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수학여행, 경주의 별빛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가 되어서 근10년 동안을 줄곧 수학여행 갔던 경주.



고등학교 교사로서 수학여행지 경주는, 천년 고도이기 이전에 바퀴벌레 기어 다니는 숙소와 새벽잠 덜 깬 아이들을 다그쳐 극기 훈련 마냥 올라갔던 토함산과, 아이들에게 사지를 붙들려 물에 던져졌던 동해바다와, 밤마다 아이들의 일탈을 경계하느라 거의 날밤 새웠던 기억과, 끝없이 지치도록 걸어서 도착한 첨성대의 기대에 못 미치는 아담함 ….



뭐 그런 것들이 먼저다.



몇 년 전부터 우리 학교는 더 이상 경주로 수학여행 가지 않는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지가 바뀌면서는 교사들도 매우 편해졌다.



걷고, 오르고, 지키던 수학여행에서 편안하고 쾌적한 관광으로 바뀌었다.



제주도에 이어 금강산으로 수학여행지가 바뀌더니 그 다음엔 북경으로, 그리고 올해는 일본 오사카지방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해외로 수학여행을 가는 것에 대해서 교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어느새 해외로 수학여행 가는 것이 시대의 대세라도 된 듯하여 씁쓸하기도 하다.



어쨌든 경주 수학여행은 이제 40대를 넘어선 교사들끼리의 수다 속에서나 나오는 케케묵은 옛날 추억담이 되어버렸다.



또, 그 때를 떠올리면 정말 끔찍하기도 하다.



3박 4일 동안 불침번 서느라 매일 쪽잠을 자야하고, 아이들 앞에서 힘든 티 안내가면서 토함산을 올라가야 하고, 사고치는 아이, 다치는 아이, 아픈 아이 다 챙겨가며 힘든 일정을 지켜야 하고….



그래도 경주를 생각하면 나는 별빛이 떠오른다.



숙소 마당에 수학여행지의 들뜬 마음에 쉽사리 잠들어주지 않던 아이들과 쭈루룩 나와 앉아서 헤아리던 밤하늘의 맑은 별빛, 일출을 보자고 동이 트기 전 아이들을 떼밀다시피 올라가던 토함산 중턱에서 잠시 땀 닦으며 바라보던 새벽녘의 별빛, 그리고 무엇보다도 갓 교사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하는 기쁨과 보람에 날마다 행복했던 청춘의 교사에게, 아이들 자체가 별과 같았다. 교실에서 풀죽어 있던 아이들이 수학여행의 밤에는 저마다 빛나고 있었다.



조금 전, 아침 조회 시간에 나는 또 무지막지 말 안듣는 우리반 애들에게 잔소리를 실컷 퍼붓고 나왔다. 오늘 아침 아이들의 별빛은 구름에 가려져 있다.



그리고 17년차 교사에게는 맑은 날 보다 흐린 날이 더 많아서, 또는 하늘을 쳐다볼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별빛이 아득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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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 수학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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