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연말까지 아랍에미리트(UAE)에 국군 특수전부대 130여 명을 파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지난 11월 3일, 당정회의를 통해 파병 계획을 확정했다. 파병 부대는 2012년까지 특수전부대 1개 지역대 130여 명으로 구성되며, 4-6개월 주기로 교대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이번 파병이 “분쟁지역에 대한 PKO나 다국적군 파견과는 달리, 전투위험이 없고 안전한 비분쟁지역에서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국익을 창출하는데 기여하는 새로운 개념의 부대 파견”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11월 9일 국무회의를 열어 내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2년간 국군 150명 이내를 UAE에 파견하는 내용의 ‘국군부대의 UAE군 교육훈련 지원 등에 관한 파견 동의안’을 의결했다. 이제 국회 본회의 결정만 남았다. 정부가 파병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힌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았다.
원전 수주와 무관하다?
한국은 지난해 UAE에 한국형 원자력발전소를 수출하기로 하면서 포괄적 군사교류협정을 맺었다. 애초에 이번 파병이 원전 수출의 대가라는 의혹이 제기되었던 이유다. 때문에 원전 수출이 결정되면서부터 파병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정부와 국방부는 줄곧 부인해 왔다. 그러나 지난 11월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태영 국방부장관은 “작년에 원전수주를 위해 노력하면서 정부의 거의 모든 부서가 협력했는데, 그 과정에서 (부대파견에 관한) 거론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혀 (관련이) 없었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고 말해 사실상 원전 수주에 대한 대가성 파병이며, 대통령의 사전 승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발전소 수출과 같은 민간 경제활동을 뒷받침하려는 파병은 어떠한 근거도 찾을 수 없다. 한국 헌법 제5조 2항은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라 하여 국군의 존재 이유를 규정하고, 그 임무를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에 국한해 규정하고 있다. 경제적 목적으로 여기저기 옮겨 다닌다면 그것은 타인의 피를 돈으로 바꾸는, 돈을 벌기 위해 분쟁 지역을 찾아다니는 용병부대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이번 파병이 원전 수주에 대한 대가라는 비판이 높아지자 국방부는 시급히 진화에 나섰다. 국방부는 김태영 국방장관의 발언이 보도된 직후 ‘국회 국방위 UAE 파견 관련 일부 언론보도에 대한 국방부 입장입니다.’라는 글을 국방부 홈페이지에 게재하여, 부대파견이 원전수주의 전제조건이 아니었으며, 원전 협상과는 무관하게 올해 8월 UAE 측의 정식 요청에 따라 군사협력단 파견을 검토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11월 8일자로 국방부가 발표한 <한국군 부대 UAE 파견 설명자료>에 보면, ‘UAE측은 원전 수주와 연계 한국군의 파견, 연합훈련 및 연습 등 다양한 방식의 군사협력을 요청’했다고 명기하고 있다. 원전 협상과 연계하여 요청을 했는데, 그 때 즉각적으로 응하지 않고 올해 8월에 답했다고 해서 원전 협상과는 무관하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행위다.
안전한 비분쟁 지역이다?
국방부는 이번 파견이 종전의 분쟁지역에 대한 파견과 달리, 전투 위험이 없고 안전한 비분쟁 지역에서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국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개념의 파견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부 부처에서도 서로 말이 다르다. 외교통상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www.0404.go.kr) 국가별 안전정보는 UAE가 이슬람 과격주의자들에게 항상 테러의 목표로 지적되고 있으며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의 국가들은 UAE를 높은 수준의 테러위험국가로 분류하고 있다면서, 외국인이 많이 모이는 장소, 종교시설, 쇼핑몰 등을 방문할 때에는 신변안전에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고 적시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UAE는 페르시아만을 사이에 두고 이란과 마주해 있는 나라다. UAE와 이란은 1960년대 말부터 페르시아만의 아부무사섬과 턴브섬 등 3개 도서를 놓고 영유권을 다투고 있다.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 쟁탈 시기 현 UAE를 구성하고 있는 토후국들을 점령했던 영국이 1968년 주둔 군대를 철수시키자, 1969년 이란은 상기 도서들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페르시아만의 입구 쪽에 위치한 이 도서들의 영유권을 확보하면 주변에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원유에 대한 권리를 확보할 수 있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의 항로가 이 도서들을 통과하기 때문에 이 지역 원유 수송로의 길목을 장악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때문에 이란은 1971년 2개의 턴브섬을 무력으로 점령했고, 1992년에는 아부무사섬까지 완전히 장악했다. 그 후 이란은 아부무사섬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려 하거나, 인근에서 전쟁모의 연습을 실시하는 등 군사적 긴장을 높였다. UAE는 지난 6월 강력한 이란 제재를 시행(UN이 제재대상으로 지정한 이란의 개인과 기관 관련 41개 계좌를 동결하고 송금 거래를 중단하도록 전 금융기관에 지시)하면서 양국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이렇듯 주변 국가와 역사적/정치적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UAE에 특수전부대를 파병하는 것은 ‘안전한 비분쟁 지역에의 파병’과는 거리가 멀다. 석유 자원과 수송로를 두고 벌어지는 갈등은 지속될 것이고,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두고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알 수 있듯 페르시아만 주변 지역의 긴장은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 정부 역시 이란 제재에 동참하면서 이란과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직접적인 분쟁 국가인 UAE에 특전사를 파병하는 것은 화약고 옆에서 불을 피우는 것과 같다.
