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 민중언론 참세상] |
비정규 노동자 학살 정권
‘비정규직 대량해고 중단’, ‘외주화 철회’ 등을 요구하며 파업투쟁에 나선 이랜드-뉴코아 노동자 투쟁에 대해 노무현 정권은 두 번에 걸친 강제진압으로 화답했다. 7월 20일 홈에버월드컵점과 뉴코아강남점 점거파업에 대해, 7월 31일 뉴코아강남점 점거파업에 대해 해머와 도끼, 진압봉으로 무장한 경찰특수기동대와 전투경찰 병력을 앞세우고 군사작전 펼치듯 폭력 침탈을 했다. 각각 7천 명과 5천 명의 병력이 투입되었다. 두 번의 진압작전에서 연행자만 400여명에 달하고 6명이 구속되었다. 이랜드 투쟁이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외주화시키는 비정규직법 전반의 문제를 폭로하고, 전 사회적인 지지를 받게 되자 노무현 정권은 또 다른 비정규직 투쟁으로 번질 기미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서둘러 무력진압에 나선 것이다. 비정규직법을 만들어 비정규직을 맘대로 쓰다 버리게 하고, 임금 80만원 받는 여성비정규노동자들이 생존권을 지키고자 나선 투쟁을 군화발로 짓밟음으로써 노무현 정권은 ‘노동자 학살정권’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였다. 사법부 역시 사측의 손배 가압류, 영업방해 금지 가처분, 노조지도부에 대한 구속에 손들어 주면서, 자본의 소유권에 대한 수호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여성비정규노동자들을 착취하고 한 번 쓰다 버리는 일회용 취급한 이랜드 자본은 막대한 자금을 들이고 전 직원을 동원해 여론호도에 나서더니, 최근에는 ‘엄마에게 친절한 일터’로 선정되었다며 홍보해대는 치졸한 작태를 지속하고 있다.
여성비정규노동자 투쟁과 연대
그러나 공권력의 탈을 쓴 무자비한 ‘자본의 사병’에 의해 끌려나오면서도 이랜드 노동자들은 “우리는 정당하다, 기필코 승리한다”, “몇 번이고 매장을 점거할 것”, “노동자가 아니라 박성수를 잡아가라”며 투쟁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랜드-뉴코아 노동자들이 6월 하순부터 무기한 공동파업에 돌입한 이후 매일 매장 봉쇄를 통한 매출 ‘0’투쟁, 20일이 넘는 점거파업과 농성, 4차에 걸친 전국적 매장 타격투쟁, 전 사회적인 불매운동 등으로 이랜드 자본은 실질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손배를 청구하려면 매출 손실액을 공개해야 하는데, 그러면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겨 이랜드 자본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소 500억대의 손실이 발생했는데, 이것은 이랜드 노동자들의 과감한 투쟁과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 민주노동당, 사회운동단체, 학생, 노점상, 철거민 등 연대 대오의 헌신적인 지원과 연대가 빚어낸 성과다. 그리고 이랜드 투쟁은 각 지역의 매장을 봉쇄하고 타격해야 하는 투쟁의 속성상 일산에서부터 순천에 이르기까지 지역의 투쟁주체들을 결집시키고 연대의 폭을 넓히는 지역 연대운동으로 나아가게 만들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투쟁을 통해 여성비정규노동자들이 ‘반찬값 버는 아줌마’가 아니라 투쟁의 주체로서 단련되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인식하며, 연대의 소중함을 깨닫고 스스로 단결한다는 것이다.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홈에버를 비롯한 모든 비정규직을 위한 싸움이다, 억울하게 구속된 조합원들이 풀려나고 해고된 비정규직 동료들이 복직되는 그날까지 싸울 것"이라고 다짐한다. 이랜드 투쟁은 주변부에서 값어치 없는 노동으로 내몰리고, 항시적으로 불안정노동에 시달리며 가사노동과 임금노동에서 동시적으로 착취당하는 여성비정규노동자들의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우리는 이랜드 투쟁을 여성노동자의 투쟁으로 적극적으로 바라보고 여성 노동권에 대한 토론을 현장에서부터 확대할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법 폐기 투쟁의 활로를 개척하자
이랜드 투쟁이 들불처럼 번지자 외주화를 계획하던 자본들은 이를 유보하거나 분리직군제 전환 등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부장관조차 “외주화를 주려고 했다가 이번에 이랜드가 당해서 기업들이 손쉽게 외주화하지 못한다”고 시인했다. 자본가들은 비정규직들이 집단적으로 저항할까봐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이랜드 투쟁은 소위 비정규‘보호’법이 오히려 비정규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면서 비정규직법을 뿌리채 뒤흔들며 이에 대한 대중적 문제제기를 확산시키고 있다. 노동부 조사에서도 300인 이상 대기업의 30%가 계약직 업무를 외주화시킬 계획이고, 파견노동자를 쓰는 기업들의 59%가 2년마다 교체하겠다고 답하는 등 비정규직법은 실제로 ‘비정규노동자 해고․외주화법’으로 기능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시정 제기 건수도 지금까지 3건에 지나지 않는 실정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법 시행 1년도 되지 않았는데 무슨 소리냐며 ‘비정규직법의 조기안착화’만을 부르짖고 있으며, 자본가들은 한 술 더 떠 비정규직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자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비정규직법을 통과시킨 장본인들인 국회 환노위원들도 절반 이상이 법이 문제가 있다고 시인하는 형편에 말이다.
