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총선 있으니 정치에 연결 의심,
일부 보도는 명백히 잘못됐다”

‘미국 주적론’ 육사 설문 당사자 김충배 국방연구원장 항변

“전교조가 미국을 주적이라 가르쳤다.”(<동아일보> 4월 5일치 사설)
“육사생도들까지 오염시킨 좌파 선전선동.”(<조선일보> 4월 5일치 사설)

김충배 한국국방연구원장.
한 예비역 전직 육사교장이 실시한 것으로 알려진 설문조사가 일부 신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김충배 현 한국국방연구원장이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04년 1월에 벌인 육사 신입생 의식조사 결과가 그것이다.

조사 결과 ‘우리의 주적은 누구냐’는 물음에 34%가 미국을 꼽았다는 것이다. 반면 북한이라는 답은 33%였다고 한다.

이를 두고 일부 보수신문은 사설에서 “친북 반미 교육의 무서운 결과”(<동아일보>)라거나 “전교조가 어린 학생들을 그 불더미에 밀어 넣었다”(<조선일보>)고 주장했다.

더구나 이들 신문은 “대안 역사교과서를 군에 배포하지 못하게 막은 게 국방장관이었다”고 지목하기도 했다. 참여정부 국방부까지 색깔을 덧씌우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정작 당사자인 김 원장은 7일 오후, “총선이 있으니까 나를 정치적인 것과 연결시킨 의심이 든다”면서 “일부 내용은 명백히 잘못 보도됐다. 언론중재위에 회부할 생각도 해봤지만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해 주목된다.

김 원장과 전화 인터뷰는 이날 25분가량 진행됐다.

“그때 설문지 지금 갖고 있지는 않다”

-2004년 설문결과를 갖고 <조선><동아><문화>일보가 사설까지 썼다. 설문지를 지금 갖고 있나?
“4년이 넘었는데 지금 갖고 있지는 않다. 2005년에 이곳(한국국방연구원)에 와서 강의를 하기 위해 전화로 육사 관계자에게 수치를 물어봤다. 그랬더니 정확한 수치를 알려주더라.”

-2006년 김 원장의 강연 내용을 정리한 다른 자료를 보니 육사 신입생들은 주적으로 미국에 이어 일본을 꼽은 것으로 나와 있더라. 이것은 신문 보도와 다르지 않나.
“아니다. 그 당시 강연 내용을 잘못 정리한 자료를 본 것 같다. 내 기억으로는 학생들이 일본을 주적으로 한 것이 10~15%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부 신문은 미국을 주적이라고 답한 학생들이 ‘전교조 교사들에게 그렇게 배웠다’고 했다고 한다. 김 원장께서 직접 학생들에게 얘기를 들었는가.
“학생들이 전교조라고 답한 것은 아니고… 그냥 선생님한테 배웠다고 하더라. 학생들은 전교조니 비전교조니 구분 못하니까. (조금 있다가) 전교조 교사한테 배웠다고 말한 학생도 있었다.”

"학생들이 전교조라고 답한 것은 아니고…"

-<동아일보> 사설 제목은 ‘전교조가 미국을 주적이라 가르쳤다’이다. 동의하나?
“전교조 교사라고 해서 다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 일부가 미국을 주적이라고 가르쳤다고 본다. 하지만 내가 전교조 교사들을 비판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갓 고교 졸업한 육사 신입생들이 주적의 뜻을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하나?
“주적의 뜻이 뭔 뜻인지 모르고 답한 학생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개념은 알고 있었으리라고 생각한다.”

-신문을 보면 윤광웅 장관이 지시해서 대안교과서를 배포하지 못했다고 하던데….
“나는 <조선일보> 기자를 20분밖에 만나지 않았다. 다른 신문사 기자들은 그 때 취재도 하지 않았다. 그 기자를 만나 윤 장관 거론한 적도 없다. 상부에서 그런 지시가 있었다는 얘기는 소개했다. 당시 기자가 윤 장관이 배포 금지를 지시했느냐고 묻기에 분명히 ‘모른다’고 답했다.”

-2004년 11월에 전역을 했는데, 대안교과서는 2005년 말에 나왔다. 전역 전후로 윤 장관과 책 얘기를 했나?
“전혀 말한 적이 없다. 책이 배포된 것이 2005년 10월이고 육사에서는 2006년부터 교재를 선택했다. 나는 2004년 말에 전역했는데 어떻게 윤 장관과 책 얘기를 할 수 있었겠나.”

“나는 전역했는데 어떻게 윤 장관과 책 얘기를…”
이와 관련 4일치 <조선일보> A2면 보도 내용은 다음과 같다.

<조선일보> 4월 4일치 2면.

“군의 '대안 교과서' 집필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그새 국방부장관은 윤광웅 씨로 바뀌었다. 그런데 완성 직전인 2005년 2월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장관에게 '정신교육 자료를 개발하고 있다'고 보고하자 "집필을 끝낸 뒤 책을 장병들에게 배포하지 말고, 육사 생도 교육에만 한정해서 활용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이 기사를 쓴 유 아무개 기자는 전화통화에서 "분명히 김 원장이 윤광웅 전 장관 얘기를 했고, 기사대로 국방부장관에게 대안교과서에 대해 보고했다고 했다"고 김 원장과 정반대 말을 했다.

-왜 일부 신문이 4년 전 설문 결과를 갖고 윤 장관 얘기와 전교조 얘기를 꺼냈다고 생각하나?
“다 총선이 있고 그러니까 나를 정치적인 것과 연결을 시켰다고 의심이 든다. 일부 내용은 명백히 잘못됐다. 나는 더 이상 정치적인 것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오늘도 다른 기자들 인터뷰 일체 응하지 않고 있다.”

-잘못된 보도내용이 있다고 했는데 고치려고 노력할 생각은 없나?
“언론중재위에 회부할 생각도 해봤다. 이전에도 몇 번 그런 적이 있었는데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다. 피곤해서 이것도 망설여진다.”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일부 신문 내용과 정반대 논조로 기사를 작성할 수도 있다.
“괜찮다. 각자 신문 논조에 따라 얘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본다. 사실만 보도해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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