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하네, 노선생!” “축하합니다!” 경기도 교육위원회(당시는 교육청이 아니었다) 장학관 장학사들의 악수 세례가 쏟아졌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강제 전출된 교사 노웅희가 백령도에 있는 백령중학교로 발령난 것을 그들은 진심으로 축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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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는 승진 점수에 목을 매는 교사들에게는 꿈의 섬이었다. 가산점 2점!(지금은 0.4점) 교육감 ‘빽’으로도 가기 힘들다는 곳이었다. 소수점 둘째 자리 점수도 소중하게 갈무리하여 올라온 그 사람들로서는 흥분할 만했다. 그런데 막상 당사자는 ‘가슴 속으로부터 치솟는 울분을 참기 어려웠다’고 술회한다.
꼭 20년 전, 87년 2월 25일의 일이다. 노웅희에게는 청천벽력이었다. 시교위 중등교육과장에게 따졌다. 아이들이 몰아내라고 하더냐? 아니다. 학부형들의 진정이 들어왔냐? 아니다. 동료교사들이 다른 데로 보내달라고 하더냐? 아니다. 그럼 왜냐? 강력한 항의에 “우리도 어쩔 수 없다. 잘 알면서 왜 그러느냐?”
교사들의 감시, 통제를 담당하는 ‘교원정보부’가 비밀리에 가동되고 사안이 있을 때마다 관계기관 대책회의가 열리던 시절이었다.
전방위적인 민주화 압력을 받던 전두환 정권은 교사운동 확산을 막기 위해 여름, 겨울방학을 기해 대대적인 징계에 돌입한다. 예나 제나 방학은 민주화 교사들을 징계하는 철이다. 85년 <민중교육>지 필진 교사 대탄압도 여름방학 중에 시작되었다. 그 때부터 2년 동안 <교육민주화선언>과 <민교투>사건 등으로 구속 10여 명, 해임·파면 30여 명, 그리고 수십 명이 정직 감봉을 당한다. 여기에 부당 타시도 전출이라는 현대판 유배형이 더해진 것이다.
82년 3월 교직에 나온 노웅희의 활동은 처음부터 치열했다. 학교 안에서는 활기 넘치는 수업(그는 <교실 밖 지리여행>의 저자다)과 민속반 지도 등에 힘쓰면서 교장의 간섭과 방해에 굽힘이 없었고, 밖에서는 시흥지역 노동야학과 막 싹이 트기 시작한 지역교사 소모임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83년 ‘교과서 분석’에도 함께 한다. 민중교육지 사건으로 20여 명이 쫓겨났을 때 이들을 돕는 모금운동에 가장 큰 열성을 보였으며 교육민주화선언 이후 일련의 활동에도 앞장선다.
그의 타고난 의협심은 동료들이 어려울 때마다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87년 1월 6일 서울시교위가 민주교육 실천에 앞장선 서울의 교사 조호원, 이을재 김태선, 정영훈 교사 등 7명에게 중징계를 대리자 그 부당성을 폭로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하다가 사상유례가 없는 백령도 유배형을 당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때 함께 유배형을 당한 사람은 서울 3인, 부산 2인이었다. 신혼이던 필자는 단양 어상천 단산고로, 해임된 동료들의 선처를 바라는 진정서를 냈던 신도림중 교사 유동용은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는데도 강원도 양구중으로, 영남지역 교육민주화 실천대회 참석을 이유로 감봉 정직을 받은 부산 서중 교사 채석인, 이은희를 각각 경남 남해와 하동으로 귀양 보냈다.
사람들은 교육부를 ‘가정파괴범’으로 규탄했다. 부당전출에 항의하여 노웅희와 필자는 타도 부임을 거부하고 3월 2일부터 각자 학교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여론의 반향도 컸다. 2월 24일부터 노웅희가 해임 결정이 난 4월 3일까지 4대 일간지에 기사 90회, 사설, 칼럼 20여 회, 시사만화 10회를 통해 당국의 부당한 조치를 비판하고 우리의 투쟁을 지지하였다.
단식투쟁 첫날 학생들이 모두 귀가한 심야에 학교 측의 고발로 경찰에 연행되어 불구속 입건된 우리는 신문로 대한교련(현 한국교총의 전신) 사무실 복도에서 1주일 계속 철야 단식농성을 하며 교권탄압에 대한 대한교련의 입장 발표를 요구했다. 돌아온 대답은 “보호받을 수 없는 교권”이란 말이었다. 어용단체의 본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발언이었다.
평소 신뢰하던 선생님이 부당한 탄압을 받으면 학생들이 움직이는 법이다. 선린상고 학생들은 ‘우리 선생님을 우리의 손으로 찾자!’는 선언문을 작성하여 학교 안팎에 돌리고 서명운동까지 전개하여 언론사, 시교위 등 호소했다. 경찰에 연행된 3월 4일에는 3학년 학생 수백 명이 스스로 수업을 거부하고 운동장에 모여 시위, 농성까지 했다.
6월 대항쟁으로 내달리던 그 해 3월 초의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