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이라는 단어를 썼다. 인정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현재 민주노총이 이명박 정부를 바라보는 시선을 그대로 보여줬다. 지난 17일 아침 8시 서울 영등포 대영빌딩 2층 민주노총 위원장실에서 마주 앉은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단호했다. “노동정책이 없다. 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머슴이나 자원봉사자로 전락시키는데 무슨 노동정책이 있냐”고도 말했다. 앞으로도 할 일이 많아 보였다.
- 최근에는 민주노동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더 바쁠 것 같은데
“거의 모든 일정이 총선에 맞춰져 있다. 오늘은 울산에서 출마하는 이영희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의 지원유세로 원래 예정된 일정을 모두 조정했다. 요즘 다녀보니 2004년에는 해보자 하는 분위기가 있었고 될 수 있다고도 했는데, 이번에는 탈당한 사람들도 있고 해서 추스르는데 어려움도 있다. 그러나 이 정도의 어려움은 극복해야 한다.”
-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는 여전히 유효한가
“당연히 유효하다. 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의 뿌리가 여기에 있다. 조직적으로 결의해서 여기까지 만들어오지 않았나. 그런데 이명박 정부 자체가 민주노총을 인정하지 않고 개발독재로 가는 과정에서 진보는 나눠졌다. 탈당한 사람들이 어디를 도와주는 것인지 주목해야 한다. 현장에 뿌리박는 서민 대중의 민주노동당으로 승리해야 한다. 10명의 국회의원으로 ‘스타의원’은 만들어냈을지 몰라도 제도개선에는 많이 부족했다. 전교조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더 고민해야 한다.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 총선 결과는 어떻게 예상하나
“2004년과 같은 목표를 잡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노동자, 서민을 대변할 수 있는 7~8명은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 어려운 싸움이다. 탈당한 사람들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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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말한 것처럼 이명박 정부가 민주노총과 면담하지 않는 등 상황은 녹록치 않은데.
“분명히 말하지만 면담할 생각 없다. 기업정책은 많은데, 노동정책이 없다. 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머슴이나 자원봉사자로 전락시키는데 무슨 노동정책이 있나. 이런데 무슨 면담인가. 정부 출범이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를 탄압하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이미 예견한 일이다.
농성은 회사 정문에서 10m이상 떨어져서 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그렇게 법을 지킨 노동자들을 용역 깡패를 동원해 무자비하게 짓밟는 것이 원리 원칙이라면 이명박 정부를 부정하고 투쟁할 수밖에 없다.”
- 그렇다면 노동정책은 민주노총이 만들어야 할 과제인가
“첫째도 단결, 둘째도 단결, 셋째도 단결이다. 조합원들이 얼마만큼 단결해서 힘을 발휘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노조 운동의 존재가치가 없어진다.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
- 얼마 전 공공부문 공공성 강화 공동투쟁본부를 발족한 이유는 무엇인가
“의료부문을 먼저 보자. 선택권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맡긴다면서 의료보험을 민간으로 떠넘기려고 한다. 돈 있는 사람은 치료받고 돈 없는 사람은 죽으라는 얘기다. 교육은 또 어떤가. 대학등록금이 1000만원이다. 20대 비정규직 월급이 88만원이라는데. 영어몰입교육에 이어 여론에 밀려 유보되었지만 학원 24시간 풀가동 시도 등 노동자 서민을 끝없는 고통으로 내몬다. 게다가 일자리가 없다고 난리인데 공무원 수는 줄인다고 한다. 적어도 공기업 자리나 공무원 수를 늘려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다. 이런 문제점을 알리는 언론을 장악하려는 이명박 정권의 집요함은 말할 것도 없다. 모든 고통은 국민에게 간다. 계급 문제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양질의 삶을 위해 공공성을 지키는 싸움도 중요하다. 공투본 차원에서 한꺼번에 싸우려고 한다.”
- ‘학부모’ 이석행의 입장에서 현재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3명이 있다. 학원을 보내지 못한다. 민주노총 위원장 월급 160만원으로는 꿈도 못 꾼다. 아들은 ‘학원 보내주면 좀 더 잘할 수 있는데’라고 한다. 나로서도 못할 짓이다. 사교육비는 정말 심각하다. 전에 말한 적도 있지만 사교육에 대한 원가를 분석해 공개해 줬으면 좋겠다.”
- 혹시 학교운영위원회도 하나.
“아니다. 일정이 바빠서 할 수가 없다. 아내가 하는데 학교장이 좌지우지하는 학교분위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하더라. 학교도 더 민주화돼야 할 것 같다.”
- 전교조 조합원에게 한 마디 한다면
“우리 선생님들이 너무 위축되지 않았으면 한다. 누가 뭐래도 전교조는 이 땅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힘내자. 전교조가 희망이다. 그리고 노동자들은 더 단결해야 한다. 하나가 돼야 한다. 총선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민주노총이 살아있음을 국민들에게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