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지원금’ 둘러싸고 민주노총 서울본부 갈등 폭발

“서울시 무분별한 지원금 사업, 집행부가 사유화 해”

서울시 노동단체지원금 사업을 둘러싸고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노조 집행부가 수십억 원의 지원금을 비민주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부터다. 서울본부가 서울시로부터 지원금을 수령하는 과정에서 규정과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도 거세다. 서울시 경우 이 같은 논란을 알면서도 지원금 사업을 무분별하게 강행하고 있어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운영위원 다수와 연대조직 대표자로 구성된 ‘서울본부 바로 세우기 실천행동(실천행동)’은 18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본부의 노동단체지원금 비민주적 운영과 사유화를 규탄했다. 이들은 공조직인 노동조합의 집행부가 규정과 절차를 무시하고 독단적, 비민주적으로 서울시 지원금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본부, 규정과 절차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사업 집행”

지난해 5월, 서울본부 운영위원회는 서울시 노동단체지원금 사업 추진을 놓고 찬반 토론을 벌였다. 정부 지원금 수령 여부는 민주노총 내부에서 찬반 의견이 명확히 엇갈리는 논쟁거리다. 때문에 민주노총은 내부 규정을 통해 건물 및 최소한의 관리유지비 이외의 정부 수령금은 금지하고 있다. 만약 이외의 용도로 정부 지원금을 수령하려면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당시 서울본부 운영위원회에서도 찬반 논란이 있었지만 집행부가 절차에 관한 약속을 하며 논의가 일단락됐다. 구자현 민주노총 서울남부지구협의회 의장은 “그 자리에서 집행부는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사업 중단 결정을 내린다면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해 9월, 서울본부는 서울시와 협약을 진행하며 지원금 사업을 추진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의 결정이 떨어지기 전이다.

이후 10월 20일,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서울본부의 서울시 노동단체지원금 사업에 대해 중단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서울본부는 다음날인 21일, 민주노총에 중단 결정을 거부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11월 17일에는 서울본부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운영위원회의 운영위원 27명 중 14명이 연서명을 통해 사업 중단을 요구했지만 서울본부는 사업을 강행했다. 박영직 민주노총 서부지구협의회 의장은 “작년에는 3개월 만에 서울시 지원금 7억9천만 원을 사용했고, 올해는 20억 원을 책정해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민주노총 규율위원회는 올해 4월 27일, 서울본부장과 수석부본부장, 사무처장 직무대행에 대해 각각 정권조치를 내렸다. 이에 서울본부 집행부는 외부 법무법인 자문을 받아 민주노총에 정권조치를 무효화 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실천행동에 따르면, 서형석 서울본부장은 지난 4월 열린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서울시 지원금사업 관련 총연맹 중집 결정을 위반한 것과 관련해 사과하고, 이후 2017년도 서울시 지원금사업은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 서울본부는 서울시에 올해 지원금 사업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지원금 사용 내역 불투명 논란도...진짜 비정규 조직화 예산 맞아?

지원금 지출 내역이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3월 열린 서울본부 대의원대회에서 밝힌 전년도 결산 자료를 보면, 서울시 지원금 사업 관련 회계가 따로 잡혀 있지 않다. 당시 회계감사는 “서울시 노동단체지원금은 자료가 서울시에 제출되어 감사할 수 없었다”고 보고했다. 이성대 전교조 서울지부 대외협력실장은 “당시 회계 감사는 제대로 감사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며 “집행부는 자료들을 전부 서울시에 제출해서 갖고 있는 것이 없다, 별도회계인데 감사를 왜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감사를 피했다”고 설명했다. 박영직 의장 역시 “회계 내용이 부실하고 두루뭉술하다. 회계감사 과정 역시 본부장실에서 본부장이 동석한 상황에서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칙대로라면 예,결산 내역 및 사업 내용은 운영위원회를 거쳐 대의원대회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중간 과정도 생략됐다.

