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총선은 세간의 예측대로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넘어서며 그 막을 내렸다. 정확하게 말하면 투개표만 끝나고 18대 국회의 막은 이제 시작된 것이리라. 공천 알력으로 잠시 보따리를 쌌던 친박연대나 일부 무소속, 충남권을 석권한 자유선진당 등을 포함하면 자칭 보수진영의 의석 수는 개헌선인 200석을 넘나든다. 새 정부는 행정권력과 더불어 의회권력까지 장악하여 교육시장화 정책과 한반도 대운하 사업, 사립학교법 개악과 재벌위주의 시장경제정책을 밀어부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6월 국회가 개원하면 국회 상임위를 독식하고 제반 정책의 추진을 위해 관련 입법활동에 나설 것이다. 아울러 정권의 행보에 걸림돌이 될 비판여론이나 반대세력을 제압하기 위해 수구언론을 나팔수로 활용하며 공안통치를 강화할 것이다.
'교육 대운하' 같이 대재앙 부를 교육시장화 정책
교육 문제를 살피자면 이미 대입자율화, 자사고 100개 확대, 영어공교육 강화 등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출발선에 대기하고 있다. 인수위 시절에 촉발된 영어 몰입교육 파동은 그 비현실성을 인정한 대통령의 발언으로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지만 이미 온나라가 조기 영어교육 열풍에 휩싸였다. 새 정부의 교육정책이 본격화되면 한반도 대운하같이 ‘교육 대운하’라 불릴만한 양극화 심화와 사교육비 폭등의 대재앙을 피할 길이 없다. 분권화 차원에서 초중등교육을 시도교육청으로 이관한다는 방침이 나오자 교육감들은 재빠르게 집단행동으로 일제고사를 강행했다. 대선 공약인 ‘학교 만족 두 배 사교육 절반’ 대신 ‘사교육 두 배 학교 만족 절반’이 현실화되며 공교육 초토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자사고 확대를 반기며 사학법 개악 획책하는 비리사학과 수구세력들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며 언론에 보도된 일부 사학은 최소한의 기본적인 시설이나 생활권의 보호조차 없이 공부만 앞세우며 학생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시정을 촉구하는 교사들에게는 보복성 인사조치로 화답했다. 학교는 수용소가 아니며 입시학원도 아니다. 학교는 적성계발과 진로지도, 인성교육과 학력신장을 조화롭게 도모하며 교육을 통해 어떤 인간을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해 본질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일부 학교에서는 밥까지 성적 순으로 먹여 성적지상주의에 흠뻑 빠진 우리 교육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드러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같은 비리사학들이 새 정부의 자사고 확대정책에 편승해 저마다 호박에 줄긋기식의 문패바꿔달기를 준비하는 것이다.
지난 3월 제7기 학교운영위원회 교원위원 선거에서 1위 득표를 했지만 전교조 소속이란 이유로 차점자를 교원위원으로 지명한 사학들이 여럿 있다. 초등학교 반장선거만도 못한 이런 불합리한 행태를 합리화시켜주는 것이 현행 사립학교법이다. 그런데 총선 이후 정부 여당과 사학재단, 수구언론이 합작하여 현행 사립학교법을 개악하려는 움직임이 노골화하고 있으니 사학의 비리와 전횡은 '자율공화국'에서 더욱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단결과 혁신을 바탕으로 조직확대 강화에 나설 때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새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는 양극화 심화와 사교육비 폭등으로 귀결될 교육시장화 정책, 사립학교법 개악을 통한 사학재단 전횡 확대, 교원평가 법제화를 바탕으로 하는 통제정책이 골간을 이룰 것이다. 자신들의 지지 기반에게는 무한자율로, 비판세력에게는 무한경쟁과 통제로 대응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새 정부의 정책 추진에 전교조는 큰 장애물이다. 최근 공안당국이 보수 언론을 동원하여 시대착오적인 이념공세를 퍼부으며 일부 교사를 국가보안법으로 몰아가고 전교조 죽이기에 골몰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지난 대선과 총선을 보면 심화되는 정치혐오와 무관심 속에서도 우리 국민은 권력의 오만과 독선, 기대를 저버리는 분열과 다툼을 용인하지 않고 있다. 전교조 역시 국민 여론에 귀기울이며 진정성을 가지고 참교육 실현과 학교개혁의 중추로 거듭나야 한다. 단지 교사집단의 이익추구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교육복지를 실현하는 교육대안세력으로 발돋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분회와 지회가 활성화되고, 사업내용과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모이는 것이 즐겁고 보람되며 전교조로 힘을 모아 교육을 살리자고 동료교사에게 가입을 스스럼없이 권유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각종 소모임을 활성화하며 만남이 다양하고 접촉면이 넓어질 때 외연확대가 가능하다. 당장 편하다고 아는 사람들만 끼리끼리 몰려다니는 폐쇄적인 방식으로는 어렵다. 나는 옳은데 너는 그르다는 자세 역시 신뢰 구축과 지지세 확보에 걸림돌이다.
최근 보수 교원단체인 교총이 교장을 앞세워 회원확대에 경품까지 걸면서 20만명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은 그 방법론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주목해야 한다. 어느 조직을 막론하고 다수가 함께 할 때 힘을 제대로 발휘하는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하물며 제대로 된 교육을 하고자 나선 전교조에게 다수 교사의 참가, 지지세력의 확대는 필수적 요건이다. 전교조도 실사구시의 획기적인 발상 전환으로 동료교사 규합에 나서고 10만 조합원 확보에 박차를 가할 때이다. 조합원 확대는 가만히 앉아서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며 그만큼 공을 들이고 사업을 올바르게 할 때 가능한 것이다. 교육노동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국민의 지지와 여론 향배도 관심있게 살펴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정체성을 살리면서 진보적 의제를 가지고 국민 지지를 이끌어 내며 선전한 후보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사소한 내부 다툼이나 구성원과 국민의 외면을 자초하는 무리한 사업방식으로 지지기반을 약화시키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제 진보를 자처하는 세력이나 전교조 집행부에게 단결과 혁신은 절대절명의 당면과제이다. 생각과 관행을 바꾸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그러나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을 꿸 수 없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타오르는 불도 한점 불꽃으로부터 아닌가. 여유있게 그러나 부지런히 담금질을 시작하자. 좌절이나 절망, 방관은 답이 아니다. 희망을 일구어 가는 소중한 땀방울과 힘찬 발걸음 속에서만 우리의 미래가 보장된다.
요절한 가수 김광석의 노래 ‘이등병의 편지’ 끝 구절이 귓전을 맴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