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정부 행정망, ‘반정부 집회’ 나팔수 됐나

경기교육청 이어 경남교육청도 ‘사학법 집회 동원령’에 활용

<2신> 6월 20일 오후 3시 10분

정부 행정전산망(전자문서시스템)이 사실상 ‘반정부 집회’의 홍보 도구로 전락한 사실이 또 드러났다.

경기교육청에 이어 경남교육청(교육감 고영진) 전자문서시스템도 사학단체가 23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공동 주최하는 ‘사립학교법 재개정 촉구 궐기대회’의 인원 동원령에 이용된 것으로 20일 오후 밝혀졌다.

사정이 이런데도 시도교육청을 지도·감독하는 교육부는 ‘교육청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면서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교조 경기지부(지부장 유정희)는 이날 성명을 내어 관련자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경남 사립초중고법인협의회(회장 김○○, 사학법인협)는 지난 18일 사학법 궐기대회에 학교별 참석인원을 할당하는 이른바 ‘동원령’ 공문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교육청와 같은 형태인 교육청의 전자문서시스템을 이용해서다.

더구나 경남 사학법인협은 공문에서 회장 김 아무개 씨 명의로 자신의 단체 이름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단체는 '2007년도 사학 법인협 정기총회 및 관계자 워크숍 계획 알림‘이란 제목의 공문에서 “사학 관련 단체에서는 개정 사학법의 재개정을 반대하는 정치권과 일부 국회의원에 이의 부당성을 호소하였으나 5월 임시국회에서도 계속 반대할 경우 낙선운동본부를 출범시켜 강력히 대응키로 하였다”고 밝혀 사실상 ‘정치활동’을 선언했다.

이어 이 단체는 “우리 사학인들의 결연한 의지를 표명하고자 ‘사학법 재개정 촉구 궐기대회’를 다음과 같이 한기총과 연합하여 개최하니 많이 참석할 수 있도록 특별 배려를 부탁 드린다”면서 “서울·경기·인천 지역: 학교당 20명 이상, 그 외 지역: 학교당 5명 이상”이라고 적힌 참석 할당 인원을 적어 놨다.

이 공문을 받아 든 신 아무개 교사(경남 ㄴ고)는 “정치인 낙선운동 등 정치활동을 선포하는 내용과 개정 사학법 반대 집회에 교직원을 동원하는 공문이 교육청 전자문서시스템에 실려 있어도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앞서 경기 사학법인협도 교육청 전자문서시스템을 활용, 18일자로 이 지역 전체 사립학교에 비슷한 내용의 공문을 보내 말썽이 된 바 있다.

도 아무개 경남교육청 총무과장은 “사학 법인협이 그런 공문을 보냈는지 알 수도 없고, 우리가 말할 입장도 아니다”고 답변을 피했다. 반면, 경기도교육청은 ‘문제가 크다’고 판단, 실태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도 이 같은 사실에 대해 특별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란에 대해 교육부의 생각을 듣기 위해 초중등교육정책과, 사립대학지원과, 교육복지정책과 등 관련 부서에 전화를 했지만 ‘시도교육청이 알아서 할 문제이다’, ‘우리 부서 소관사항이 아니다’고 답했다.

<1신> 6월 19일 오후 5시 15분
더위 먹은 교육청 행정전산망 “궐기대회 참석하라”

경기도교육청 전자문서시스템에 실려 있는 '궐기대회 홍보' 공문(왼쪽)과 이 공문에 첨부된 문서.

"사학법 재개정 궐기대회를 개최하기로 하였으니 각급 학교 법인 이사장께서는 경영학교장을 독려하시어 경기도내 각 법인에서는 20명 이상의 인원이 참석하여 사학인의 강렬한 의지를 표출할 수 있도록 특별 배려를 부탁드립니다.”

경기도교육청(교육감 김진춘) 전자문서시스템은 지난 18일 이 지역 223개 사립 초중고에 일제히 이 같은 내용이 적힌 공문을 보냈다. 전자문서시스템은 정부시책 등을 알리기 위해 가동하고 있는 행정전산 공문 망이다.

이 같은 공문을 받아 든 학교 교직원 가운데 일부는 ‘교육청 행정전산망이 어떻게 반정부 성격의 집회에 인원을 동원하는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이냐’면서 격앙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교조 경기지부(지부장 유정희)는 이날 오후 경기도교육청을 항의 방문해 “참교육 연수 공문도 전자문서시스템으로 보내지 못하게 한 교육청이 궐기대회 홍보 공문을 보내도록 할 수 있는 것이냐”고 따지기도 했다.

문제의 공문에 적혀 있는 발신자는 경기 o고등학교장. 이 학교의 김 아무개 법인이사장은 경기지역 사립초중고법인협의회(사학법인협) 회장이다.

A4 용지 한 장 분량의 이 공문은 내용에서 국회의원 낙선운동 등 정치활동을 언급하기도 했다. 현행법은 사립학교 교직원들도 국공립 교직원과 같이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공문은 “우리 사학 관련단체에서는 사학법의 재개정을 반대하는 정치권과 일부 국회의원에게 그의 부당성을 널리 호소하였으나 아직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면서 “6월 임시국회에서도 계속 재개정을 반대할 경우, 그네들을 정치권 밖으로 퇴출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지난 6월 15일 낙선 운동본부를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학 단체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23일 서울시청 앞에서 여는 ‘사학법 재개정 촉구 궐기대회’를 소개하면서 ‘법인에서는 20명 이상의 인원이 참석하라’고 인원을 할당했다.

사학법인협 “관인 없어서 교장 명의로 보냈다”

이 같은 공문을 경기도교육청 전자문서시스템을 통해 보낸 까닭에 대해 경기 사학법인협 관계자(경기 o고 행정실장)는 “이사장님이 사학법인협 회장님이신데 다른 사학법인으로 직접 팩스로 보내면 실종되는 경우가 많아 교육청 전자문서시스템을 이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학법인협 사무 책임자이기도 한 이 관계자는 또 “(전자문서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는) 관인이 없기 때문에 우리 학교의 ‘교장’을 발신자로 한 것”이라면서 “교장 선생님은 공문을 보낸 사실을 알지 못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 아무개 경기도교육청 총무과장은 “사학들이 (행정전산망의 성격을) 알지도 못하면서 공문을 이 전자시스템을 이용해 보낸 것 같다”면서 “문제가 있으니만큼 실태조사를 한 뒤 적당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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