 나온 형은 교육이념과 교육제도를 문제 삼았다. 둘의 운명을 가른 것은 그 이름이었다.



85년 상반기는 구로연대파업 등 노동운동 고양, 5월 23일 삼민투(민족 민중 민주 투쟁위원회) 학생들의 미문화원 점거, 월간 『말』창간, 민중미술, 민중문예운동 등 민중 담론이 확산되자 정권은 제도언론을 동원하여 ‘좌경용공’의 나발을 불면서 폭력으로 탄압을 가하던 때였다.



이 문제작을 처음 기획한 사람은 <5월시> 동인 교사 시인 김진경(양정고) 윤재철(성동고) 최두석(영동여고) 고광헌(선일여고)이었다. 이들은 당시 진행되던 교사들의 교육 논의들을 담아낼 매체의 필요성에 착안한다. 고광헌이 Y교협의 유상덕(성동고) 이철국(여의도고) 심임섭(중화중) 이순권(경기기공) 등과 만나 의기투합하고 김진경은 최두석과 함께 충청지역에서 활동하던 <삶의 문학>동인들을 만나 배짱을 맞추었다. 그즈음 김진경은 교사들이 중심이 된 지역교육문화운동의 중요성을 동인지에서 밝힌 바 있다.



『민중교육』1집에 소설 「비늘눈」을 실었다가 해직된 강병철(쎈뽈여고)의 회고다.

“85년 초에 김진경 최두석이 와서 이은식(현 유성여고) 김영호(현 보문고) 김흥수(현 온양여고)를 만났다. 그 해 나온 <삶의 문학> 7집 주제는 ‘문학과 교육’이었다. 동인들 중에 『민중교육』에 글이 실린 사람은 나, 송대헌, 조재도다. 재도 형은 『실천문학』에 보낸 시가 실린 것을 책이 나온 후 알았다. 송대헌의 야학일기는 <삶의 문학>에 실었던 것이 평이 좋아 손을 봐서 새로 실은 거다.”



『민중교육』의 기획 동기는 교사로서 ‘모순 덩어리 교육현실에 눈 감고 살아 온 참담한 부끄러움’이었다. 편집인들은 독재권력이 박탈한 교육자와 학생의 시민권과 인간으로서의 권리 회복과 도구적 인간관의 혁파를 주창했고, 교사와 학생을 교육주체로 자리매김하는 데서 우리 교육이 새 출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당시 대중지배의 수단으로 전락한 제도교육보다 삶 속에서 이루어지는 비제도교육(민중교육)이 더 교육적이라는 관점에 서 있었다. 『민중교육』이라는 이름이 붙은 까닭이다.



김성재(한신대 교수) 신철영(전 경실련 사무총장) 유상덕(현 경일고) 심성보(현 부산교대 교수) 류도혁(쎈뽈여고) 임은경(현 경동고) 김진경 등 권두좌담 참석자들은 분단상황을 정치 경제 사회 교육의 질곡을 낳는 근본모순으로 보고, 교사 학생을 주체로 하여 제반 모순의 은폐 수단인 학교교육을 바로 잡기 위해 교육의 민주화가 필수임을 강조, 식민지와 분단, 유신독재를 거쳐 교육을 독점해 온 집단의 정체를 폭로, 맹공을 가한다.



특집에 실린 김진경의 「해방 후 지배집단의 성격과 학교교육」과 윤재철의 「교육현장, 그 민주적 행방」, 이철국의 「한국 교육운동의 실천적 고찰」등 주요 논문들은 수십 년 해묵은 교육모순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 반민중적인 5공 정권의 가학성을 자극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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