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교육민주화운동 20년사<30> 전교협의 교육악법 개폐 투쟁(2)





서울 올림픽이 열린 1988년은 봄부터 학생운동이 선도한 통일운동 열기가 대중적으로 확산된 해였다. 서울대 총학생회와 김일성대 학생위원회 사이에 6·10남북청년학생회담 논의가 진행되는 중, 5월 15일 발생한 조성만 열사(서울대 화학과 84학번)의 할복 투신은 큰 충격이었다. 그는 명동성당에서 ‘조국통일 가로막는 미국놈들 몰아내자’, ‘올림픽 공동개최하여 조국통일 앞당기자’는 구호를 외치고 조국통일투쟁의 제단에 스스로를 희생했다. 6월 10일 2만여 청년학생이 모인 남북학생회담 출정식(연세대)과 판문점 진출 투쟁은 자주통일의 열망으로 가득했다. 노태우 정권은 청년학생들의 운동을 원천봉쇄 하면서도 문득 북한·중국·소련에 대한 개방정책을 표명한 <7·7선언>을 발표한다. 통일 논의가 금기의 영역에서 이제 보통사람들의 술상머리에도 올랐다. 고르바초프의 개혁개방 정책을 비롯하여 냉전 종식의 세계사적 변화가 일고 있던 때였다.



전교협은 이런 정세에 부응하여 8월13일 임시대의원대회(고양 유스호스텔)에서 ‘통일교육 실천 선언문’을 채택했다. 대의원대회는 ‘지금까지 우리 교육이 민족통일을 위한 교육이 되지 못하고 도리어 민족의 분단과 대립을 조장하고 강화하는 교육이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앞으로는 교사들이 민족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통일교육 실천에 나설 것을 다짐’하였다. 아울러 전교협은 시의적절한 학교통일교육 시행을 위해 교과서 개편이 시급함을 강조하였다.



통일운동 열기에도 불구하고 88년 하반기 전교협의 핵심 과제는 여전히 ‘노동3권 쟁취’를 중심으로 한 교육악법 개폐 투쟁이었다. 전교협은 교사들을 상대로 노동3권과 교원노조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교선 작업에 주력하는 한편, 대한교련(한국교총의 전신)의 ‘물 타기 작업’의 허구성을 폭로하는 데 집중했다. 대한교련은 노동관계법에 바탕한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이 아니라, 이른바 ‘교원지위에 관한 특별법’의 이름으로 법적 구속력이 없는 ‘협의교섭권 또는 교섭협의권’ 따위를 내걸어 대중을 현혹하였다. 교련은 ‘교원은 전 국민에 대한 봉사자이기 때문에 집단행동은 안 된다’고 계속 주장했고, 아예 ‘교사는 노동자’라는 관점 자체를 부정하였다. 대한교련은 그 해 겨울을 앞두고 초등학생들에게 방학 책을 또 강매하여 국정감사를 받았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는 ‘노동관계법 개정을 위한 야3당 공동위원회’가 9월 28일 ‘교원과 공무원의 노동2권+제한적 단체행동권 부여’를 담은 시안을 마련하여 교사들을 고무시켰다. 10월 9일 열린 제3차 대의원대회(마리스따수녀원 강당)는 조직체계를 시·군·구 교협-시·도 교협-전교협으로 이어지는 단일조직으로 정관 개정을 하고 집행부도 개편하여 투쟁의 들메끈을 조였다. 대의원대회는 ▲반교육적 교육악법 일체 폐지, 교원 노동3권 보장, 교장선출임기제 포함 민주적 교육관계법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입법 ▲독재 권력과 결탁, 교원단체로서 윤리성과 도덕성을 상실한 대한교련 자진 해산 ▲악덕 사학 재단과 비리 교육관료의 양심선언 교사 탄압 중지와 자진 퇴진 ▲사립 해직교사와 미복직교사의 복직을 요구했다.



전교협은 11월 1일 전국투쟁본부로 <민주교육법쟁취특위>(위원장 이규삼 상임부회장. 서울 숭신국, 당시 57세)를 설치, 발대식을 갖고 정기국회 기간 법개정투쟁에 총력을 다하기 위한 비상체제에 돌입한다. 하반기 각 지역은 9월 10일 순천교협의 교육법개정 촉구대회를 시발로 11월 6일 강원교협의 교육민주화 실천대회까지 연인원 만 5,000여 명의 교사들이 각종 집회에 참가했고 서명운동과 함께 교육법 개정 투쟁기금 모금운동도 펼쳤다. 교대·사대의 예비교사들까지 결의를 모아 나갔다. 모든 역량을 11월 20일 국회를 겨냥한 전국교사대회(여의도 광장) 조직에 집중해 들어간 것이다. <전국교사신문>은 11월 9일자로 특집호를 발간, 투쟁의 열기를 돋우었다. 그즈음 물적 토대가 커진 전교협은 서대문구 냉천동 대전약국 2층에 있던 사무실을 늘려 북아현동 이대입구역 근처 아씨방 5층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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