군사협력과 국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파병이다?
국방부는 이번 파병이 5,000명 가량인 UAE의 특수전부대를 1만 명으로 배가하고 부대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긴밀한 훈련 협력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국방부의 설명대로라면 다른 나라의 군사력 증강을 위해 한국이 파병까지 해가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더구나 UAE의 이러한 움직임은 이란과의 갈등 상황에서 군사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즉 무력 분쟁에 대한 실질적인 대비의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UAE는 자국의 입장에서는 횡포라 할 수 있는 이란의 행위에 대해 그동안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한 채 UN 제소 등 국제 사회의 중재와 지원에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UAE는 이란의 행위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다를 것이 없다며 강도 높게 비난하는 한편, 이란에 대한 금융 제재에 적극 동참하면서 이란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UAE의 강경한 자세는 군사력 증강 움직임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가 11월 10일 발표한 <2005-2009년 국제 전투기 거래 보고서>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가 상기 기간에 수입한 전투기는 총 108대로, 115대를 수입한 인도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더불어 특수전부대 파병 외에도 한국은 UAE와 다양한 군사적 협력을 약속했다. 국방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UAE군 총참모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탄약과 차량 등 방산물자 2,006만 달러 수출 계약을 체결했으며, 항만방어체계를 비롯해 다양한 방산협력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또한 지난 5월 방한한 UAE 왕세자는 한국의 동원/병역제도의 경험을 전수해주길 희망했고, 한국은 자료 제공과 현지 실사에 협조하기로 했다. 결국 발전소와 무기를 팔아먹기 위해 해당 지역의 군사력 증강을 도와 긴장을 고조시키고, 그 한 가운데로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외교’의 결정판이라 아니할 수 없다.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
국방부는 국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파병이라 주장하면서도 UAE의 요청 때문이라며 어느 정도의 협력을 약속했는지, 정부 내에서 어떻게 논의되었는지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이번 파병이 2012년까지라고 하지만, 원전 건설이 완료되는 2020년까지 장기 파병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의 생명이 달린 중차대한 문제임에도 ‘국익’이라는 이유로, 혹은 상대국의 ‘요청’이라는 이유로 국민의 알 권리와 정책을 명확하게 알리고 보고해야 할 정부의 의무는 손쉽게 무시되고 있다.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은 파병에 대해 대통령과 국방/외교장관, 외교안보수석 등 극소수만이 본 비밀합의 문건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문건의 존재 자체를 부인했다. 지난 해 11월 김태영 국방부 장관의 UAE 방문 이후 UAE에서 파병을 포함해 40개 질문사항을 전달했고, 장관은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한 이후 대통령의 재가가 있었다. 그렇다면 국가 간 군사협력의 내용 보고와 대통령의 재가까지 모두 구두로만 이루어졌다는 것이 된다.
국방위원회 회의에서 군사협력 문서를 국방위원들이 열람 또는 검증할 수 있게 해달라는 국회의원들의 요구에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외교부에서 조약 넘버를 받지 않을 만큼 중요한 사안도 아닌데 UAE에서 비공개를 요구한 것이다. 이해해 달라”고 답변했다. 국방부의 설명대로 이번 파병이 원전 수주의 대가가 아니라 양국 간 군사협력에 의한 것이라면, 한국 군대가 다른 나라에 파병되는 것이 바로 그 군사협력에 의한 것인데 그와 관련된 협력 문서가 외교부에서 조약 넘버를 받지 않을 만큼 중요한 사안이 아니라는 인식은 황당함을 넘어 분노하게 만든다.
