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를 떠나 면단위의 시골 초등학교에 근무한지 삼 년째 접어들고 있는 교사이다.
대규모 학교의 일상적인 소음과 찌든 먼지, 많은 인원이 북적이는 답답한 공간을 뒤로 하고 처음으로 접하게 된 시골학교의 첫인상은 퍽 매혹적이었다.
대규모학교에서 동학년이 의논하며 나눠 맡는 학년교육과정편성 및 교과별 수행평가계획, 교재연구 및 학습자료 제작, 평가문항 작성, 체험학습 및 행사 일정 등을 온전히 혼자서 해결하는 것은 많은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오히려 학급운영과 교과지도에서 보다 많은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면에서 반가웠다.
그러나 문제는 그밖에 있었다. 적은 수의 교사가 대규모학교와 똑같은 양의 업무를 나눠맡고 공문을 처리하며 끝도 없이 내려오는 교육청 지시사항들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일-가르치는 것과 이를 준비하는 과정은 눈으로 확인되지 않는 과정이기 때문에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라는 것이다.
한 사람이 맡고 있는 담당업무는 대규모 학교의 부장이 관할하는 모든 업무에 해당한다. 내 경우는 학예행사, 학교신문 발간, 홍보기사 작성, 입간판 제작, 미술 및 문예활동 지도, 그리고 심지어 보건교사 업무까지 담당하고 있다.
20명 남짓의 한 반 아이들이 담당하는 수많은 청소구역을 돌아보며 지도하고, 과학실 실험보조원이 없는 자료실에 직접 가서 한 단원분의 실험준비물을 미리 챙겨 놓는다. 게다가 연구시범학교로 지정되고부터는 보고회까지의 수많은 계획과 그에 따른 자료 준비 및 환경 구성 요구가 정신을 차리기 힘들게 이어진다.
이뿐 아니라 학교버스를 타고 통학하는 아이들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교사들은 돌아가며 방과 후 학교버스에 한 시간 남짓 탑승해야 하며, 요즘은 지난해부터 마을도서관을 겸하게 된 학교도서관의 야간개방을 위한 교사인력배치문제까지 고심하고 있는 중이다.
설사 모든 것이 필요하고, 혹은 중요한 일이라 하더라도 본질적인 것을 놓칠 수는 없다. 표준수업시수를 말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수업시간에 어느 정도라도 자료를 갖추고 아이들과 마주하며 정상적으로 수업에 집중할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 행정실 인력이 보다 효율적으로 배치되어야 하며, 이와 더불어 소규모 학교에 공문전담요원의 배치가 절실하다고 본다.
부디 시내에서 떨어진 작은 학교가 교사들의 기피대상이 되지 않도록, 또는 단지 점수가 필요해 지원하는 학교가 되지 않도록 보다 근원적인 대책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