서울시 지원사업의 애초 목적은 ‘서울지역 미조직 비정규 조직화’이지만, 정작 조직화 성과도 남기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 의장은 “지원금은 워크샵, 법률학교, 상담 등 일상적인 노조 활동 예산으로 사용됐고, 선착순 200명 건강검진 실시, 음악회 개최 등에 예산을 사용했다. 사실상 서울시 사업을 통한 미조직 조직화 사업의 성과도 없었다”며 “미조직 비정규 실태조사 사업으로 5억 원이 책정돼 있었는데, 1억2천만 원을 사용하고 사업이 중단됐다. 5천만 원 이상의 사업이면 공모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그러한 절차도 없었다”고 밝혔다.

서울본부는 노동단체지원금과는 별개로, 서울시로부터 서대문 노동복지센터 운영권도 따 냈다. 연간 3억5천만 원의 인건비 및 운영비 지원 예산이 걸려 있는 사업이다. 하지만 이 역시 운영내역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박 의장은 “지난 5월에 서울본부 운영위에서 문제제기가 있었다. 하지만 집행부는 이와 관련해 안건을 올릴 필요가 없고, 서면 제출 의무 역시 없다고 거부했다”며 “서울본부는 노동복지센터를 수탁 운영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일을 하던 사무처 직원 4명을 해고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서울시는 노동단체지원금 사업 중단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실천행동은 “서울시에 수차례 사업 중단을 요청했지만, ‘민주노총 내부의 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지속적으로 서울본부와 사업을 도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주에 사업 계획안을 받았기 때문에 아직 올해 지원금이 민주노총 (서울본부)에 지급되지 않고 있다. 사업 계획을 검토 한 후 8월 중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서울시에서도 잘못 집행된 내역에 대해서는 환수조치를 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본부에) 9억2천6백만 원 가량이 교부됐고, 7억9천만 원이 집행됐는데, 그 중 잘못 사용된 74만7500원을 환수조치했다”고 밝혔다.

서울본부 집행부, “차기 집행부 선거 앞두고 지도부 흔들기” 반발

반면 서울본부 집행부 측은 실천행동의 주장이 차기 선거를 염두 한 ‘집행부 흔들기’라고 반박했다. 서형석 서울본부 본부장은 “실천행동에 들어가 있는 운영위원들 중 한명 빼고 모두 다 지난해 (단체지원금 활용에) 찬성했었다. 하반기 임원 직선제 선거를 위해 본부를 흔들고 있는 것”이라며 “대응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지난해 민주노총 중집 결정과 관련해서도 “다른 산별, 지역본부는 (단체지원금을) 이미 활용하고 있는데, 서울본부는 신규 사업이라 중단하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도 이미 8월부터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연내에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사람들(실천행동)이 제소하고 공격하면서 문제를 키웠다”며 “올해는 (지원금) 생각을 안 하고 조직 수습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운영위원회에서 민주노총과 실천행동 등이 의도적으로 서울본부를 억압한다는 의견이 있어서 6월에 사업을 하기로 결정했고 서울시에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내역이 불투명하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본부 회계감사 두 명은 자기 일을 하면서 짬을 내 본부 감사를 하는 사람들이다. 한 분은 세세한 사업까지 다 보기는 어렵다고 했고, 또 한 분은 정확하게 정리 돼 있어서 볼 것도 없다고 했다”며 “금전적 문제가 있었으면 서울시에서 가만히 있었겠나. 돈 문제를 내세워 ‘카더라’라는 소문을 퍼뜨리면 의혹을 갖기 쉽기 때문에 저들이 중상모략 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실천행동 및 연대조직 등은 △서울시는 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단체지원금사업과 노동복지센터 사업을 즉각 중단한 것 △서울본부 임원진은 그들의 사익을 위해 각 구지부나 지역의 제단체가 공모해 활동하는 노동복지센터사업등 이권사업에서 물러날 것 △서울본부를 사조직화 하는 현 임원진은 즉각 사퇴할 것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서울본부가 정상화 될 때까지 서울본부 운영위원회와 대의원대회에 불참한다는 방침이며, 향후 퇴진운동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윤지연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