‘국익’ 논리에 숨겨진 침략 동맹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병을 강행하고 있는 정부의 의도는 무엇인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UAE는 최근 금융 제재 조치를 통해 이란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지난 9월 이란 제재 조치를 시행했다. 한국 정부는 UN 결의에 따른 조치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미국의 이란 압박 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반미 세력의 확산을 차단하고 중동 지역에서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란을 억제하는 것은 미국에 중대환 과제다. 더불어 원유는 전 세계 매장량의 10%를, 천연가스는 16%를 보유하고 있는 이란에 대한 관리는 미국의 에너지 패권 전략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따라서 UAE에 대한 협력과 지원은 이란에 대한 고립/압박 전략에서 이해될 수 있다. 전체 인구가 462만 명에 불과한 UAE에 미국을 비롯해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이라 할 수 있는 영국과 호주 등 10개국 군대 3천여 명이 주둔하고 있는 것도 UAE의 전략적 가치를 보여준다.
한국의 이번 파병은 결국 미국의 패권 전략에 더욱 더 깊숙이, 더욱 더 직접적으로 결합하게 됨을 의미한다. 지난 10월에 진행된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이후 발표된 양국 공동성명은 ‘광범위한 범세계적 안보 도전에 대처하기 위한 한미 간 긴밀한 협력을 계속 증진해 나가기로 약속하였다’고 적시했다. 한미동맹은 이제 그 개념에 있어서도 한반도의 방위를 넘어서고 있다.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확장전략, 즉 한미동맹의 글로벌화가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 정부가 작년 말 국회의 사전 동의 없이도 해외파병을 가능하게 한 일명 ‘PKO 신속파견법’을 제정하고, 올해 7월에는 3천여 명 규모의 파병전담부대를 만든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보이지 않는 국익, 보이는 위협
한국 군대의 해외 파병의 근거는 언제나 ‘국익’이었다. 그러나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지속된 그동안의 파병은 파병된 군인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목숨까지 위태롭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러한 희생을 통해 우리가 얻게 된 ‘국익’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그때도, 지금도 알 수가 없다.
이번 UAE 원전 수주만 보더라도 그렇다. 정부는 이번 건이 400억 달러 규모이고, 단일 수주 중 최고가 사업이라고 선전한다. 하지만 원전수주 계약 내용조차 공개되고 있지 않은데, 입찰 경쟁 상대였던 프랑스 아레바 컨소시엄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낮은 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에 최종사업자로 선정되었다거나, 고정환율 계약으로 환율 변동 시의 손해와 60년간의 수명 동안 고장이나 사고 시 모든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는 등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한국은 원자력 발전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못해 핵심 부분은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나 일본의 도시바에 하청을 줄 수밖에 없어 전체 공사액에서 한국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가 선전하는 만큼의 충분한 경제적 효과가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대목이다. 2012년까지, 혹은 2020년까지 파병하게 될 경우 얼마만큼의 돈이 들어가는지도 밝히지 않는다. 다만 기획재정부와 협조 하에 추계 중이며 2011년도 예산에 반영하겠다는 사실만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가 UAE 원전수주를 강력하게 추진한 것은 마치 군사정권 시절의 중동 건설 수주처럼 자신의 경제적 성과를 포장하기 쉽다는 이유와 함께, 원자력 산업계의 이익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이명박정부가 2008년 발표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원자력발전의 발전량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매년 4-6개 정도의 원자력발전소 추가 건설한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이는 지난 1월 발표된 <원자력수출산업화 전략>으로 이어져, 2030년까지 세계 원자력 발전소 신규 건설 추정치의 약 20%인 80개를 한국에서 수주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의 에너지 소비량 증가세가 둔화되고 국내에 원자력 발전소 추가 건립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원자력 산업계의 구원과도 같은 계획인 셈이다. (이명박 정부의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는 사회화와노동 339호「국가에너지기본계획 비판」을 참조하라.)
이번 파병은 정부의 선전과는 달리 안전한 비분쟁 지역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발전소와 무기를 팔아먹기 위해, 미국의 패권 유지를 위해 UAE의 군사력 증강을 도와 지역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다. 전 세계의 화약고와 같은 중동 정세에 점점 더 깊숙이 발을 들여 놓는 것이 결코 평화로 향하는 길이 아님을, 중동과 더불어 전세계를, 그리고 우리 민중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길임을 분명하게 알려 나가야 한다. 이번 파병을 저지시키기 위해 민중운동의 힘을 모아야 한다.
더불어 경제적 이득을 쫓아, 혹은 미국의 패권 유지를 위해 어디든지 달려가는 군대가 된다는 것은 일찍이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위협에 놓이게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의 투쟁은 이번 UAE 파병을 저지시키는 것과 함께 한미동맹 자체를 타격하는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