이랜드 투쟁의 승리는 비정규직법 폐기 투쟁으로 나아가는 발판이 될 것이다. 이랜드 투쟁으로 비정규직법의 모순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고, 비정규직법에 대한 불만이 높아져감에 따라 어디에서라도 제2, 제3의 이랜드 투쟁이 나올 수 있다. 아니 비정규직법을 확실히 땅에 묻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투쟁이 여기저기에서 분출되어 나와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랜드 비정규직 투쟁을 더욱 확대하고 역량을 집중시켜 비정규직법 철폐 투쟁의 활로를 열어가야 한다. 특히 민주노총 노동운동 주체들이 철폐 투쟁을 새롭게 다시 결의해야 한다. 이것은 이랜드 투쟁을 각급 현장으로 확산하여 지원과 연대를 조직하는 것과 더불어 각 현장에서 비정규직법으로 인한 문제들을 발굴하고 주체들을 조직함으로써 또 다른 투쟁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랜드 노동자들이 비정규직법 문제를 자기 문제로 받아 안고 투쟁에 나섰듯이 다른 곳에서도 그러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끈질긴 매장봉쇄와 점거로 승리를 향해
이랜드 여성비정규노동자 투쟁에서 승리하고 비정규직법 폐기 투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매장봉쇄를 확대하고 3차 점거투쟁을 성사시켜 파업투쟁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노총 각급 산별연맹들과 지역본부, 단위노조, 민주노동당 지역조직과 제반 연대 단위에 이르기까지 역량을 조직하여 지역 차원에서 매장봉쇄와 점거투쟁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이랜드 자본에 실질적인 타격을 가하고 투쟁에 참여하는 단위들을 확대하며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예컨대 서울지역에서는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이 ‘이랜드․뉴코아 투쟁 승리를 위한 합동총회’를 1천명 목표로 조직하여 8월 11일에 개최한다. 여기에서는 서울지역에서 각 매장투쟁과 농성, 연대방안을 실천적으로 결의할 것이다. 이와 같은 지역차원의 투쟁 결의는 전국적으로 확산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에서 연대의 힘을 강화하고 확대하는 것은 경찰폭력이나 손배청구 등 투쟁 무력화 공세를 극복할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이다.
또한 이랜드-뉴코아 공동파업 전선을 사수해야 한다. 이랜드 자본은 초기부터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기 위해 직무급제를 던지기도 했고, 분리교섭을 요구하기도 했으며 홈에버와 뉴코아의 쟁점이 다르다는 식으로 투쟁을 분리시키려 했다. 진전된 교섭안을 한 쪽에 던지는 식으로 하여 또 다시 분열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 투쟁한다는 자세를 견지하여 저들의 책동에 맞서야 한다. 투쟁 주체들이 서로가 서로를 받쳐주고 힘이 되어 주면서 나아가야 승리를 앞당길 수 있다.
이번 이랜드 투쟁은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이자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의 투쟁이다. 스스로 주체가 되어 투쟁과 연대의 공간을 열어나가고 새로운 노동자운동의 기운을 북돋우는 소중한 과정으로 만들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