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아닌 노동자! 비정규노동자!
금속연맹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조와 금속노조 현대아산사내하청지회의 불법파견 진정이 해를 넘겨 힘겨운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 아산, 전주공장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이 현대 자동차 정규직 노조로 확장되어가고 있으며, 이제 불법파견 문제는 제조업 전반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정권과 자본은 무자비한 전근대적 폭력을 동원해 이를 탄압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 자동차의 대규모 불법파견 사용이 확인되자, 전경련은 성명서를 발표하여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은 불법이 아니라 합법이었다고 설명하고, 세계 도처에서 기업 하는데 이만한 비정규직을 사용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며 오히려 정부에게 노동유연화를 확실히 법제화 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노동부는 최근 국정브리핑을 통해 '불법파견의 경우 고용의제 적용 규정이 없다'며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에 더해 “파견법의 고용의제 조항은 불법파견에 대해 명시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효력규정에 해당하여 행정관청에서 제재 등의 이행강제 수단이 없으며 근로자가 개별적으로 법원 등을 통해 구제 받을 수밖에 없다”며, 불법을 행한 사업주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히기도 했다. 이미 정권과 자본은 공권력과 사법권을 발동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89명 집단해고와 116명 형사고발, 수 백억 원대의 손배청구라는 무자비한 공세를 퍼부었다. 뿐만 아니라 공장근처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으로 집회를 불허하고, 불법파견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인한 업무의 공백을 다시 불법적인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등의 전방위적인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 여기에 울산공장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의 공장농성투쟁에 단전단수를 조치를 취했다. 게다가 민변 민노당 등으로 구성된 현대차 아산공장 방문 진상조사단의 결과,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의 노조 활동가들에 대한 불법사찰이 사실로 확인되기까지 했다. 지난해 식칼테러에 이어 비정규직 노동자는 집회의 자유와 노동권, 인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아닌 노동자의 처지로 전락하고 있다.
현 시기 명확한 계급투쟁 관점만이 힘찬 투쟁을 예비한다.
신자유주의 하에서 노동의 불안정화가 지속적으로 추진되면서 대부분의 노동자는 불안정노동자가 되었고, 이제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도 비정규직 고용이 자연스러운 상황에 도달했다. 이번 불법파견 철폐투쟁은 지난 노동유연화의 과정이자 결과로 드러난 비정규직의 무권리와 열악한 삶을 폭로하고, 전체 노동자대중의 불만을 조직화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현재의 불법파견 철폐투쟁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투쟁을 통해 전국적으로 확산되어야 하고, 이는 무엇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중심에 두고 투쟁하는 것으로부터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에 앞서 이번 투쟁을 준비하는 주체들이 노무현정권과 자본에 대한 명확한 관점을 갖고 투쟁을 전개하는 것 또한 투쟁요구 못지 않게 중요하다.
