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훈련 3-4개월 전에 훈련일정, 훈련의 구체적인 내용과 규모 등이 결정되던 것과 비교해 보면 상당히 뒤늦은 발표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후 체제교체기에 있는 북한을 관리하고 무용론에 빠진 6자회담을 재개하고자 하는 한미 양국의 복잡한 심경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2009년 북한 2차 핵실험 이후 6자회담 재개가능성은 매우 낮아졌고, 2010년 천안함․연평도 사태 이후 남북관계는 더욱 냉각되었다. 그러던 중 2011년 7월 북미 고위급 회담 이후 10월 2차 회담이 이루어졌고, 12월에 3차 고위급 회담을 개최키로 하면서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인해 무산된 3차 북미 고위급 회담은 올해 2월 23일 개최된다. 이번 회담에서는 식량지원(영양지원) 문제, 비핵화 사전조치, 6자회담 재개 문제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이번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은 3차 북미 고위급 회담 이후 불과 며칠 만에 시작되는 만큼 복잡한 정세에 놓여있다.
2월 4일 북한은 “이번 전쟁연습책동은 단순한 군사훈련이 아니라 실전으로 넘어가기 위한 위험한 불장난”이라며 강력하게 비난한 바 있다. 또한 2월20일 군산 앞바다에서 한미 해군이 실시한 북한 잠수정 대비 훈련에 대해 “무자비한 대응타격이 개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훈련은 2시간 만에 종료되었고 이에 대한 북한의 대응사격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한미연합사령관 제임스 서먼은 이번 훈련이 “한반도의 안정을 유지시키기 위한 방어 위주의 정례 연습으로 현재의 세계정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은 결코 방어 위주의 훈련이 아니며 또한 한반도 정세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효과를 낳는다.
키리졸브 북침 연습 강행은 동아시아 긴장을 고조시킬 뿐
키리졸브 연습은 한반도 유사시 미군 증원 전력을 신속히 한반도에 배치해 최전방으로 이동시키는 연례훈련으로 1976년 시작한 팀스피리트 훈련의 후신이다. 1994년부터 한미연합전시증원연습(RSOI)으로 대체되었고, 2008년 한미 양국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합의하면서 ‘중요한 결의’라는 뜻을 지닌 현재 명칭으로 변경되었다.
한미연합군 작전계획 5026, 5027, 5029에 의해 규정되는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은 그 목적과 훈련 양상을 볼 때 기본적으로 북침 연습이다. 작전계획 5026의 주된 내용은 북한 내 핵·생화학무기 시설과 지휘·통제시설 등 700여개에 달하는 표적을 ‘핀 포인트’ 공격으로 파괴한다는 것이다. 작전계획 5027은 한반도 전면전 시나리오로서 1998년부터 선제공격전략 개념을 도입하여 2006년에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전략으로 구체화되었다. 작전계획 5029는 북의 내부 소요나 천재지변과 같은 사태에도 군사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09년 1차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에는 2만 6천명의 미군과 한국군 20만 명이라는 대규모 병력이 투입되었고, 핵추진 항공모함, 이지스 구축함이 동원되었으며, 훈련기간 중 괌에서 B-2 스텔스 폭격기 4기와 F-22 스텔스 전투기 12기가 전진배치되어 북한을 압박했다. 훈련내용도 한미공군의 특수작전 요원 침투, 군수지원, 대테러, 대북 시가전, 민군작전 등 대북 공격과 점령을 상정한 것들이었다. 2010년, 2011년 봄에도 유사시를 가정하여 한미 양국 간 협조체제를 강화하고 첨단 공격무기를 실습하는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은 계속되었고, 특히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반영하여 미국 WMD 제거 전담반이 훈련에 참가했다.
심각한 문제는 한미연합사가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에 바탕을 두고 연습을 실시해오면서 훈련의 침략적 성격이 더욱 노골적으로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북한 내 소요사태 등의 체제 불안정을 가정한 상륙, 점령, 핵과 미사일 제거 훈련 등을 실시하는 것은 현재 체제교체기에 있는 북한에게는 직접적이고 심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한미일 삼각동맹의 강화와 미국의 새로운 국방전략
2011년 키리졸브 훈련 과정에서 문제가 되었던 것 중 하나는 일본 자위대의 훈련 참관 여부였다. 2010년 12월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은 2010년 12월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여 “한국과 일본이 과거 문제를 초월해 한미일 3국의 연합훈련이 실시되도록 노력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한미일 군사동맹을 진전시키기 위한 구체적 시도 중 하나였다.
2010년에 한미, 미일 훈련에 자위대 및 한국군의 교차 참관이 이루어졌고, 또한 한반도 PSI 훈련에 일본 자위대가 참가한 바 있다. 올 1월 24일 부터 진행된 연례 미일 연합군사훈련(야마사쿠라 연습)에는 최초로 주한미군 차출되기도 했다. 미군 1,300명과 일본 자위대 4,500명이 투입된 이 훈련에 사상 처음으로 150명의 미 8군 소속 주한미군 육군 장병이 참가한 것이다.
한미일 삼각동맹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면서도, 중국에 대한 견제 및 북한에 대한 관리 비용을 동맹국들과 분담하고자 하는 미국의 의도에 따른 것이다. 이는 이중적자 타개를 목적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무역․투자 자유화 조치를 강화하고자 하는 미국의 전략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지난 1월 5일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한 미국의 새로운 국방전략보고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미국의 사활적 이해가 걸려있음을 보여준다. 이 보고서는 미국이 재정적자 때문에 국방예산을 감축하고 지상군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태지역의 해․공군력은 더욱 강화할 것이며, 이 지역에서 일본, 한국, 인도 등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시도는 중국과의 잠재적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한국과 일본의 무기 첨단화 및 군사력 확대를 유도하여 군비경쟁을 가속화한다. 또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이 동아시아에서의 군사적 분쟁에 대한 개입의 폭과 수위를 높이게 되면서 한미일 삼각동맹의 선제공격적 성격이 더욱 강화된다. 이에 따라 작은 군사적 긴장도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 있는 위험성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미 군사연습 중단하라!
2월 말부터 4월 초까지는 동아시아의 불안정성이 매우 높아지는 시기이다.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은 물론이고, 3월에는 평양 점령을 염두에 둔 연합 상륙훈련인 쌍룡훈련이 예정되어 있다. 이러한 군사훈련은 미국 중심의 한미일 삼각동맹을 과시하는 대규모 무력시위로서 동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효과를 낳는다. 북한 내 불안정한 정세를 가정하여 상륙, 점령, 대량살상무기 제거 훈련을 강화해 온 한미 군사연습은 체제전환기에 있는 북한에 심대한 위협이 될 수 있고 동아시아 정세의 불안정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또한 미국의 전략 하에 강화되는 한미일 삼각동맹은 동아시아 전쟁위험을 한층 고조시킨다.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은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가 채택되고 제한적이나마 전쟁위기를 완화시킬 수 있었던 결정적 배경은 팀스피릿 훈련 중단이었다. 나아가 미국의 동아시아 패권을 강화하고 동아시아 군비경쟁을 유도하는 한미일 삼각동맹을 해체하기 위한 시도, 그리고 핵무기를 포함한 광범위한 군축 시도가 동반되어야 한다. 키리졸브․독수리 훈련 중단을 위한 운동을 출발점으로 삼아 대중적 평화운동의 확산을 도모해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