지난해 국가보안법 폐지투쟁은 운동주체의 끈질긴 투쟁의지를 보여주었다. 그만큼 '여의도'에서는 확실히 부각되었고 이곳에서만큼은 다른 투쟁에 우위를 지켰다. 하지만 연내처리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흘러나오면서부터 상황은 극단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열린우리당의 이중대'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연내'에 폐지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었다. 결국에 국가보안법 투쟁을 주도한 국민연대는 국회에서 각종 사안이 한꺼번에 처리되는 날, 국보법을 어떻게든 연내 폐지하자고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할 것을 촉구하기도 하였다. 지배세력의 반민중적 조치가 한꺼번에 국회를 통과하던 날, 그것도 열린우리당이 이 모든 법안을 주도적으로 처리하는 상황에서, 민중운동은 들러리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한데도 '직권상정'을 외치며 국회의장과 열린우리당을 압박했던 것이다. 이렇듯 지난해 하반기를 주도한 투쟁은 일부에선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에게 기대어 노동자민중운동의 독자성을 훼손하고, 또 다른 일부에선 비정규개악안 저지투쟁에서 보여준 것처럼 의회 일정 따라가기식 투쟁에 매몰되어 노동자대중 내부의 단결을 지체하였다.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에 기대어 우리의 운동을 내맡기는 태도는 더 이상 우리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지난해 하반기 투쟁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한국 사회의 노동자 대중의 미래는 이들에 의해 담보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노동자민중의 독자적 투쟁과 전망, 계획 없이는 지난해 탄핵무효투쟁과 국가보안법 철폐투쟁에서처럼 노동자 대중의 미래를 계급의 통치에 동원하는 결과만을 가져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현재 대다수의 노동자대중의 이익과 상관없는 허구적인 사회적 합의주의 추진은 폐기되어야 한다. 이미 노무현 정권은 노동자대중을 배제와 포섭의 대상으로 삼고 갈라치기 하는 중이며, 그 핵심의제에 허구적인 사회적 합의주의를 두고 있다. 사회적 대화 건은 이미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2번이나 유예되었다. 뿐만 아니라 기층 조합원의 경우 이 문제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 충분히 사고할 수 없었다. 이러한 가운데 사회적 교섭이 계속해서 진행된다면, 이는 현재 투쟁에 혼란만 가중하고 노동자 대중운동의 독자성을 침해할 것이며, 따라서 단호히 떨쳐버려 할 것이다. 현재 불법파견투쟁의 전국적 확산을 위해 그리고 민주노총의 총파업계획이 힘차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현재 노동자 대중운동의 쟁점이 사회적대화의 상정과 통과가 아니라 '비정규직투쟁의 전국적 확산에 맞서 노동기본권 보장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머리 맞대고 논의하는 것이어야 한다.
정규직 노조의 자기결단으로 정규직-비정규직 공동투쟁을 힘차게 전개하자.
금속연맹과 비정규노조의 불법파견 진정으로 시작된 불법파견 철폐투쟁은 이제 전 노동자 대중의 계급적인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현대자동차 불법파견문제는 기아자동차, 대우자동차등 자동차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이제는 자동차 업종뿐만 아니라 조선, 철강, 화학섬유업체 등 전 제조업체의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민주노총은 오는 4월 정부의 비정규개악안 국회 본회의 상정에 맞서 불법파견 철폐를 주요 요구로 4월 1일, 4시간 시한부 파업을 결의한 상태이다. 민주노총은 2월 7일 기자회견을 갖고“현재 진행되고 있는 현대차 비정규노조와 하이닉스 투쟁, 한원CC 등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엄호하고 비정규권리보호 입법쟁취를 위해 전국적 총파업을 4월1일 단행할 것”이라고 밝히고, "국회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법안을 강행처리 한다면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불법파견 철폐투쟁의 성패를 가늠하는 요소는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동자의 공동투쟁이다. 최근에 비정규직 철폐투쟁에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공동투쟁이 강조되는데 이는 말로만 강조한다고 실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임금과 근로조건에서 정규직 노동자에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과 인간적인 면에서는 더욱더 비참한 생활을 영위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의 각오가 되어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리고 우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투쟁을 가로막는 내부의 문제(예컨대 정규직노동자의 '방패막이' 인식, 노조가 당장의 눈 앞 이익을 최고가치로 삼는 풍토), 서로 다른 조직문화(안정화된 노조와 신생노조의 차이), 연대사업의 일천함(공동행동 경험의 부족, 또는 전무)를 극복하고, 신뢰를 회복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그리고 민주노총은 상반기 모든 투쟁의 힘이 집중되는 임단협 시기에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을 하나로 묶어 세우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위해 하이닉스와 현대차 문제를 전초전으로 삼고, 여론화와 계급 내부의 단결을 도모해야 한다. 그리고 전체를 하나로 묶어 대응하는 것이 민주노총의 몫이라면, 현대차도 사업장 위상에 걸맞는 실천과 사업을 목적의식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비정규노조도 정규직노조를 견인과 설득의 대상으로 보거나, '나쁜 놈'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왜냐하면 현대차노조의 행동은 정규직노조 자체의 한계와 그동안 거의 전무했던 비정규직노조와의 연대경험 때문이기도 하므로), 적극적으로 연대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연대의 시작은 서로의 신뢰와 공동행동, 사전협의 등으로부터 만들어진다는 것을 각인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올해 현대자동차 노조는 대의원대회에서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노조가 모두 참가하는 원·하청 연대회의를 결의한 취지를 적극 살려서 실질적인 연대투쟁 기구로 강화시키고 공동투쟁을 상승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불법파견문제가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의 문제만이 아니라 제조업체 전반의 문제이고, 원청의 사용자성을 부정하는 파견용역의 문제라면 이번 투쟁은 전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의 장이 되어야 한다. 민주노조 진영에서 파견법 철폐 투쟁은 이미 지난 2000년 sk인사이트코리아 노조의 투쟁으로 시작해, 방송사 비정규노조의 상징으로 자리잡아 왔다. 지난해 sk인사이트코리아 노조는 불법파견 정규직화라는 결과를 수년의 투쟁 끝에 쟁취했다. 이제는 불법파견 문제를 몇몇 파견노동자들의 상징적인 투쟁을 넘어 전 노동자대중의 투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다가오는 비정규노동법개악 저지 국면에서 불법파견 철폐투쟁이 말 그대로 공문구가 아닌 실질적인 투쟁으로 전개될 수 있도록 그간 주춤했었던 정규직 노동자들의 선도적인 투쟁이 다시금 요구되는 시점이다. 불법파견 철폐투쟁의 전국적인 확장을 위하여 민주노총을 비롯한 전국의 노동자가 비정규직 투쟁에 화답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 하반기에 입법화 예정에 있는 노사관계로드맵이 정규직 노동자 죽이기로 일관된 법안인 만큼 이번 상반기 비정규직 개악안의 핵심인 파견법과 기간제문제를 정규직노동자의 목줄을 노리고 있는 칼날로 인식하고 상반기 투쟁의 힘찬 대회전을 맞이하자.
비정규직 노동기본권 쟁취 투쟁에 앞장서자.
또한 이번 불법파견 철폐투쟁은 그간 아무런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비정규 노동자에게 다시금 노동자의 권리를 되돌려 주는 투쟁이 되어야 한다. 앞서 지적했듯이 노동자의 기본적인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전개되는 비정규직 투쟁은 계속해서 주변화 될 것이다. 이것은 다름 아닌 노동자운동이 그만큼 고립되고, 노동자운동의 혁신이 지체 된다는 뜻이다. 특히 최근 정부의 입장은 불법파견의 보호문제는 고용의제로 간주될 수 없어, 법원에서 알아서 보호받아야 할 문제이며, 파견, 용역의 문제는 사용자가 다르니 파견노동자 개개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 시각을 담고있다.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의 파고 속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수없이 노조를 만들었고, 수없이 격렬한 투쟁을 전개해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기도 어렵지만, 노조를 만들었다고 해서 사용자가 단체교섭에 제대로 이행하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비정규직의 투쟁은 자연스럽게 격렬함을 띄고, 격렬한 투쟁에는 정권과 자본의 대대적인 탄압이 동반되어 노조가 수도 없이 깨져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동료들의 주검이 우리를 기다렸다. 대부분이 만들면 깨지는 사라지는 그런 것이 아니라, 노동자대중 운동을 만들어갈 계급주체 형성이 시급하다. 지금 우리는 현재의 불법파견 철폐투쟁을 전 노동자대중의 투쟁사안으로 확장하여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투쟁에 앞장서 노동자운동의 혁신을 도모할 수 있느냐 하는 기로에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